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총선과 정계개편 - 국익(國益)이냐 정략(政略)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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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총선과 정계개편 - 국익(國益)이냐 정략(政略)이냐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1.2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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汎보수 大통합 外 활로 난망(難望)
불붙은 공약경쟁, 정책선거 '혁신'을
맹탕 공약과 일회성 인재영입은 '票퓰리즘'
靑·법원·정부 공직자들 줄사표 '국정공백' 기승
OTT 등 소셜미디어 선거운동 대책 시급
정당 통합, 관건은 비전과 실천
財界 ‘규제개혁비례당’ 창당 고육책 의미 중요
20대 국회 협치 실종… 21대는 달라져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총선 정국이 본격화되고 있다. 4·15 총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정당들은 총선체제로 돌입했다. 

선거 공약이 쏟아지고, 공천 작업과 인물 영입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정계 재편 흐름도 빨라지고 있다. 

4·15총선은 대한민국 정치 지형과 자유민주주의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重大) 선거다. 이번 총선은 역대 총선과 확연히 구분된다. 만 18세 청소년에게도 선거권을 주고, 무엇보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선거 룰이 적용된다. 

저성장, 양극화 시대를 헤쳐나갈 긴 안목의 지표가 흐려진 우리 정치에 유권자들은 현재 크게 실망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정치 혁신'의 전환점이 돼야 한다. 

허지만, 초반부터 정당 간 기선 경쟁이 가열되면서 벌써 포퓰리즘 공방이 난무해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반 정치 채널이 사회적 이슈로 재등장했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에 따라 총선 출마 후보자는 방송 출연에 제한을 받고 있지만, OTT에서는 선거 방송이 활개치고 있다. OTT는 공직선거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20대 총선에서 사이버선거 범죄로 인정돼 조치가 취해진 것은 1만 7430건이었다. 19대 총선에 비해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지만, 21대 총선은 이 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가오는 총선이 희망을 주는 정책선거 한마당이 되는 것이야말로 우리 정치의 '혁신'일 것이다. 

총선 정국이 본격화되고 있다.ⓒ뉴시스
총선 정국이 본격화되고 있다.ⓒ뉴시스

구태(舊態) 극복 시발점 돼야

지금, 대한민국은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경제활력 저하, 지역경제 붕괴, 청년 취업절벽 등으로 사방이 꽉 막혀 있다. 이런 난제들을 풀지 못하고선 나라의 미래도, 개인의 앞날도 기약할 수 없음을 누구나 절감한다. 

재계(財界) 일각에서 ‘규제개혁’ 하나만 내걸고 정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건, 임계치까지 차오른 한국의 규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 사회는 세계적인 패러다임 변화의 시대에 가장 절실한 유연성을 잃었다.  

20대 국회는 설득과 협상보다는 대립과 갈등으로 일관하며 국민을 실망하게 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로 진영 대결의 극단적 소모전이 일상화됐다. 진실을 왜곡하는 진영 논리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 절대다수는 20대 국회에서 정당 간 '협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협치에 대해 '잘못됐다'는 부정 평가가 90.6%로 집계됐다. 이는 여야가 민생은 도외시한 채 정치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비타협적으로 부딪쳤다는 뜻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 등 민생과제들은 고비마다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법안 처리율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낮은 생산성이야말로 협치가 실종된 20대 국회의 진면목일 것이다.

4월 총선 이후 구성될 21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이번 총선은 정치권의 그런 구태를 없애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 그러나, 선거에 임하는 정치권의 눈높이는 여전히 과거 3류, 4류 소리를 듣던 수준에서 별로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건전보수 야권통합 복원을

역시, 정계개편이 총선 향배의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문재인 정권의 일방적 국정 운영에 떠밀려 보수 정치세력 통합 논의가 간신히 궤도에 올랐다. 여기에다, 정치 재개를 선언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귀국하면서 방정식은 더 복잡해졌다. 

이번 선거는 임기 반환점을 돌아선 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와 2022년 3월 치러질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기 때문에, 다른 어느 선거 때보다 훨씬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참으로, 어지럽고 시끄럽다. 이럴수록 자신을 내려놓는 지도자의 헌신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당 대 당 통합을 위한 공식 논의에 들어가고, 보수 대통합을 위한 혁신통합추진위(혁통위)도 통합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보수 야권의 재편은 일단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한국당은 특히 혁신공천 방침을 재확인,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면서 정권 심판을 위한 지지를 요청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심판론'에 불을 댕기며 이에 맞서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반(反)개혁적인 무능한 야당을 심판, 문재인 정부가 촛불 혁명의 과제를 완수할 수 있게 힘을 몰아줘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보수 야권 세력의 통합 복원이 중요하다. 보수 성향의 국민은 한결같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와 안보까지 위협받고 있다면서, 국가 정체성까지 판가름할 이번 총선에 ‘보수 단일 후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실종된 보수의 가치를 살리고, 국가의 오른쪽 날개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건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중도ㆍ 보수 통합이 선거용 이합집산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우려치 않을 수 없다.

