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치상식] 1985년 신민당 돌풍, YS와 DJ의 합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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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정치상식] 1985년 신민당 돌풍, YS와 DJ의 합작품이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2.20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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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당 창당 부정적이었던 DJ…선거 나흘 전 귀국으로 도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미국 정치인과 언론인들에 둘러싸여 김포국제공항으로 귀국하는 DJ의 모습. ⓒ문화체육관광부 e영상역사관
미국 정치인과 언론인들에 둘러싸여 김포국제공항으로 귀국하는 DJ의 모습. ⓒ문화체육관광부 e영상역사관

1985년 2월. <뉴스위크>는 ‘A Stormy Homecoming(폭풍의 귀국)’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보도했다. 제12대 총선을 나흘 앞두고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조명하는 내용이었다.

DJ의 귀국은 폭풍을 몰고 왔다. DJ가 도착한 날, 김포공항은 “김대중, 김대중”을 연호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뤘다. 전두환 정권이 곧바로 DJ 부부를 격리시켰지만, ‘발 없는 말’이 ‘천 리’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흘 뒤, 신민당은 제12대 총선에서 무려 67석을 얻어 ‘관제 야당’인 민한당을 제치고 제1당으로 등극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역사는 제12대 총선을 이렇게 기록한다. “YS와 DJ가 힘을 합쳐 일으킨 ‘신민당 돌풍’이 전두환 정권에 치명상을 입힌 선거다.”

그러나 여기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존재한다. 당초 DJ는 신민당에 참여할 의지가 없었다. 당시 미국에 체류 중이던 DJ는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가 만들어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당연히 민추협을 모태(母胎)로 한 신민당 창당에도 부정적이었다.

DJ의 정치적 동지였던 故 김상현 전 의원은 2014년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DJ는 미국에서 민추협 조직과 발족을 반대했다. 그런데 내가 독자적으로 밀고 나간 거다. 그래서 나중에 DJ와 갈등관계가 조성되기도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에 DJ는 동교동계 핵심 인사였던 권노갑, 정대철, 김옥두 등의 신민당 참여를 만류했다. 오히려 관제 야당으로 불렸던 민한당 행을 추천했다. 김상현에 따르면, DJ는 신민당 창당 직전 김상현에게 심기석과 김홍일을 보내 “신당에 참여하면 절교를 선언하겠다”고 전했다고 한다.

당시 민한당에 입당했던 정대철도 2017년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한참 뒤에 DJ에게 ‘어차피 민주화운동도 함께 하는 거, 괜히 민한당 갔다가 한번 낙선했잖습니까’라고 농담 반으로 이야기했더니, DJ도 웃으면서 ‘미안하다. 그땐 우리(동교동계)가 독자적으로 하는 게 맞다고 봤다’고 대답하더라”고 했다.

실제로 제12대 총선에서 권노갑 등 동교동계 핵심 인사들은 2·12 총선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대철도 신민당이 아닌 민한당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했다. 요컨대 DJ가 나흘 전 귀국으로 ‘신민당 돌풍’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신민당을 ‘양김(金)’의 합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미다.

Fact – 당초 DJ는 신민당 창당에 부정적이었다. DJ가 신민당에 참여한 것은 나중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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