[사색의 窓] 존경받는 재벌의 자격
[사색의 窓] 존경받는 재벌의 자격
  • 김웅식 논설위원
  • 승인 2020.01.22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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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논설위원)

연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 2020 나눔 캠페인'에 성금을 낸 기업 가운데 상위 10개 그룹의 기부금 총액은 1280억 원이다. 이들 10개 그룹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말연시를 맞아 3년 동안 매년 같은 수준의 기부금을 집행하고 있다. ⓒ인터넷커뮤니티
연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 2020 나눔 캠페인'에 성금을 낸 기업 가운데 상위 10개 그룹의 기부금 총액은 1280억 원이다. 이들 10개 그룹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말연시를 맞아 3년 동안 매년 같은 수준의 기부금을 집행하고 있다. ⓒ인터넷커뮤니티

한때 우리 재벌 회장님은 경영권 후계 작업을 하다 배임·횡령죄로 구속이라는 위기를 맞는다. 그때 그들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여론 무마용으로 ‘1조원 사재 출연’이라는 ‘통 큰’ 약속을 한다. 하지만 그 약속은 아직까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회장님들은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돈 내놓겠다며 고개 숙이는 사람으로 이미지가 굳어져 있다.  

재벌 회장님의 자식사랑은 눈물겹다. 자기 한 사람 희생하더라도 피붙이에게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려 하기 때문이다. 불법을 무릅쓰고라도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려는 욕심이 화를 부르기도 한다. 적은 지분으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으려는 재벌 3세와 4세들이 대기업을 이끌어갈 자격과 능력은 있는 것일까? 회장님의 자식사랑이 올가미가 돼 여러 사람의 목을 조이기도 한다. 포승줄에 묶여 구속되는 고위 임원들의 모습이 처량하지 않은가? 

회장님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갖은 묘수를 짜낸다. 재산을 생전에 싸게 증여하거나,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로 재산을 불려주고, 세금이 면제되는 소유 공익재단으로 지분을 돌리기도 한다. 모두 위법은 아니라 해도 당연해 보이지는 않는 행위다. 기업 경영권을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넘기는 게 선진국에선 흔한 일은 아니다.

빌 게이츠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갑부다. 그는 2008년 53세 나이에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직을 은퇴하면서 기업가에서 사회사업가로 변신했다. 현재 아프리카 에이즈 치료제 개발, 차세대 원자력 배터리 개발 등 첨단과학을 활용한 연구개발(R&D)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1000억원으로 공익재단을 시작했다. 2006년에 워런 버핏도 자산 대부분을 자신의 재단이 아닌 빌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실제로 많은 돈을 기부해 오고 있다. 세계 최대 사립 자선단체인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1년에 4조~5조원을 기부한다. 지금까지 24년 동안 63조원을 기부했다. 
 
외국의 기업가나 유명인은 평소에 사회공헌에 적극적이다. 거액을 기부하면서도 ‘꼼수’를 부리거나 생색을 내지 않는다. 그들은 하나같이 기부를 '부자의 덕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올바른 기부문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몇 년 전 딸이 태어났을 때 재산의 99%를 생전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약 52조원 규모다. “재산 대신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는 저커버그의 뜻은 세계인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홍콩 배우 저우룬파(주윤발)도 최근 81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그는 “어차피 그 돈들은 제가 잠깐 가지고 있었던 것뿐”이라며 “인생에서 가장 이루기 어려운 일은 많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근심, 걱정 없이 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벌은 일반인과는 생각이 다른 듯하다. 그들의 마음 한편을 유추해 본다면, ‘나는 재벌가의 자식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우리 재산인 그룹 전체를 지배해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 듯하다. 우리 재벌들이 ‘여론무마용으로 기부와 투자를 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후 이뤄지는 재벌 회장님의 1조원대 ‘통 큰’ 기부 약속이 이젠 자식에게 이르러 대규모 ‘통 큰’ 투자 약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이 재벌가의 ‘통 큰’ 약속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재벌 회장님들은 ‘선한 기부’보다는 재산 대물림이라는 ‘검은 기부’를 선호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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