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가 뭔데요?’…강원 부동산시장, 올림픽後 끝없는 악화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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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효과가 뭔데요?’…강원 부동산시장, 올림픽後 끝없는 악화일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2.17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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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매매가격지수 22개월 연속 하락
큰손 OUT…준공後 미분양 주택수 증가
“수도권만 바라보는 文정부 대책 영향”
잇단 청약 미달 사태, 올해는 다를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강원 강릉 도심 전경 ⓒ 강릉시 제공
강원 강릉 도심 전경 ⓒ 강릉시 제공

강원 지역 부동산 시장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줄곧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전세가가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지역 주민 주거권에 위협을 줄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문재인 정부의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원 지역 월간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폐막한 뒤 그해 4월부터 하락세로 전환, 2020년 1월까지 22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보를 보였다. 이 기간 동안 하락폭은 더욱 커졌다. 강원 지역 주택 매매가격의 연도별 변동률은 2018년 -1.57%, 2019년 -2.93% 등으로 집계됐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이달 2주차까지 강원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누적 변동률은 -0.27%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5대광역시, 8개도 등 전국 모든 지역 중 경북(-0.28%)에 이어 2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미분양 물량 흐름 역시 비슷하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미분양주택현황보고 자료에 따르면 강원 지역 미분양 물량은 평창올림픽 개최 전인 1월 2693가구에 머물렀으나 폐막 직후인 그해 3월에는 5215가구까지 치솟았다. 이후 5000가구 중반대를 유지하던 강원 지역 미분양 주택은 2019년 8월 10년 만에 8000가구를 넘기기에 이른다.

현재 강원 지역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2월 기준 5945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64% 증가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악성 미분양이라 평가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2018년 말 733가구에 그쳤던 강원 지역 공사완료후 미분양 물량은 2019년 말 911가구로, 24.28% 증가했다.

이처럼 강원 지역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주된 이유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유입됐던 큰손들이 지역을 빠져나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살펴보면 강원 지역 전체 주택 매입 거래량은 2017년 2만8607가구, 2018년 2만2327가구, 2019년 2만2454가구 등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소폭 반등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 거주자의 매입 거래량은 2017년 4484건, 2018년 3098건, 2019년 2093가구 등으로 반등 없이 하락세를 유지했다.

이는 올림픽 등 호재가 마무리된 점도 있지만 서울·수도권을 겨냥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 영향이 크다는 게 지역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서울 거주자의 강원 지역 주택 매입 거래량은 2018년 8월 727건에 달했으나, 9·13 부동산 대책이 있었던 그해 9월에는 177건으로 위축됐다.

원주 지역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언뜻 생각하면 수도권 규제가 강원 부동산 시장에 풍선효과를 부를 것 같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니까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인 수도권 비규제지역이나 지방 광역시에 투자가 몰리지, 강원은 불안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또한 "강원 지역은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특수한 호재로 단기간 집값이 대폭 오른 곳이다. 당시에 공급량이 너무 많기도 했다. 그런 호재가 끝나는 시점에 부동산 대책까지 겹치면서 집값 하락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매매시장은 물론이고, 분양시장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서울 강남, 수도권 집값 잡는 데에만 혈안이 돼 지방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강원 지역 맞춤형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평창동계올림픽 직전인 2018년 1월 공급된 '춘천파크자이', 직후인 그해 3월 분양한 '춘천 센트럴타워 푸르지오' 등은 각각 1순위 청약에서 17.3 대 1, 27.03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7월 공급된 '춘천 우두지구 이지더원'의 경우 903가구 모집에 1·2순위에서 281명만이 청약해 622가구가 미달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비슷한 시기 분양한 '주문진 벽산 블루밍 오션힐스'도 0.3 대 1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올해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SOC사업 호재가 끝나는 시점에 12·16 부동산 대책이 겹쳤기 때문이다. 올림픽 폐막과 9·13 부동산 대책이 겹쳤던 2018~2019년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원도의 경우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가 속초, 양양, 강릉, 춘천 등 지역 내 핵심 부동산 투자처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외부 유입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 실정"이라며 "그리고 거래량이 줄어들고 분양은 안되는데 전세가는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은 집값 하락 기대감에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있고, 공급자들은 집값 하락분만큼 전월세로 만회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강원 지역 전세가격 누적 변동률(2020년 1월~2월 2주차)은 0.17%로, 전년 동기(-0.8%) 대비 상승전환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다른 전망도 제기된다. 공급량 감소로 올림픽 이후 지속된 공급과잉 현상이 해소될 공산이 큰 데다, 브랜드 아파트 분양도 앞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시장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강원 지역에는 8곳(임대, 오피스텔 제외)에서 6080가구가 공급될 예정인데, 이는 지난해 실제 공급 물량보다 2714가구 줄어든 수준이다. 또한 GS건설, 롯데건설, 제일건설 등 지역에서 선호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들의 브랜드 아파트가 분양 준비 중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2016년~2017년 3만1000여 가구가 공급되는 등 일시적으로 공급이 늘어나면서 강원도 일부 지역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공급이 줄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고, 미분양도 급격히 감소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아파트 공급이 없었던 속초에 대형 건설업체 물량이 나올 예정이어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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