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뉴스] 대한민국 고객들은 다임러가 아닌 ‘벤츠 삼각별’을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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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뉴스] 대한민국 고객들은 다임러가 아닌 ‘벤츠 삼각별’을 구매했다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0.02.17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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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러 본사에 좌지우지된 벤츠코리아의 부산모터쇼 불참 소식…말로만 ‘감사’ 아닌 지금이 고객 성원에 보답할 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오는 5월 개최되는 부산모터쇼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 메르세데스 벤츠 CI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오는 5월 개최되는 부산모터쇼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 메르세데스 벤츠 CI

국내 수입차 시장의 No.1 자리를 지키며 쾌속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최근 들어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모습입니다. 국내에서 매년 역대급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4회 연속 참가해 왔던 부산모터쇼에 올해는 돌연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인데요.

이는 미디어와 고객들 앞에서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입이 닳도록 강조하면서도 정작 한국시장이 벤츠 코리아를 필요로 할 때는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있다는 점에서 '괘씸죄'를 산 것이라 볼 수 있겠네요.

물론 벤츠 코리아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불참 결정은 벤츠 코리아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닌 글로벌 본사 지침에 따른 것으로, 오는 5월 개최되는 부산모터쇼뿐 만 아니라 본사 차원에서도 글로벌 유수의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나름 일리있는 주장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모터쇼 위상이 점차 축소되면서 투자 비용 대비 마케팅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업체들이 볼멘 소리가 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다보니 계륵으로 전락한 모터쇼 참가를 두고 당사가 아닌 주변에서 왈가왈부 한다는 것은 월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하지만 벤츠 코리아의 이번 부산모터쇼 불참은 여전히 찝찝한 뒷맛을 남길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국내 고객들에게서 거둬들인 막대한 수익이 정작 국내시장에 재환원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벤츠 코리아는 지난 2017년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726억 원 중 63.2%에 달하는 459억 원을 독일 벤츠 본사인 다임러AG(지분 51%)와 말레이시아 화교 재벌 레이싱홍그룹의 계열사인 스타오토홀딩스(지분 49%)에 배당했습니다. 2018년에도 당기순이익 1391억 원 중 557억 원을 이들에게 배당했는데요. 배당성향은 40% 수준으로 낮춰졌지만, 금액 면으로는 오히려 100억 원이나 늘어 좋게 해석하기 어렵네요.

더불어 해당 배당금을 감한 이익잉여금 규모도 2017년 2040억 원에서 2018년 2866억 원으로 1년새 826억 원 늘어났습니다. 이처럼 쌓인 이익잉여금은 주총 결의만 거치면 배당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외국 자본의 배만 불려주는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같은 기간 기부금은 25억~26억 원 수준이라고 하니 초라하기 짝이 없네요.

지난해에도 벤츠 코리아는 국내 시장에서 역대 최대치인 7만8133대를 판매했기에, 최소 1000억 원이 넘는 순익을 무난히 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실적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오는 4월 공시될 감사보고서를 살펴봐야 하기에 아직 예단하기 이릅니다. 다만 2018년 7만798대를 팔았을 당시 거둬들인 순익이 1391억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해당 수치보다 줄어들었을 가능성은 희박해보이네요.

반면 불참을 선언한 부산모터쇼의 행사 참가비는 40억 원 안팎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는 가장 최근 자료인 2018년 벤츠 코리아의 순이익 1391억 원 중 2.9%에 그치는 수준으로, 같은해 집행된 배당금 557억 원과 비교해서도 7.2%에 불과합니다. 판매 확대를 위해서라면 판관비도 1년새 200억 원 가량 늘려 1500억 원 수준까지 증액시킨 벤츠 코리아가 여론의 반감을 사면서까지 몸을 사리는 이유를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네요.

이에 대해 업계는 벤츠가 한국 시장에서의 실적 잔치와는 반대로 글로벌 본사 다임러의 순이익이 지난해 60% 넘게 감소한 3조5000억 원에 그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합니다. 서슬퍼런 구조조정의 칼날 속 한국 시장만이 견조한 실적을 앞세워 그 화를 피했지만, 불필요한 비용은 본사 눈치를 보며 무조건 절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네요.

하지만 다임러가 아닌 벤츠를 선택한 국내 고객들의 피,땀 어린 돈이 그중 극히 일부마저도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최대 자동차 업계 이벤트인 부산모터쇼 재원으로 쓰일 수 없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네요. 벤츠 코리아가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이미 인식하고 있는 본사를 설득시키고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충분히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마저 남습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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