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수싸움 치열…조현아, 주인공될까 들러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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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수싸움 치열…조현아, 주인공될까 들러리될까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0.02.10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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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모습. ⓒ 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모습. ⓒ 대한항공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치열한 수싸움과 여론전을 펼치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모두 경영 쇄신을 주창하며 명분쌓기에 주력, 오는 3월 주총에서 주주들의 마음을 얻겠다는 각오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의 경우에는 자기 세력을 구축한 조원태 회장과 달리 지지 기반이 약한데다, 외부세력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남 좋은 일만 시키는 들러리 신세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월 말 KCGI, 반도건설과 손잡고 反조원태 연합을 결성한 데 이어, 조 회장이 내놓은 경영쇄신안에 대해서도 실질적 내용없는 과거의 대책들만 나열해 주주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의 노림수는 사실상 오너家 친족들을 등지고 반란을 일으킨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미약한 명분을 대신할 실리 추구로 요약된다. 조 회장이 적자라는 타이틀만 있을 뿐 형제들 중에서도 경영 능력을 입증한 바 없고, 한진그룹의 경영 악화마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 경영인 제도 도입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

이는 향후 본인의 경영 일선 복귀에 족쇄를 채울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한진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된 작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마지막 필승 카드로 해석된다. 오너가 일원이자 맏이임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그룹 경영에서 배제됐으며, 회사 내 직함마저 없어 600억 원에 이르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반면 조원태 회장은 선친인 조양호 회장이 작고한 이후 총수에 등극하며 실권을 장악한데다, 동생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마저 지난해 6월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시키며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등 그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언쟁을 벌였지만, 이를 수습하며 오너가의 경영권 방어에 가족들이 힘을 모으기로 약속받기까지 했다. 나아가 조원태 회장 측은 고강도 경영쇄신안에 조 전 부사장이 담당해왔던 호텔·레저 사업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포함시키며 잔재 청산에도 본격 돌입했다.

이에 조 전 부사장 측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조원태 회장이 기존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방안들이 이미 지난해 언급했던 내용들을 재포장한 데 불과하다는 입장을 낸 것. 호텔·레저 사업 부문 개편안 역시 사업성 검토 후 방향성을 정한다는 모호한 말로 일관하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으라고 일갈했다.

이같은 여론전은 조원태 회장이 주주가치 제고가 아닌 경영권 수성에만 몰두하고 있음을 부각시켜 경영 능력을 깎아내리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물론 조현아 연합이 공세 수위를 높일 수 있는 배경에는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셈법도 작용하고 있다.

우군으로 내세운 KCGI와 반도건설이 한진칼(한진그룹 지주사) 지분을 각각 17.29%, 8.28% 보유한 데다 해당 지분을 공동 보유하기로 결의하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총 31.98%에 달하는 확고한 지분을 확보한 것. 이는 조원태 측 우호지분인 33.45%에 견줘 전혀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4.11%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와 함께 30% 가량의 지분을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의 판단이 경영권의 향배를 결정지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문제는 이번 경영권 분쟁이 한진그룹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설령 조현아 전 부사장이 주총에서 이길 경우 가족들로부터 배척당하며 그룹 내 잃었던 지위를 되찾을 수 있겠지만, 정작 본인이 한진그룹을 차지하는 대신 되려 파트너인 KCGI와 반도건설에 의해 경영권을 잠식당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현금부자로 통하는 반도건설의 경영권 개입 및 이를 통한 항공업 진출로의 사업다각화 시도가 이뤄질 수 있는 데다, 사모펀드인 KCGI가 주가 부양 이후 지분을 털고 나갈 경우 경영권 혼란이 가중될 수 있는 것. 조현아 전 부사장이 3자 연합 당시 안전장치를 마련해놨다 치더라도 경영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기업 가치 훼손은 물론 본인을 포함한 오너가의 입지 축소마저 불가피해져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총을 앞두고 계속되는 경영권 분쟁은 결국 주가 부양으로 이어져 한진칼 지분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기업들에게 이윤을 안겨다 줄것"이라며 "결국 경영권에 타격을 입는 오너일가가 아닌 이상,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만큼 이를 장기적으로 끌고가려는 움직임도 살펴봐야 한다. 결국 주총 결과와 상관없이 진정한 승자는 조원태도, 조현아도 아닐 수 있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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