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부동산 매수시 이상하면 ‘사해행위’ 의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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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부동산 매수시 이상하면 ‘사해행위’ 의심해라
  • 안철현 변호사
  • 승인 2011.11.1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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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철현 변호사)

강씨는 어느 날 법원으로부터 날아온 우편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뭔가 하고 급하게 열어보니 제목은 소장이라고 돼있고 사건번호도 있었다. 원고는 최씨로 자신은 피고로 돼있었다. 그리고 사건번호 옆에는 사해행위취소라고 적혀 있었다.

강씨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죄는 짓지 않고 살았던 것 같은데 이유 없이 겁부터 덜컥 났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지 몰라 소장에 있는 내용을 자세히 읽어 보니 얼마 전 자신이 매수한 부동산과 관련된 일인 듯 했으나 왜 자신이 이렇게 소송에 휘말리게 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수소문 끝에 법률전문가를 어렵게 찾아 물어 보니 이런 내용이었다.

3개월 전에 강씨는 공인중개사의 중개로 당시 급매로 나온 아파트를 김씨로부터 매수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김씨는 이미 이전부터 채무가 많아 빚 독촉을 받고 있었고, 그가 가진 재산은 그 아파트가 전부였다. 이런 경우 김씨의 채권자는 그나마 김씨 소유의 아파트를 통해 자신의 채권을 회수할 수 있었는데, 강씨에게로 소유권이 넘어가 버리는 바람에 그 가능성을 잃어버린 셈이었다.

여기에서 만약 강씨가 그 사실을 잘 알고도 김씨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해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것이라면 그 채권자의 채권을 해한 것이 된다. 따라서 김씨의 채권자가 김씨의 재산을 매수한 강씨를 상대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이라는 것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채권자취소권’이라고 하고 이런 소송을 ‘사해행위취소소송’이라고 한다. 원래 채무자의 총재산은 총채권자의 공동담보가 되는데, 채무자가 채권의 공동담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의 재산을 감소케 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의 보호를 위해 그러한 채무자의 재산감소행위의 효력을 부인하고 일탈한 재산을 도로 찾아 채권의 공동담보를 보전·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민법에 이런 제도를 둔 것이라 이해하면 된다.

위 사례와 같이 김씨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사해행위가 되고  강씨가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것이라면 최씨의 입장에서는 강씨와 김씨 사이의 부동산매매계약을 취소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시킬 수 있게 된다.

그러니 강씨가 위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매수한 그 아파트는 다시 김씨에게 돌려줘야 하는 꼴이 되는 반면 김씨에게 준 매매대금은 현실적으로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했으니 김씨에게 지급한 돈 8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

소장에서 원고인 최씨의 주장은 강씨가 김씨의 사해행위에 가담해서 허위로 아파트를 양수함으로써 자신의 채권을 해했다는 것인데 그 이유도 그럴싸했다. 그 아파트의 매매대금이 실제 시가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계약이 돼있고, 강씨가 김씨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한 흔적도 없는데다 계약상 계약금과 잔금 지급기일이 불과 1주일도 되지 않는 것으로 봐 실제 매매한 사실도 없으면서 자신을 해하기 위해 꾸민 일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강씨는 김씨와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김씨가 사업에 급하게 쓸데가 있어 급매로 내 놓는다고 했고 그래서 시가 보다 5000만원 더 저렴하게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사업상 급하게 쓸 돈이라고 하면서 현금으로 잔금을 지급해 달라는 요청에 어렵사리 현금으로 지급한데다 계약금을 지급한 후 5일 만에 잔금까지 지급했다. 그러니 통상의 부동산매매계약과 비교한다면 이례적인 것은 사실이었으니 의심할 만도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소개로 고액의 수임료를 주면서까지 변호사를 선임해서 최씨와 싸울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물론 강씨는 그와 같은 거래를 하게 된 배경도 설명하고 필요한 증거자료도 어렵사리 모아서 결과적으로는 승소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요된 비용과 시간에 대해서는 별 보상도 없이 수개월을 초조해 하면서 보낸 뼈아픈 기억을 남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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