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텔링] 총선서 ‘추미애 vs 윤석열 프레임’ 만들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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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텔링] 총선서 ‘추미애 vs 윤석열 프레임’ 만들어질까?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0.01.26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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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그때와 文정부 콘크리트 지지율
“제2의 조국 정국 상기하며 민심 살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청와대 수사 등과 검찰 개혁 등을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신경전이 두드러지고 있다.ⓒ뉴시스
청와대 수사 등과 검찰 개혁 등을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신경전이 두드러지고 있다.ⓒ뉴시스

 

정치에 대한 이썰 저 썰에 대한 이야기
이번 편은 윤석열 검찰총장 수사 라인
좌천 논란이 총선에 미칠 파장에 관심

어떤 상황이든 이유 불문하고 굳건한 신뢰를 보내는 이들을 가리켜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한다. 레임덕이 오기 전의 일이지만 박근혜 정부 때가 그랬다. 집권 초반과 중반까지만 해도 뭘 해도 꺾이지 않을 것처럼 팽배한 진영 논리를 자양분 삼아 50%안팎의 무쇠 방패와도 같은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깨시민’이라는 용어가 한창 유행일 무렵의 진보 진영 지지층에서 볼 때는 납득하기 어려운 현상인 듯했다. 오죽하면 이런 말도 들렸다. 지난 2012년 12월 19일 18대 대선 당시 박 후보가 당선되고 난 후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서울 성수동의 한 마을 축제에서 만난 시민단체 활동을 돕는 20대 초반의 자원봉사자는 “국민들 수준이 개‧돼지 같아서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게 아니면 대선 결과가 그리 나올 수 없다는 듯, 박 대통령에 표를 던진 현상에 불가사의함을 드러내며 꺼낸 말인 듯 보였다.

한동안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이처럼 체념 섞인 말이 들릴 정도로 요지부동함을 과시하는 듯했다. 그렇지만 콘크리트라는 구조물도 잘못되면 붕괴되듯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도 휘청거리는 계기들을 피하지는 못했다.

지지율 붕괴의 시초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등에서 뚜렷이 드러났지만, 집권 기간 일반적으로는 인사 파동 논란 등에서 여론의 경고성 징후는 포착되곤 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 막말 이력 논란부터 성 접대 의혹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논란 등 부실한 인사검증으로 지지율이 때로는 40%대로 떨어지는 등 흔들리고 만 것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찍어내기 의혹 역시 박 대통령의 초창기 지지율의 발목을 잡는 대표 요소 중 하나였다. 당시는 지난 2013년 가을께로 박 대통령 지지율이 70%를 목전에 두며 60%대 이상으로 고공행진하던 때였다. 이에 제동을 건 것이 청와대 행정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에 더한 국정원 댓글 수사에 대한 보복성 관련 채 총장 찍어내기 논란이었다. 사생활에 대한 진실 공방전을 차치하고서라도 정부 독주와 오만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국민의 견제 심리를 높이는 계기가 돼준 사건이었다는 평가다.

박근혜 정부는 일련의 비판에 직면할 때마다 민심을 살피는 근본적 대처 대신 야당에 화살을 돌리는 등 남 탓에 치중했다. 평소 국정운영 긍정 평가의 주 동력이었던 해외순방 및 외교안보 면에서 지지율을 견인하는 것으로 만족하는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저변의 세월호 참사 의혹으로 파생된 국가시스템에 대한 불신 및 여러 악재들이 겹친데 이어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에 KO 당하며 지금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1월 8일 법무부의 검찰 인사 단행 조치에 대한 일각의 여론 지표에서는 부정 평가가 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리얼미터 캡처
1월 8일 법무부의 검찰 인사 단행 조치에 대한 일각의 여론 지표에서는 부정 평가가 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리얼미터 캡처

 

윤석열 수사 라인 전원 교체
40% 콘크리트 지지율의 힘?

지난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간부급 검찰 인사를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13일자로 전보 조치된 명단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및 청와대 감찰 무마와 하명수사 선거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윤석열 검찰총장 참모 라인이 모두 좌천 대상으로 올라 있었다. 그러자 추 장관의 인사 조치에 지지를 표하며 검찰 개혁이라는 일각의 호응도 있었지만, 정부 관련 인사들을 수사 중인 검찰의 손발을 묶으려는 보복성 학살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며 후폭풍도 커져갔다.

관련 논란이 한창이던 때 대화하게 된 60대로 보이는 택시운전기사(남) 또한 정부의 조치를 곱지 않게 보는 경우였다. 본인은 문 대통령을 찍었고, 21대 4‧15 총선 때도 더불어민주당이 유리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지금 같은 심정이면 투표할 마음이 싹 사라진다고 했다. 수사가 끝난 것도 아닌데, 수사 중인 윤석열 라인을 모두 교체한 것이 영 꺼림 직하게 생각된다는 이유였다. 오히려 진짜 무슨 문제가 있어 검찰 수사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는 중이었다.

