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관전평①] YS계 이성헌 vs 김영춘, 이번엔 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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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관전평①] YS계 이성헌 vs 김영춘, 이번엔 누가 웃을까?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0.02.06 0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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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학생운동, 상도동 비서진으로 정치 입문
16대 총선서 같은 당 소속으로 원내 진입 성공
17대 총선부터 다른 길 희비 교차…21대 총선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YS계 막내그룹의 이성헌 전 의원과 김영춘 의원의 엇갈린 정치 행보가 세간의 관심을 다시금 모으고 있다. 21대 총선의 관전평을 통해 그 전망을 가늠해 봤다.ⓒ시사오늘(그래픽=박지연 기자)
YS계 막내그룹의 이성헌 전 의원과 김영춘 의원의 엇갈린 정치 행보가 세간의 관심을 다시금 모으고 있다. 21대 총선의 관전평을 통해 그 전망을 가늠해 봤다.ⓒ시사오늘(그래픽=박지연 기자)

 

정치사(史)에도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이 포착될 때가 있다. 그 패턴이 발견되면 학습효과로 삼고 이를 반추하거나 과거 사례에 비춰 앞날을 전망하게 되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vs 자유한국당 이성헌.’

라이벌리즘에 빗댈 필요는 없겠지만, 이들의 발자취를 보면 일정한 패턴을 그려왔다. 같은 개혁 성향의 계파적 뿌리를 지녔으면서도 정치 행보는 정반대의 길로 나뉘며 승패의 희비 또한 상반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시기 한 사람이 성공의 축배를 들었다면, 다른 이는 실패의 쓴 잔을 기울었다고 볼 수 있다.

이성헌 전 의원은 전남 영광 출신으로 1984년 연세대 총학생 회장을 지냈다. 같은 시기(84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부산 출신의 김영춘 의원이었다. 둘 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에 전념했다.

정치적 시작점은 YS(김영삼)로부터 출발했다. 이 전 의원은 학생회 주최 행사 섭외를 계기로 YS를 찾아간 것이 인연이 돼 85년 상도동 비서진에 합류했다. 김 의원은 민주화 운동 투옥 이후 87년 이 전 의원의 소개로 비서진에 합류한 경우다. 상도동계 막내그룹이자, YS비서실장 밑에서 정치를 배우고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했던 점에서 둘 모두 ‘DR(김덕룡계)’로도 불리고 있다.

87년 6월 항쟁과 YS 삼당합당, 문민정부 출범을 여는 등 같은 노선을 걷던 두 젊은 정치인은 국회입성마저 같은 해 동반 입성하는 닮은꼴 발자취를 보여준다. 비록 첫 도전기였던 15대 총선에서는 각자 서울 서대문갑(이성헌), 광진구(김영춘)에 나가 낙선했지만, 16대 총선에서는 나란히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이후 정치개혁 실험을 모색하는 쇄신파로 두각을 드러내며 정풍운동의 젊은 피로써 활약을 떨쳤다.

하지만, 17대 총선을 앞두고 두 사람은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인식의 차를 달리 두며 엇갈린 운명에 놓이게 된다.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이회창 대선후보와 구민정계가 손을 잡고 주도권을 잡으면서 YS계였던 개혁 신보수 그룹이 비주류로 밀려나던 때였다. 정치적 가치와 입지를 지키는 면에서 위축돼간 것이다. 

여기서부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전 의원이 당에 남아 YS 개혁 노선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교두보를 넓히자는 쪽이었다면, 김 의원은 당의 수구화에 절망하며 광야로 나가 새로운 정치 실험적 노선을 모색한 경우였다. 지역주의 타파 등을 기치로 2003년 7월 김부겸‧이부영 등 같은 소장파 그룹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서로 달라진 길 위의 시점을 계기로 두 사람의 정치적 성패 또한 희비가 교차하고 만다.

17대 총선을 보면, 노무현 참여정부 때로 탄핵 역풍이 거세게 불던 무렵이었다. 그 결과 여당(열린우리당) 소속의 김 의원은 광진갑에서 당선을, 한나라당 소속으로 나간 이 전 의원은 야당 심판론에 직격탄을 맞으며 낙선하고 만 것이다.

