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자자-증권사 싸움에…금융당국은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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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투자자-증권사 싸움에…금융당국은 뭐했나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02.17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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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없는 정책과 자기반성 없는 뒷북은 오해만 자초할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중회의실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참석하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중회의실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참석하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해피콜은 기존에도 증권사마다 진행해왔다."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이 금융투자업계 해피콜 제도 가이드라인을 도입한다고 발표했을때, 한 증권사 관계자가 기자에게 했던 말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증권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해피콜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모든 증권사들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증권사들이 취급하는 상품은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통합 가이드라인에 부합하기 위해선 자사 제도를 변경하면서 인력과 비용을 추가로 소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또한 제도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활성화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 이해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 두루뭉술한 정책이며, 불완전판매 감소에는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최근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대응하는 금융당국의 자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번 사태의 시작이자 문제의 본질인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조사 계획은 자세히 기술돼 있지 않았고, 스스로의 '책임'에는 한발짝 물러선 느낌이다.

많이 알려졌듯,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모험자본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당시 공모펀드가 잘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사모펀드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부실펀드가 시장에 흘러들었고, 투자자들은 적지않은 피해를 보게 생겼다. 금융당국과 정부는 규제만 낮추면 모험자본이 활성화되고, 시장은 자정(自淨)될 것이라고 본 것일까.

사실, 지금 발표된 모니터링 등 개선방안은 5년 전에 나왔어야했다. 막대한 인력과 비용이 소모되는 증권사 해피콜 가이드라인을 굳이 통일하는 것보다 과거 잘못된 정책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했다. 제도가 운영된지 5년이 돼 가는데, 이제서야 보완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한다고 하는 건 너무 늦은감이 있다. '소'는 이미 '외양간'을 떠났고, 외양간을 고치기에는 1조원이 넘는 수리비가 들게 생겼다. 

또한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 증권사들에게 운용사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감시기능을 맡긴다는 개선책도 마찬가지다. 보통 증권사와 운용사들은 서비스 계약을 맺고 있는데, PBS를 전개하고 있는 몇몇 증권사들에게 이 기능을 부여한다면 권한이 없는 형식적인 감시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PBS 증권사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에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일부 사모펀드의 문제만으로 보는 금융당국의 '시각'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핵심없는 정책과 자기반성 없는 '뒷북' 은 오히려 오해만을 자초할뿐이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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