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보수통합신당 출범-건전한 수권정당으로
[이병도의 時代架橋] 보수통합신당 출범-건전한 수권정당으로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2.22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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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우려 깨는 '혁신(革新)'을
민생(民生) 공약 대결 나서야
중도층 지지 확장 실용정책 과제
보수가치·정치쇄신 실천의지 관건
낡은 구태 과감히 떨쳐내야 미래 있다
반문(反文) 위주 말고 새 비전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이른바 보수 진영을 아우르는 통합 신당이 공식 출범했다.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 그 밖의 전진당, 시민단체 등이 합쳐 미래통합당을 창당함으로써 보수세력의 단일대오가 형성됐다. 보수진영에서 신설 합당이 이뤄진 것은 1997년 한나라당 출범 이후 23년 만이다.

미래통합당이 강력한 견제 세력이 돼야만, 자유민주주의의 기초인 '견제와 균형'이 다시 설 자리를 찾게 된다. 

의석 113석을 가진 거대 제1야당의 출범으로, 실종된 보수의 가치를 되살리기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 정당정치가 좌우 균형을 회복할 토대를 마련했다는 차원에서 일단 반길 일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나머지 절반의 변화는 이제부터 만들어가야 하고, 그것은 총선에서 받아들 통합의 성적표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보여주는 정당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잃어버린 보수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른바 보수 진영을 아우르는 통합 신당이 공식 출범했다.ⓒ뉴시스
이른바 보수 진영을 아우르는 통합 신당이 공식 출범했다.ⓒ뉴시스

중도세력 아우를 쇄신 주도해야

지금 자유보수 진영에는 문재인 정권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저지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조국 사태와 사법 방해, 북핵 문제, 부동산 정책 등 정부의 실정과 민주주의 유린 행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보수 야당은 무능·무기력했다. 

보수 정당 혁신이 구호에 그친다면 이번 통합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미래통합당 출범이 보수 정치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려면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패를 가를 최대 관건은 무엇보다 진보·보수 진영논리를 뛰어넘어 중도세력의 마음까지 잡을 수 있느냐다. 낡은 보수의 구태를 벗겨내고 중도 세력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일대 쇄신을 주도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있다. 

야권은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고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돼야 한다. 총선 승부는 보수-진보 진영을 넘어 중도 표심(票心)을 누가 가져오느냐에 달려 있다. 

실용정치 토대...품격있는 보수 깃발을

미래통합당은 시대정신에 따라 국민 기대를 뛰어넘는 담대한 도전과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 때 희망과 미래가 있다.

자유 민주 공화 등 지키려는 가치가 너무도 확고한 보수의 미덕은 그것을 위해 발휘하는 유연함에 있고, 이는 진영 정치를 뛰어넘는 실용 정치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유와 시장 질서를 존중하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진 자의 도덕적 책무)에 입각한 품격 있는 보수의 깃발을 드는 게 더 중요함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우선적으로 자기 희생과 과감한 혁신을 보여 줘야 한다. 혁신을 실천하고 새로운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통합당은 당이 추구할 가치로 혁신과 확장, 미래를 내걸고 문재인 정부 심판을 다짐했지만, 여권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이 아니라 보수 통합의 기치에 걸맞은 비전과 대안으로 승부해야 한다. 

여당의 오만으로 정권심판론이 세를 얻고 있지만 아직 멀었다. '통합당'의 '미래'는 지금부터 하기 나름이다.

보수야당 부실, 성찰 부터 

지금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멈추게 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정부 견제론'(45%)이 '정부 지지론'(43%)보다 처음으로 높게 나올 만큼, 중도층 상당수가 현 정권의 실정에 등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정부 여당의 오만과 실책은 유권자들의 정권 견제 심리를 크게 높였다. 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정권 심판, 나아가 통합당 승리로 이어질 수는 없다. 

국가안보가 위협받고, 생경하고 실험적인 경제이론으로 성장엔진을 식게 하고, 헌법 가치가 흔들리는 사태가 반복돼도 보수 야당이 최소한의 저지도 못 한 것을 반성하고, 근본 원인을 성찰하는 것으로 통합당은 출범 의지를 다질 필요가 있다.