몸집 불리기 이합집산 벽 넘어야

이번에 도입된 준연동형비례제는 선거 결과에 따라 세력이 서로 엇비슷하거나, 차이가 있더라도 그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은 다당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2개 거대 정당 중심의 기존 정치 구도에 큰 균열을 가져오는 것이다. 

따라서, 통합의 대의와 이념 지향이 불분명한 채 선거승리만을 위해 기계적이고 산술적인 합당을 도모하는 것은 명분에도 맞지 않는다. 

이와 관련, 안철수 전 의원이 1년 4개월 만에 귀국해 실용적 중도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4ㆍ15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행보는 차기 대선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건전한 보수, 국민의 신뢰를 얻는 미래지향적인 정당의 비전과 실천적 목표를 제시하는 건 당연하다. 단순히 몸집 불리기 식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벽을 넘어서야 한다. 통합 대상 모두 경계해야 할 건 주도권 다툼이다. 

그런 맥락에서, 진보 성향 판사들이 대거 잇따라 청와대와 정치권으로 향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동시에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에도 불신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사법부는 권력의 독주를 견제하고 국민 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이기에 더욱 그렇다. 

포퓰리즘 공약 남발, 표로 심판을

정책은 선거전의 핵심 요소다. 

이번 총선에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으로 소수당의 원내 진출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들이다. 다른 색깔의 정당이 한 개라도 더 포진하여, 그러잖아도 강조되는 의회 협치의 요구가 더 커진다면 그 기준은 응당 정책이 돼야 한다. 

공약 경쟁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타난 총선 공약 중 상당수는 감동도, 실현 가능성도 없는 선심성 공약들이다. 정치권은 오로지 표에 목을 맨다.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정당은 단 한 곳도 없다. 

국정운영을 책임져야 할 민주당부터 1호 공약으로 ‘공짜’를 내세워 선거 포퓰리즘에 불을 지폈다는 점은 실망스럽다. 한국당도 야당으로서 한계가 있겠지만, ‘희망공약’이라고 내놓은 게 “막겠다” “없애겠다”뿐인 것은 유감이다. 

유권자 손에 뭔가를 쥐여주겠다는 퍼주기 공약이 난무한다. 국가재정 형편은 따지지도 않고 표만 얻으면 된다는 속셈으로 여야가 남발하는 포퓰리즘 공약에 유권자가 현혹돼 총선 민심이 뒤틀릴 우려도 크다. 여야가 국가재정 여력을 도외시하고 계층·세대·직능·지역별로 퍼주기식 포퓰리즘 공약을 갈수록 더 쏟아낼 것이 뻔하다. 

일 예로, 최근 십수년간 각급 선거 때마다 청년 공약들이 넘쳐났지만, 청년층이 처한 상황은 나아진 흔적이 별로 없었다. 얽히고설킨 시장경제 체제에서 투자 효과나 부작용을 입체적으로 따져 보지 않는 공약은 언젠가 시장으로부터 응징을 당하기 마련이다. 

2018년 지방선거만 해도 여야는 일자리, 복지, 주거, 교육 등 분야별로 숱한 공약을 쏟아냈지만,  대부분 공약(空約)에 불과했다. 포퓰리즘 공약 남발은 우리 정치와 국가를 망치는 일이다.
선거용 환심 공약(空約)인지 아닌지, 공약 실천에 따르는 예산은 넉넉할지를 가리고 따지는 것은 유권자들 몫이다. 공약 제시도 포퓰리즘 경연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끝까지 경계해야할 일이다. 표로 엄중히 심판해야 한다.

홍보용 인재 영입은 정치 후퇴

현재의 정당구도가 보수야당과 범여권 성향의 야당으로 분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통합 논의가 활발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로 부각된 보수 大통합은 크게 보면 '보수혁신'과 '통합'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요약할 수 있다. 통합의 대상과 주체, 실현 방법 등과 얽혀 적잖은 내부 진통이 불가피하다.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이 보수재건 3원칙 중 탄핵에 관련된 사항을 정리하지 못하고, 한국당내 친박 강경 세력이 통합에 걸림돌이 된다면 보수진영이 단일대오로 집권세력과 맞서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최대 관심사인 한국당의 공천 문제도 신뢰받는 ‘불출마 인사’ 중심의 기구를 구성, 창당과 병행해 진행하는 것외에 보수 정치세력의 활로는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여야의 인재 영입이 이벤트나 쇼처럼 진행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문제다. 육아 중 사시 합격자, 사막 탐험가, ‘체육계 미투 1호’ 등이 인재라는 이름으로 여야 정당에 영입됐다. ‘일회성 선거용’이 아닐 수 없다. 여론의 관심만 끌려는 홍보용 인재 영입은 정치를 더 후퇴시킬 뿐이다. 

