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힘든데’…건설업계, 중국發 신종 코로나에 깊은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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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힘든데’…건설업계, 중국發 신종 코로나에 깊은 시름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2.05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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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장기화 시 해외수주 환경 악화 필연적…“보이지 않는 차별 더욱 심해질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관리하는 한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에 앞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SH서울주택도시공사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관리하는 한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에 앞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SH서울주택도시공사

건설업황 침체, 실적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가 중국발(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깊은 시름에 빠진 모양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내수뿐만 아니라 해외사업 추진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SK건설은 경기 수원 '매교역 푸르지오 SK뷰' 견본주택을 청약 당첨자 발표가 있을 때까지 개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바이러스 감염 예방 차원에서 온라인 모델하우스만 운영하고, 전화 상담을 받기로 한 것이다. 오프라인 견본주택은 청약 당첨자를 대상으로만 운영될 계획이다.

GS건설은 당초 오는 7일이었던 대구 '청라힐스자이' 견본주택 개관 날짜를 2주 가량 연기했다. 분양 일정 자체를 조정한 것이다. GS건설은 경기 과천에 공급 예정인 '과천제이드자이'에 대한 일정 변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현대건설도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 견본주택 개관 일정을 다시 조율하기로 결정했으며, SH서울주택도시공사는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마곡지구9단지' 등 이달 예정된 주택공급 일정을 모두 연기하기로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요즘 청약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견본주택과 정보를 살펴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지만 실물 주택을 보지 않고 계약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드물다"며 "견본주택은 단순 유닛 관람뿐만 아니라 옵션, 대출 등 자신의 조건을 파악하고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공간인데 온라인이나 전화상으로는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기 어렵다. 실수요자들도 그렇고, 건설사나 조합 등 공급자들도 사업 추진에 여러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공사현장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춘절 기간 동안 중국을 방문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 현장에 복귀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등 주요 건설사 대부분이 건설현장에서 중국 방문 노동자 배제, 체온 검사 실시, 여권 확인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민간업체 차원에서 관리하긴 사실상 역부족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인(중국 동포 포함) 노동자 의존도가 높은 국내 건설현장 특성상 인력 수급에도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한 건설사 현장소장은 "각 현장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방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현장 일용직, 그것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완벽히 관리하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그렇다고 특정 국가 출신 노동자들을 완전 배제하기도 어렵다. 일할 사람이 없을 때도 많다"며 "고용노동부나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지침을 내려주는 등 도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건설사의 최대 먹거리인 해외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걱정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중국 현장에 임직원들을 파견한 각 업체들은 일제히 직원들을 국내에 복귀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일부 건설사는 해외 출장 자체를 당분간 금지키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향후 해외사업 수주전에 있어 보이지 않는 차별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과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 속도가 빠른데, 특히 동남아 시장은 현 정권의 신(新)남방정책 기조에 맞춰 많은 건설업체가 진출한 곳이다. 사태가 길어지면 해외사업 추진에 큰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유럽과 중동, 북미 등 현장에서는 아시아업체, 아시아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더욱 심화될 것 같아서 그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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