비슷한 시기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도 부정 평가가 상승하는 등 주춤거리며 이를 방증하는 모습이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발표한 1월 2주차(6일~ 10일)주간 집계 결과를 보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46.5%)는 소폭이지만, 전주 대비 0.3%p 상승해 있었다. 민주당에 대한 정당 지지도 관련 검찰 인사 전후 일간 집계를 봐도, 6~7일 41.1%에서 9~10일 39.7%로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인사에 대한 긍부정 평가를 묻는 조사에서도 잘못했다는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3일 <리얼미터>가 CBS의뢰로 검찰 인사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 ‘잘못했다’는 의견이 47%로, ‘잘했다’는 의견(43.5%)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온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4일부터 16일 나흘간 조사한 것에서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긍정(45%)보다 부정(46%)이 앞서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검찰 압박에 대한 부정 평가가 전주보다 3%p 상승하고, 독단적/일방적/편파적 항목이(8%) 전체 부정평가 중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볼 때 검찰 인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긍부정 전환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판단이다.

하지만 정부는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 분위기다. 일부 부정적 여론이 감지됐지만,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3일 역시 추 장관은 중간간부와 평검사 대상에 대해 2월 3일자로 발령 내는 검찰 인사를 전격 단행한 것이다. 원래 이 시기 추진되는 인사라고는 하지만, 내용상을 보면, 윤 총장 수사라인을 하부조직까지 전원 교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이처럼 과감한 인사 조치를 단행할 수 있는 데에는 지지율이 그만큼 뒷받침을 해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가늠되고 있다. 앞선 <갤럽>조사에서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 항목을 기준으로 보면, 검찰 개혁(11%)이 1위로 올라서는 등 적어도 지지층 사이에서만큼은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40%대 지지율이라는 박스 권을 유지하는 이상 걱정 없다는 여권 진영 내 시각도 반영되고 있다는 견해다.

한 예로 지난해 여름 한일 갈등 국면이 고조될 시기,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한 정치권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뭘 해도 박스 권안이다. 박스 권만 지키면 우리는 괜찮다” 는 말을 해온 바 있었다.

한일 문제가 경제 문제로까지 불똥이 튀기며 정국이 어수선해지자 일각에서는 ‘당장은 정부여당으로 지지가 몰리겠다’고 점치면서도 ‘장기화될수록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를 언급할 때였다. 전문가들의 그런 관측을 전하자, 소식통은 위와 같은 말로 ‘정부 지지도는 끄떡없다’며 장담하듯이 한 말인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 점에 주안점을 두며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직 40%를 위한 정치”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40%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원래 (박근혜 탄핵 정국 전) 자유한국당에서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거꾸로 민주당에서 확보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보수정권의 40%지지율의 철근 역할을 했던 게 오늘날의 태극기 부대이듯이 현재 민주당 40%의 콘크리트 지지율에서 철근 역할을 하는 게 문빠들”이라며 “민주당에서야 이들의 지지만으로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으니, 아마 계속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시사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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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시사오늘팁
“추미애vs윤석열 프레임으로 가면…”

한편으로 21대 4‧15 총선에 대한 유불리와 관련해 ‘추미애 vs 윤석열 대결 국면 프레임’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문가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26일 통화에서 “최근 법무부가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의 검찰 기소에 이의를 제기하며 감찰을 예고하는 등 추미애 vs 윤석열 대립 국면의 갈등은 더욱 커질 모양새”라고 했다. 이어 “만약 해당 이슈를 두고 추미애 장관 편이냐, 윤석열 총장 편이냐로 여론이 나눠진다면 제2의 ‘조국 정국 사태’처럼 치달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당시라 함은 서초동 촛불 문화제에서는 조국 수호를, 광화문 광장에서는 조국 반대 집회가 열렸지만, 한쪽은 소강국면으로 접어들며, 조 전 장관의 사퇴 수순으로 봉합이 되던 상황을 말한다.

정 평론가는 “문제는 이같은 프레임이 정부 심판론에 불을 지필 수 있다”며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청와대 출신의 윤건영 전 상황실장, 고민정‧김의겸 전 대변인 등에도 자칫 불똥이 튀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추미애 vs 윤석열 프레임이 여당에 유리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때문에 “총선 결과가 좋지 못할 경우,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한국당)이 참패해 박근혜 정부의 40% 콘크리트 지지율마저 깨지는 등 레임덕이 가속화됐듯 문 정부도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성공적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반대 여론의 이유나 조언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에서 참조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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