한국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비호감 정당 1위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문 정부의 폭주에도 불구, ‘수권대안세력’의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과감한 물갈이와 젊고 새로운 인물 수혈은 시대적 요구다.

구체적 비전 실천이 성패 관건 

안철수 전 대표가 어떠한 세력과 결합하느냐도 21대 총선의 승패를 가늠할 주요변수 임에 틀림없다. 안 전 대표가 혁통위와 결합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세력을 규합하여 중도지향의 독자세력화를 모색하느냐는 야권 전체의 판도를 가를 중요 변수다. 

2011년 정치에 발을 들일 때 60%에 육박했던, 그에 대한 지지 여론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고 있었다. 진보와 보수 정권을 차례로 겪으며 우리 사회의 고질적 이분법 구조와 그것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에 염증을 느낀 국민은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냈다. 이후 7년간 정치인 안철수는 그런 욕구를 채워주는 데 실패했다. 

지금,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안 전 의원 스스로를 향한 자성의 결과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실패한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도 자신이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대안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근거와 앞으로 보일 실체가 그것이다.

공학만 넘치고 구체성은 없는 게 16개월 전 한국을 떠났던 ‘안철수 정치’였다. 그는 귀국 직후 “중도·실용의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념적 진영 대결을 압도할 만큼 철저하게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비전을 얼마나 끝까지 지키고 실천해내느냐에 그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잘못된 공직사회 분위기

공직사회의 문제점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최근 공직사회의 분위기는 청와대가 만든 것이다. 현직 장관이 사표도 안 낸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함께 선거운동을 하러 함께 돌아다녔다. 이런 사람들 앞에 정책 현안이 던져졌을 때 무슨 기준으로 결정을 내렸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런 사람들이 100명 넘게 정부의 핵심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이 지난 2년여 세월이었다. 

청와대 참모들의 이번 총선 출마 러시에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고 한다. 국정 후반기 권력 누수를 막으려고 여당에 ‘친문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켜 장악력을 강화하고 퇴임 후 안전판을 만들기 위한 속내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진보 성향 판사들이 연이어 정치권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러 명의 판사가 법복을 벗고 곧바로 청와대나 여당으로 가는 일은 과거에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실로 우려스럽다. 언론인의 정치권 직행이 그가 몸담았던 언론사에 부담을 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들이 제기한 사법개혁의 순수성과 공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현직 판사들이 청와대로 직행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상황까지 왔다. 국회가 최근 본회의에서 법관 퇴직 후 2년간 대통령 비서실 직위에 임용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한 것은 현직 판사들이 사표를 내기 무섭게 청와대로 들어가는 데 대한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물론, 참정권 차원에서 판사들의 정치적 선택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생각하면 판사들의 '조급한' 총선 출마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범(汎)여권, 스스로 돌아봐야  

한국당의 위성정당 창당도 주목된다.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는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추진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 중 대안신당은 정당해산심판 청구소송에 나서겠다고도 한다. 

그 이유는 뻔하다. 한국당의 '미래한국당' 창당은 선거법 개정으로 기대했던 의석수 증가 효과를 대부분 소거(消去)해버리기 때문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당이 위성정당 창당을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것이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총선 결과가 그렇게 나온다면 '미래한국당' 탓이 아니라 '4+1'의 자업자득이다. 

선거법 개정안 자체가 범(汎)여권의 머릿수를 늘려 장기집권 기반을 마련한다는 민주당 '계산'의 산물이다. 범여는 비난만 하지 말고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보수 세력 판갈이로 진화를

이에 맞서, 새보수당이 자유한국당 및 시민단체와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를 구성하고 중도보수통합에 나선 것은 지리멸렬한 보수 진영을 하나로 모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허지만, 보수 통합의 조건을 싸고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이견을 어떻게 해소하는냐에 성패가 달렸다. 

