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③-부산] “文 정부에 실망” vs “그래도 한국당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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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민심③-부산] “文 정부에 실망” vs “그래도 한국당은 싫어”
  • 부산=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1.26 16: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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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노년층 “살기는 차라리 박근혜 때가 나았다”
젊은층 “민주당에 실망했지만 한국당은 도저히 못 찍겠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부산=정진호 기자]

부산 민심은 연령대와 종사 직종 등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라진 모양새였다. ⓒ시사오늘
부산 민심은 연령대와 종사 직종 등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라진 모양새였다. ⓒ시사오늘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PK(부산·경남)에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은 “PK가 디비졌다(뒤집어졌다)”는 말이었다. 그동안 자유한국당계 정당의 ‘텃밭’으로 기능해왔던 PK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 우위로 뒤바뀌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민주당 후보들의 압승(부산-오거돈, 경남-김경수)이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여가 지난 2020년 1월. <시사오늘>이 다시 찾은 PK 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또 다시 디비질(뒤집어질) 기미가 보인다’였다. tbs와 YTN이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20일부터 22일까지 수행해 23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부산·울산·경남 지지율-한국당 40.2% 민주당 33.0%)에서 볼 수 있듯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불신으로 부산에서는 ‘미워도 다시 한 번’ 한국당을 지지하는 흐름이 포착됐다.

실제로 부산의 대표 번화가로 꼽히는 서면에서 23일 <시사오늘>과 만난 시민들은 하나같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했다.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3년 전보다 작년이 나쁘고, 작년보다 올해가 나쁘다”며 “솔직히 박근혜 때보다 지금이 더 안 좋은 것 같다. 뭐 때문에 촛불 들고 그 난리를 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길거리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한 상인도 “나 먹고 사는 것만 따지면 박근혜 때가 훨씬 나았다”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나서는 우리 같은 서민들이 더 어려워졌다. 부산 같은 데는 자영업자들이 많은데, (자영업자들에게 물어 보면) 열에 여덟아홉은 더 어렵다고 할 것”이라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을 고백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자신을 연산동에 사는 주민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문재인이 부산 사람이라서 찍어준 것도 있었는데 정작 대통령 되고 나서 부산에 해준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 “한국당 (소속) 대통령일 때 부산이 발전했지, 지금은 더 손해를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부산 서면에서 만난 젊은층은 대체로 ‘민주당에 실망했지만 한국당에는 표를 못 주겠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시사오늘
부산 서면에서 만난 젊은층은 대체로 ‘민주당에 실망했지만 한국당에는 표를 못 주겠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시사오늘

다만 젊은층 사이에서는 여전히 한국당에 대한 비토(veto) 분위기가 강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한국당에 표를 던지기에는 께름칙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전통적인 지역주의보다는 한국당을 지지하는 중·노년층과 한국당을 거부하는 청년층이 갈라진 모양새였다.

설 연휴를 맞아 친구들을 만나러 나온 김모(24·남)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하는 일이 실망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한국당은 진짜 아닌 것 같다”며 “한국당이 웬만큼만 했어도 찍어줬을 텐데, 도저히 찍어줄 수가 없는 짓들을 하고 있다. 민주당보다 조금이라도 잘 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자신을 30대 회사원이라고 밝힌 박모 씨도 “민주당도 아닌 것 같은데 한국당은 더 아닌 것 같다”면서 “찍을 사람도 없고 찍을 당도 없다. 제가 지금까지 한 번도 투표를 안 빼먹고 한 사람인데 이번에는 그냥 지나가려고 한다. 서울까지 올라가서 촛불집회 나가고 했던 게 바보 같이 느껴진다”고 냉소를 보냈다.

새로운보수당의 보수 통합 참여에 대한 실망감을 내비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부산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20대 남성은 “저는 보수적인 성향인데 한국당은 진짜 아닌 것 같고, 민주당도 별로라서 새보수당을 찍을까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이번에 한국당이랑 합당하는 거 보니까 결국 다 똑같은 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또 다른 부산대 학생 역시 “새보수당이 자체적으로 나오면 찍어주려고 하는 친구들이 좀 있었는데, 한국당이랑 합당한다는 말을 듣고 역시 그놈이 그놈이구나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면서 “우리처럼 젊은 보수들이 표를 줄 만한 정당이 없다. 그나마 새보수당이 그런 정당인 것 같았는데…. 그냥 투표를 안 하려고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부산에서 만난 대다수 시민들은 더 이상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기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앞선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상인은 “솔직히 안철수는 끝난 것 아니냐”며 “우리 주변 사람들도 안철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한국당이냐 민주당이냐지…”라고 강조했다.

포장마차 상인 역시 “안철수가 언제 적 안철수냐. 부산 사람들은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안철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같이 하는 바람에 끝났다”라며 “안철수가 민주당으로 가든 한국당으로 가든 지 혼자 당을 차리든 부산에서는 옛날에 끝난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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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사나이 2020-01-26 17:56:41
도데체 어디에 한국당이 싫다는건지? 조국딸 부산의전원 수사 무마하려는 정권심판하겠다고 젊은이들 벼르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