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딜레마’ 이면에는 ‘윤석열 트라우마’ 있다?
‘황운하 딜레마’ 이면에는 ‘윤석열 트라우마’ 있다?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0.02.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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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보류·정봉주 부적격, 황운하는 적격?… 같은 의혹 다른 판정에 당원들도 불만
민주당 '황운하 감싸기'는 '황운하 딜레마' 기인… 검찰수사 비판·윤석열 견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민주당의 알 수 없는 '황운하 감싸기' 뒤엔 '윤석열 견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알 수 없는 '황운하 감싸기' 뒤엔 '윤석열 견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예비후보 검증을 둘러싸고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검증위)의 4·15총선 예비후보 적격·부적격 판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김의겸 전 대변인엔 보류, 정봉주 전 의원에겐 부적격 판정을 내린 공관위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된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에 대해선 적격 판정을 내린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당의 이러한 결정 뒤엔 ‘윤석열 트라우마’가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검증위는 지난달 28일 4·15 총선 예비후보자 자격 심사에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세 번째 ‘보류’ 결정을 내린 반면, 황운하 원장(전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겐 ‘적격’ 판정을 내렸다. ‘성추행 사건’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9일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서울 흑석동 투기 의혹’을 받고 있던 김 전 대변인의 경우 세 번의 보류 판정을 받고 나서 지난 3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이달 초 기자와 만나 “당의 불출마 시그널”이라면서 “당뿐 아니라 청와대에서도 ‘명예로운 퇴진’을 종용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당이 김 전 대변인의 자진 불출마를 압박했다는 것. 

진성준 검증위 간사위원은 지난달 28일 보류 판정에 대해 “추가로 확인해야할 사안이 다시 발생해 추가 조사를 해서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이라면서도 추가로 확인해야 할 사안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검증위 측은 지난 3일 기자와 만나 “국민의 눈높이 등 정무적 판단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김 전 대변인의 보류에 ‘정무적 판단’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반면 김 전 대변인에게 세 번째 보류 판정이 내려진 날, 황 원장은 ‘적격’으로 심사를 통과했다. 황 원장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 4명은 ‘청와대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으로 인해 검찰로부터 지난달 29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황운하 원장을 공천에서 전면 배제시키면, 청와대와 민주당이 선거개입 의혹으로부터 떳떳하지 못하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우려해 무리해서 적격 판정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뉴시스
황운하 원장을 공천에서 전면 배제시키면, 청와대와 민주당이 선거개입 의혹으로부터 떳떳하지 못하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우려해 무리해서 적격 판정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뉴시스

이로 인해 야당뿐 아니라 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같은 ‘의혹’ 수준이어도 보류와 부적격, 적격으로 갈라지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에서다. 예비후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당 지도부나 청와대의 사심(私心)이 지나치게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지난 11일 논평을 통해 “청와대와 민주당은 국민보다 황운하의 입이 더 무서운가”라며 “만약 민주당이 기어코 황운하에게 공천장을 쥐어준다면 그것은 민주당의 울산시장 선거승리를 이끈 공을 인정해 답례품을 하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황 전 청장의 적격 판정을 향해 “왜 황운하는 되고 정봉주는 안 되느냐”며 이해찬 대표의 중립성을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이러한 민주당의 ‘황운하 감싸기’는 검찰과의 대립각을 세우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는 분석이다. 황 원장을 공천에서 전면 배제시키면, 청와대와 민주당이 선거개입 의혹으로부터 떳떳하지 못하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우려해 무리해서 적격 판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예비후보 측은 지난 12일 통화에서 “‘검찰 수사가 엉터리’라는 인식은 민주당원이라면 공유하고 있는 생각”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당심(黨心)에 어긋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기소된 황운하도 의원자격이 있는데 무죄 받은 정봉주가 왜 자격이 없냐는 저들(정봉주 지지자)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며 “다만 민주당은 황운하에게 자격을 안 주면 선거 개입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꼴이 되고, 정봉주는 이미 당의 입장에서 효용이 없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민주당의 결정 이면에는 ‘윤석열 견제’도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기가 높아지는 현상이 총선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윤석열 총장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세계일보>의뢰로 지난달 26~28일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호감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32.2%)에 이어 2위(10.8%)를 기록해 황교안 한국당 대표보다도 앞선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세운 시사평론가도 지난 13일 통화에서 “황 원장은 민주당의 딜레마”라고 전제한 뒤 “높아지고 있는 윤 총장의 인기는 그와 대립관계인 민주당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다. 윤 총장의 인기가 결코 민주당에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도 윤 총장의 대권주자 여론조사를 보고 긴장했을 것”라면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황 원장을 '문제없음'으로 결정내리고 대중들의 검찰에 대한 불신을 자극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 이 기사에서 참조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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