현재 보수 진영의 몰락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친박계의 전횡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재건은 자성과 혁신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당의 강성 친박 의원들은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제시한 ‘보수 재건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새집을 짓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탄핵을 찬성하고 이를 주도한 이들과는 함께할 수 없다며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야권이 초조한 나머지 민생과 정책적 공감대 보다는 선거공학적 연대 및 통합에 집착한다면 결국 지분과 공천 다툼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당이 통합 논의 와중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공천관리위원장에 선임한 것을 문제삼는 시각도 있다. 황 대표가 본인의 말과 달리 ‘새 집 짓기’를 꺼리며 한국당의 기득권에 집착하는 증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김 위원장은 “내가 희생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구닥다리들을 싹 쓸어내겠다”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새의 양 날개 중 한 날개는 부상당했다”고도 했다. 자유한국당, 새로운 보수당, 우리공화당 등으로 파편화된 보수 세력이 여전히 ‘박근혜 탄핵’의 진흙에서 허우적대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당 공천 혁신이 단순한 인물 교체를 뛰어넘어 보수 세력의 판갈이로 진화해야 한다는 의지로 읽힌다.

보수 통합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중도에서 강경 보수까지, 친이·친박에서 이정현·이언주 당(黨)까지 아우르는 ‘범(汎)보수 대(大)통합’ 기치의 신당(新黨) 창당에 합의하는 것이다. 미국 공화당, 영국 보수당, 일본 자민당 내의 다양성을 참고할 만하다. 

보수 통합 보폭

보수 대통합을 위한 혁통위는 다음 달 중순 통합신당 출범을 목표로 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혁통위는 여권에 실망한 중도층부터 보수층까지 민심을 아우를 신당을 만들어 총선을 치르겠다는 방침으로 보인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보수 야당들은 여권의 독주를 비판하면서도 제동을 걸지는 못했다. 

보수 통합의 핵심 플레이어가 한국당과 새보수당인 것은 맞다. 우리공화당 등은 변수일 뿐이다. 

모든 정당과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일절 인정하지 말고, ‘개인’ 자격으로 참여토록 해야 한다. 한국당의 역할은 실무 지원이나 국고보조금 문제 등 행정적 차원에 국한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중도 실용정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방문하는 등 보폭을 키우고 있다. 

안 전 의원은 귀국 일성으로 실용적 중도정치를 들고나왔다. 일견 민주당과 한국당을 양극의 진영정치 세력으로 몰아세워 확장된 중간에서 표를 얻겠다는 공학으로 이해된다. 현 정부의 '폭주'를 비판하면서도 속칭 보수통합 논의에는 "관심 없다"고 잘라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선명한 정책 비전 없이 양 진영을 비난하며 양비, 양시만 되뇌는 것으로는 득표가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안 전 의원의 이번 재도전은 제3의 길을 따르는 그의 대안 제시와 신진 세력 규합의 양상이 얼마만큼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벤처 기업인 국회 의석 노려 

한편, 벤처 기업인들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당을 세운다고 한다. 가칭 규제개혁비례당이다. 규제공화국의 실상을 보여주는 웃지 못할 자화상이다. 

한국엔젤투자협회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등 100여명의 벤처기업인들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기로 했다. 참석자들은 “클라우드·드론·자율주행·공유경제 모두 규제 때문에 실기(失期)했다”고 성토했다. 

선거법이 개정돼 전국 득표율 3%를 넘기면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할 수 있는 만큼 국회에서 1석만이라도 확보해 국회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감시하고 할 말도 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구상이다. 

규제 개혁은 끝내 말의 성찬뿐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그렇다면 아예 기업인이 정치인으로 변신해 직접 정치를 바꿔보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 것이다. 

청년 관련 공약 경쟁적 발표

그런 측면에서 각 정당들의 공약은 실로 중요하다. 

민주당은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한국당은 현 정부의 실책을 따지는 전략으로 이슈 선점에 들어갔다. 

그러나, 문제가 적지 않다. 국가재정 여력을 도외시한 채 오로지 계층·세대·직능별로 선심을 쓰는 데만 주안점을 두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무료 와이파이 확대를 공약 1호로 내놓았다. 공공장소에서 누구나 무료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해 디지털 빈곤층을 없앤다는 구상이다. 20~30대 청년층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픈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소요 예산은 총 5780억원으로 추산됐다. 통신업계에서는 “거창하게 들리지만, 실효성 없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시내버스나 터미널 등에 와이파이 수요가 그렇게 많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젊은 층 공략에는 정의당이 먼저 나섰다. 정의당은 최근 만 20세 청년 모두에게 현금 3000만 원을 주는 ‘청년기초자산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놨다. 심상정 대표는 “청년들의 극심한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면 포퓰리즘이라 해도 무시하겠다”고 말했다. 