그랬던 이들의 운명은 18대 총선에서 또 엇갈리고 만다. 이명박(MB)정부 초기에 실시된 총선에서 뉴타운 열풍에 힘입은 여당(한나라당)은 대승을 거뒀고, 이 전 의원 또한 당선되는 기쁨을 누렸다. 반면, 김 의원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실패에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제3지대 문국현 캠프에서 잠시 활동하는 등 정치적 유랑기를 보내야 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대 총선에서도 한 사람은 원내 의원이 되고, 다른 한 사람은 원외 인사가 되며 당락의 성패가 갈리고 만다.

당시 총선 결과는 오만한 정부를 심판하고 계파 싸움으로 진흙탕이 된 보수 진영에 책임을 묻듯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참패를,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크게 선전하던 때였다. 여세를 몰아 부산진구갑에 도전장을 낸 김 의원은 당선됐고,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는 첫 해양수산부 장관에 발탁되는 영예마저 안았다. 그에 반해 이 전 의원은 20대 총선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서대문갑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시며 심기일전의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이제 정치적 궤도를 달리 그어왔던 두 사람은 21대 4‧15 총선이라는, 또 한 차례의 도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

김 의원이 일찌감치 PK(부울경) 대망론에 불을 지피며 영남의 대표주자로 부산진구갑 출마를 준비 중에 있다면, 지난 4년간 서대문갑 표밭갈이에 주력했던 이 전 의원은 총선 승리를 되 뇌이며 와신상담 중에 있다.

여전히 세간의 관심을 살만한 두 사람의 얄궂은 정치적 여로 앞에 과연 누가 웃게 될까. 혹은 이번에야말로 같이 웃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미 지난 2012년 이들의 엇갈린 정치 행보에 대해 조명한 바 있던 정세운 평론가는 5일 통화에서 “16대 총선처럼 함께 웃을 수 있는 정치적 상황이 오면 좋겠지만, 녹록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평론가는 “개혁적 성향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이 16대 총선에서 나란히 원내에 진입했을 때는 같은 당 소속이었다”며 “그러나 이후 다른 길을 가면서 시대적 정치 환경에 따라 한 사람은 웃고, 한 사람은 울 수밖에 없는 우여곡절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도 정권 심판론이냐, 야당 심판론이냐 등의 정국 현안을 놓고 여론 또한 엇갈리는 분위기”라며 “서로가 대척점에 놓인 당 소속인 만큼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당락이 교차될 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두 정치인 역시 일련의 관전평에 너털웃음을 보이면서도 승패의 교차점이 어찌될지 내심으로는 더욱 궁금해 할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김 의원 측은 이날(5일)통화에서 “정권 심판론이 정치권 안에서야 핫한 이슈일 테지만 지역 사정은 또 다르다”며 “부산 발전에 누가 더 기여를 더 많이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등의 맥락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실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어디든 쉬운 선거가 없겠지만 (민주당 텃밭이 아닌) 어려운 곳에서 열심히 해 당선됐고 성실히 활동해 온 만큼 지역민도 알아주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또 한 번의 재선에 성공하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김부겸‧김두관 의원 등과 함께 낙동강 벨트를 책임질 각오에 대해 “정통적으로 영남은 자유한국당 쪽에서 거의 독식하다시피 해왔다”며 “민주당에서 절반 정도는 차지해 정당 간 건강한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 전 의원은 같은 날 통화에서 “국민을 무시하는 문재인 정권의 폭주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정권 심판론이 대다수 유권자들 저변의 주요 과제로 부상할 만큼 하늘을 찌르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며 “우리 (서대문갑) 지역 또한 마찬가지다.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전 의원은 자신과 김 의원 모두 개혁적 행보의 정치인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이라는 말이 두루뭉술하게 쓰이며 만고의 진리가 될 수는 없다”며 “자유민주주의 정체성 부분을 훼손하지 않는 틀의 개혁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뒤이어 “평생을 반독재 투쟁에 앞장선 YS가 살아있었다면 청와대 하명수사 선거개입 부정 의혹과 북한 추종 등 자유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는 작금의 정국에 단호하게 대처했을 것”이라며 “개혁파인 김 의원이 민주당에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보지만, 지금도 그 노선을 이어가는 것이 맞다면 이런 문제들에 대해 눈을 감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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