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무오사화와 윤석열 사단 해체
스크롤 이동 상태바
[역사로 보는 정치] 무오사화와 윤석열 사단 해체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0.01.26 1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정부, 검찰 약화보다는 경제 회복이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 검찰 약화보다는 경제 회복이 아닐까 싶다. 사진(좌) 무오사화의 발단이 된 조의제문의 저자 김종직 추모행사 사진(우)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사진제공=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 검찰 약화보다는 경제 회복이 아닐까 싶다. 사진(좌) 무오사화의 발단이 된 조의제문의 저자 김종직 추모행사 사진(우)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사진제공=뉴시스

조선의 사화(士禍)는 한민족 정치史의 大비극이다. 권력을 가진 자는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는 자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피비린내 나는 권력의 속성을 여실히 드러낸 역사다. 조선 최초의 사화는 희대의 폭군 연산군 재위 시절에 발생한 무오사화(戊午士禍)다.

당시 집권층은 훈구파였다. 이들은 연산군의 선왕인 성종이 자신들을 견제하기 위해 양성한 사림파가 매우 싫었다. 권력은 서로 나눠 가질 수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들이 훈구파였다. 자신들도 목숨을 걸고 계유정란이라는 피의 역사를 먹고 권력을 쟁취한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훈구파는 대대로 자신들이 쟁취한 권력을 절대로 사림과 공유하기 싫었다. 조선의 통치체제를 완성한 성종이 사림을 후원했지만, 이들의 노회한 정치력을 이겨낼 수 없었다.
 
새로 즉위한 연산군은 성종에 비해 군왕의 자질이 너무 부족했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학문을 싫어했다. <중종실록> 중종 1년 9월 2일 기사는 연산의 죄상에 대한 첫 문장에서 “연산은 성품이 포악하고 살피기를 좋아해 정치를 가혹하게 했다. 주색(酒色)에 빠져 사사(祀事)를 폐하고 쫓겨난 어미를 추숭(追崇)하면서 대신(大臣)을 많이 죽였으며, 규간(規諫)하는 것을 듣기 싫어해 언관(言官)을 주찬(誅竄)했으며, 서모(庶母)를 장살(杖殺)하고 여러 아우들을 찬극했다”고 전한다.
 
훈구는 연산을 이용해 정적인 사림을 제거하고자 계략을 꾸몄다. 1498년 훈구파 이극돈은 김일손이 사초에 담은 김종직의 조의제문(弔義帝文)을 문제 삼았다. 이극돈은 조의제문의 속뜻은 연산군의 증조부인 세조가 단종으로부터 왕위를 빼앗은 일을 비방한 것이라는 가짜 뉴스를 생산했다. 연산군도 사사건건 자신에게 제동을 거는 사림이 싫었다. 그는 이극돈의 정치조작을 적극 수용해 김종직의 제자인 김일손 등을 심문했고, 이 모든 일은 김종직이 선동한 것이라고 조작해 이미 죽은 김종직을 부관참시했다. 또한 김일손을 비롯한 수많은 사림이 처형됐고, 귀양을 가는 등 폐족에 가까운 재앙을 당했다.
 
무오사화는 사림 제거라는 정치적 이득을 얻은 연산군과 희대의 간신인 유자광이 득세하는 계기가 됐다. 사림의 피로써 정치적 승리를 얻은 연산군은 이제 거침없이 정적제거에 나섰고, 얼마 후, 연산군은 생모인 폐비 윤씨의 죽음을 명분 삼아 갑자사화라는 피의 숙청을 단행한다. 하지만 연산군은 중종반정으로 폐위당했고, 사화를 주도했던 간신들은 처형당했다.
 
후일 조선을 대표하는 석학 이황 선생은 사화의 폐단을 거론하며 선조에게 인사 등용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선조수정실록> 선조 2년 3월 1일 기사는 병을 이유로 귀향하는 이황 선생이 남긴 경고를 상세히 기록했다.
 
“우리 나라에 사림의 화가 중엽부터 일어났는데, 폐조(廢朝)의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중종조의 기묘사화는 현인(賢人) 군자(君子)가 모조리 큰 죄를 당했습니다. 그때부터 사(邪)와 정(正)이 뒤섞이게 됐고, 간사한 무리들이 득세했는데, 그들이 개인적으로 원한을 갚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묘의 여습(餘習)이라고 했었으므로 사림의 화가 연속돼왔던 것입니다. 당시 명종(明宗)은 어렸으므로 권간(權奸)들이 득세해 한 사람이 패하고 나면 또 한 사람이 나와 뒤를 이어 용사했기 때문에, 사화가 차마 말할 수 없게 됐던 것입니다. 바라건대 이 지난 일들을 앞으로의 경계로 삼으소서.”
 
이황 선생은 이어 “예로부터 임금의 초정(初政)은 청명(淸明)하게 해야 정직한 인물이 등용되므로 임금이 과실이 있으면 간쟁했는데, 임금이 이에 대하여 싫증을 내게 마련입니다. 이때 간사한 무리가 그 기회를 노려 온갖 아양을 부리게 되는데, 그러면 임금은 마음속으로 만약 이런 사람을 임용하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겠다고 여겨 그때부터 소인배와 합하게 돼, 정직한 사람은 손댈 곳이 없게 됩니다. 따라서 사태가 이에 이르면 소인배가 득세해 못하는 짓이 없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현 여권의 권력 실세 비리의혹 수사를 진행 중인 윤석열 검찰총장 사단 해체에 나섰다. 최근 추미애 장관은 인사권을 통해 특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들을 좌천시켰다는 논란을 야기시켰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현 여권의 지지 세력들에게 인격살인에 가까운 욕설과 비방에 시달리고 있고, 현 여권의 눈엣가시같은 존재가 된 이유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사화는 사화를 잉태하는 조선 정치 불행의 씨앗이 됐다. 무오사화로 시작된 정치보복의 역사는 후일 3차례나 반복했다. 검찰이 검찰의 일을 하고, 정치인이 정치를 할 때 나라다운 나라가 된다.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 검찰 약화보다는 경제 회복이 아닐까 싶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