그것도 모자라 정의당은 병사 월급을 1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도 했다. 그러니 다른 당들도 경쟁적으로 청년 '표심' 잡기 경쟁에 뛰어들 참이다. 

이에 새보수당도 1호 법안으로 청년 남성들을 겨냥한 ‘청년 병사 보상 3법’을 제시했다. 여당도 조만간 청년 주거 공약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모두 뒤질세라 경쟁적으로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양상이다. 

대형 이슈, 핵심 쟁점으로 부상해야 

이번 총선에서 각 당이 젊은 층 공략에 어느 때보다 심혈을 쏟은 것은 물론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렇더라도 공약은 기성세대로서 책임감과 공공성을 반드시 전제해야 한다. 노동이나 납세 등 아직 본격적인 사회 활동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유권자들을 금전이나 선심성 정책으로 유인한다는 느낌을 줘선 안 된다. 

자유한국당은 재정건전성 강화, 탈원전 폐기, 노동시장 개혁 등 경제공약을 1호로 내놨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 검찰 인사권 독립을 1호로 내세웠다가 수정한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담지 않아 공약 완성도가 떨어진다. 정책 집행의 실현 가능성보다 지지층을 의식한 ‘반(反)문재인’ 구도의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렇게만 가선 안된다. 과거 전국단위 선거 때처럼 행정수도 건설과 국토 균형발전 같이 사회 근간을 가르는 대형 이슈가 공약으로든, 숙의할 만한 핵심 쟁점으로든 부상해야 한다. 당장 손에 잡히는 민생 정책만이 표를 가져다줄 거라고 보는 건 잘못이다. 

공직자 출마 러시에 경종을

이번 총선 정국에서 공직사회의 동요도 실로 문제다. 청와대를 비롯한 각 기관의 인지도 높은 인물들이 잇따라 사표를 내고 선거판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공직자들의 사퇴가 이전 정권에 비해 3배 정도 많다는 우려가 여당 내에서 나올 정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 367명 중 문재인 정부에서 공직을 지낸 인물은 134명이었다. 실제는 150명을 넘길 것이라고 한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역대 총선에서 출마한 공직자는 대략 40~50명 수준이었다.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등 각 부처 차관들도 총선에 출마한다며 줄줄이 옷을 벗었다. 후임자도 없는 상태에서 사표를 던지고 선거운동에 뛰어들기도 했다. 1년 이상 남은 임기를 내던졌다. 

지역구 출마에 나선 청와대 출신은 70여 명에 달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는 10명 선, 노무현 정권 때도 20~30명 정도에 그쳤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총선 출마를 위해 대변인직을 그만뒀다. 박수현·김의겸 전 대변인 등 문재인 대통령의 입 역할을 했던 3명이 모두 같은 선거에 나서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과 주형철 전 경제보좌관 등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난 1급 이상 고위직만 해도 25명에 이른다. 

“청와대 출신당을 하나 만들어도 되겠다”는 비아냥이 나올 만하다. 총선 출마를 위한 크고 작은 청와대 인사 이동만 재작년 이후 15번이나 있었다. 

공직자 출신이라고 정치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오히려 공직 근무 경험이 국회의원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나칠 정도로 그 수가 많다는 점이다. 벌써 청와대를 향해 ‘출마 대기소’란 비판론까지 나오고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 총동원령을 내리다시피 공직자들을 끌어들이는 여당이나, 공직을 선거용 경력을 쌓기 위한 중간 다리쯤으로 여기는 듯한 공무원들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민주당은 공천 과정에서라도 도를 넘은 공직자 출마 러시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 더욱 냉정해져야

정치가 국익보다 정파 이익이 우선이고, 미래보다 당장 한줌의 표에 골몰해서는 나라의 미래가 없다. 그로 인한 충격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당해야 한다. 

그렇다면, 여권 수뇌부는 공정한 선거관리에서부터 반대 목소리도 경청하는 데 이르기까지 '협치'가 가능하도록 신뢰의 자본부터 차근차근 쌓아가야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이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파격적으로 규제를 풀고, 혁신을 장려하고, 기업가 정신을 이끌어내는 데 혈안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빅데이터·드론·자율주행·공유경제 등 수많은 혁신 분야에서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인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선거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OTT 등에서 난무하고 있는 '가짜 뉴스'를 근절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건전한 공론장을 가질 수 없고, 극심한 국론 분열이 야기될 수 있다는 데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소셜미디어가 거짓정보를 확산하고 불법선거의 매개체가 돼 유권자의 선택을 교란하지 못하도록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포퓰리즘 공약과 미래 비전 공약을 가려내는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과 심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유권자들은 이제 더욱 냉정해져야 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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