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정치는 꿈꾸면 안 되나요?
[취재일기] 정치는 꿈꾸면 안 되나요?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0.02.07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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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 번쯤은 꿈꿔볼 수 있는 거잖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선배의 말씀이 자꾸만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국회의사당의 예쁜 야경을 뒤로 하고, 집을 향해 터벅터벅 걷던 어느 퇴근길이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수많은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들었고, 끝없이 쏟아지는 보도 자료를 읽어냈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하필 한 문장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꿈같은 얘기다.”

시간을 돌려, 머리를 질끈 묶고 버스를 탄 어느 새벽이 떠올랐습니다. 고3인 게 분명한 그의 손에는 작은 개념서가 한 권 쥐어져 있었습니다. 책은 시민단체와 이익집단, 그리고 정당을 구분했고, 그중 정당 옆에는 ‘정권 획득을 목표로 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지금, 당시엔 그저 외우기 바빴던 그 문구가 얼마나 정당의 목표를 잘 설명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7일 기준 제21대 총선을 68일 앞두고, 각 정당이 총선 승리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직접 보고 느끼고 있으니까요.

어김없이 국회에는 정당과 개별 의원들이 내놓은 정치 공학적 계산식이 목소리와 글자를 통해 나뒹굴었고, 학계와 언론은 수식 속 변수를 고려해 계산하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저마다 도출한 결과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해 발표했습니다. 결론은 언제나 한 방향을 향했습니다. 수식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 말이죠. 그러나 풀이과정 중 어느 곳에서도 중요한 가치나 국민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보수통합 역시 총선 승리를 위해 고려되고 있는 사항 중 하나입니다. 새로운보수당이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아야 하는 이유를, 안철수신당(가칭)이 살아남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할 때도 그랬습니다. 정치는 세력(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정치는 인맥을 갖고 하는 것이라고. 세력 없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꿈같은’ 얘기라고.

이를 증명하듯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을 종식시킬 방법으로 3당 합당을 택했습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을 수 있다는 명목이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념적 차이가 있었지만 김종필과의 DJP연합이 없었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정치는 이상(理想)이 아닌 현실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대의를 꿈꾸더라도, 결국 선거 앞에서는 현실을 생각해야만 했습니다. 더욱이 오늘날 대한민국처럼 좌우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때일수록, 국민들은 가치를 위한 소신투표보다 사표가 되지 않을 전략적 투표를 했습니다. 이는 선거 경합도가 높아지면서 한 표의 가치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 건너편의 소식은 정치를 또 한 번 꿈꾸게 합니다. 지난 3일 미국 아이오와에서 열린 민주당 코커스(당원대회)에서는 중도 세력, 피트 부티지지가 1위를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극렬하게 대립하는 와중에 일어난 38살 부티지지의 돌풍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많습니다. 정치 공학적 수식에는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정치에 느낀 국민들의 피로감을 변수로 넣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철없는 막내 기자가 나지막이 토를 달아봅니다. 

“그래도 우리 한 번쯤은 꿈꿔볼 수 있는 거잖아요.”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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