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여성 듀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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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여성 듀오의 노래
  • 박지순 기자
  • 승인 2009.10.23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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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순의 음악 실타래 5 - 고은희, 이정란의 '사랑해요'
계절마다 유독 사랑 받는 곡들이 있다. 가을을 대표하는 노래를 꼽으라면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신계행의 ‘가을 사랑’, 최백호의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이동원의 ‘가을 편지’(‘가을 편지’는 작곡자인 김민기가 부른 곡도 유명하다.) 정도를 들 수 있을 듯하다.

이 밖에도 가을 분위기가 감도는 곡들이 많겠지만 고은희, 이정란 여성 듀오가 부른 ‘사랑해요’는 25년 세월동안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방송에 흘러나와 지나간 시간을 반추하게 된다.
 
▲ 1984년 대학가요제에 '그대와의 노래'로 출전했을 때의 고은희, 이정란     © 시사오늘

 
‘떨어지는 낙엽들 그 사이로 거리를 걸어봐요. 지금은 느낄 수 있어요.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사의 첫 소절에서 가을의 운치와 낭만이 물씬 풍긴다.

‘사랑해요’는 1985년 지구레코드에서 나온 ‘대학가의 노래시리즈①’에 수록돼 발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어 고은희와 이정란은 단숨에 인기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두 사람은 직업 가수로 오랫동안 활동하지 않아 30대 중반 이전 세대들은 이름을 기억하는 일이 드물듯하다. 고은희, 이정란이 듀오로 무대에 오른 것은 1987년 7월이 마지막이었다.

‘대학가의 노래시리즈①’ 음반에는 ‘그대와의 노래’가 실려 있는데 고은희, 이정란 듀오가 1984년 대학가요제 본선에 진출해 입선한 노래다.
 
본선 무대에 올랐을 뿐 입상을 하지 못해 ‘그대와의 노래’는 84대학가요제 기념음반에 수록되는 데 만족해야했다. 그해 대학가요제 대상곡은 이유진의 ‘눈물 한 방울로 사랑은 시작되고’였다.
 
어떤 계기로 고은희, 이정란 듀오가 대학가의 노래시리즈 음반을 만들게 됐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는 것 같다. ‘사랑해요’의 작곡가 김형성도 80년대 운동권에 관여했다는 이력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 미지의 인물이다.
 
지난 2007년에는 신인가수 지아가 ‘사랑해요’를 리메이크 하기 위해 작곡가인 김형성의 연락처를 공개 수소문한 일도 있다.

아마도 고은희, 이정란의 독특한 음색을 눈여겨본 음반 제작자가 두 사람을 발탁하지 않았을까 한다. 비슷한 경우로 심수봉이 있다. 1978년 대학가요제에서 자작곡 ‘그때 그 사람’으로 출전해 입상하지는 못했지만 발군의 가창력으로 입상자들보다 유명세를 치렀다.

고은희, 이정란은 1964년생 동갑이다. 홍익대에 함께 다니며 음악동아리 ‘뚜라미’의 멤버로 호흡을 맞춰 대학가에서는 일찌감치 인정받는 실력파였다.
 
고은희의 탁 트이고 시원스런 목소리와 이정란의 비음이 섞인 허스키하고 질감 있는 목소리는 절묘한 조화를 이뤄 여성 듀오로서는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를 선사했다는 평을 들었다.
 
‘사랑해요’ 1절에서는 고은희, 2절에서는 이정란이 선창을 맡아 서로의 목소리를 대조시키면서 돋보이게 하고 있다.

대학가의 노래시리즈① 음반 이후 이정란은 1986년 솔로로 ‘대학가의 노래시리즈②’ 음반을 발표해 ‘모짜르트와의 대화’를 히트시켰고 고은희는 1987년 이문세와 듀엣곡 ‘이별이야기’를 불러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 이정란이 솔로로 발표한 '대학가의 노래 시리즈2' 음반     © 시사오늘


필자는 기사를 준비하며 ‘사랑해요’의 동영상 자료를 볼 수 있었는데 지난 2004년 11월 13일 ‘KBS 콘서트 7080’이었다.
 
고은희, 이정란 모두 40대 중년의 나이가 돼 있었고 이정란의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고은희는 세월의 흐름에 비해 외모나 목소리가 1985년 당시와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정란은 20대에 너무나 앳된 모습이어서 그랬는지 ‘나이가 들었구나’ 싶었고 목소리에 비음과 바이브레이션이 크게 늘어 있었다.

고은희, 이정란은 직업적으로 노래를 했다기보다 그저 좋아서 노래를 부른 사람들이 아닐까싶다.

‘사랑해요’가 오랜 세월 사랑을 받는 이유도 프로라고 하기에는 아마추어다운 풋풋함이 배어 있고 아마추어라고 하기에는 프로다운 탄탄한 실력과 구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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