통합당이 내건 미래는 철저한 기득권 버리기와 쇄신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 잘못된 정치관행과 결별하고, 과감한 자기 쇄신과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 

우선은 올 4·15 총선에 참신하면서도 시대정신을 갖춘 인물을 공천함으로써 스스로 달라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국민공감 정책 대안(代案) 보여줘야 

국민들의 눈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는 여권에서 떠나고 있지만, 야당에도 마음을 주진 않고 있다. 

통합은 의미가 있지만, 간판을 바꾼 것만으로 국민 지지가 되살아나지 않는다. 

유권자들이 기계적으로 후보자 기호에 따라 표를 찍던 시대는 지났다. 3년 전, 보수와 중도층을 포함한 절대 다수의 국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음은 이를 잘 보여준다.

통합당은 통합의 3가지 키워드로 혁신, 확장, 미래를 내세웠지만 아직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평가다. 

최근 여야 정당의 공천과 통합이 급물살을 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정책과 공약을 뒷전에 미뤄 놓은 것은 문제다.

정책은 실로 중요하다. 선거에서 정당들이 민생과 관련한 공약을 내세워 논쟁하고 이에 대한 지배적 담론과 사회경제적 쟁점축이 형성될때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 설정된다. 

통합신당에 참여한 모든 세력은 손익 계산은 접어두고 자유보수에 등을 돌렸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와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 정당통합 등 현실상황을 감안해도 정책과 공약이 우선순위에서 밀려서는 안된다. 

인물·정책 혁신해야 확장 가능

지금, 대한민국은 저성장, 경제활력 저하, 지역경제 붕괴, 청년 취업절벽 등으로 사방이 꽉 막혀 있다. 이런 난제들을 풀지 못하고선 나라의 미래도, 정부여당은 물론 통합야당의 앞날도 기약될 수 없다. 

재계(財界) 일각에서 ‘규제개혁’ 하나만 내걸고 정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건, 임계치까지 차오른 한국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 사회는 세계적인 패러다임 변화의 시대에 가장 절실한 유연성을 잃었다.  

가장 낮은 생산성이야말로 실종된 20대 국회의 진면목일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총선 정국에서는 시대흐름을 반영하는 정책이나 미래지향적인 이슈가 아예 실종된 상태다. 이런 선거로는 정치불신만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보수 통합신당이 공정 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층을 파고들 대형 정책을 추진한다면 여권과 차별을 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덩치 키우기가 득표 불리기로 직결되진 않는다. 중도층을 견인할 외연 확장에 성공할 때만 예외다. 

인물과 정책의 혁신에서 확장은 가능하다. 인적쇄신과 청년·여성·신진인사 영입을 통한 혁신적 공천도 필요하다.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시장경제 체제를 구현할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21대 총선은, 정치에서 ‘미래’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청년정치가 튼튼히 뿌리내리는 계기도 되어야 한다. 야당이 건강하고 힘이 있어야 정부 여당을 견제할 수 있고, 정치 발전도 가능할 것이다.

집권당 맞선 스크럼 짜기 형국

미래통합당은 기존의 원내 3당에 전진당과 재야에 포진한 친이명박계, 옛 안철수계 인사, 일부 청년정당 등 다른 정파가 참여하기는 했으나, 큰 틀에선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결합해 탄핵 이전의 새누리당을 복원한 모양새다. 

공천 지분과 지도부 구성을 놓고 진통을 겪었으나,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의 불출마와 기득권 포기,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종로 출마 등을 발판으로 어렵사리 장애물을 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모래알처럼 흩어졌던 보수당이 3년여 만에 단일 대오를 형성하게 됐다.

탄핵 찬반과 노선 갈등을 작은 차이로 여기고 문재인 정부 심판을 위해 집권당에 맞선 스크럼 짜기에 뜻을 모은 형국이다. 외연을 더 넓혀 안철수 전 의원 등 중도세력까지 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낡은 보수를 버리고 혁신과 미래 가치를 내건 통합당인 만큼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지리멸렬했던 보수세력의 통합이 선거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그동안 주목되는 것은 보수의 가치가 훼손되고, 보수를 표방해온 정당이 정체성을 잃을 때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정부·여당의 오류와 실책, 독선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도 이전의 자유한국당이 유권자 지지를 얻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은 이념과 철학 부재, 곧 정치적 지향점과 정책의 방향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데 큰 원인이 있었다. 

반사이익 안주하면 사상누각

더욱이,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여당은 진영 정치를 노골화했다. 이로 인한 수많은 갈등이 누적되고 있다. 이런 정치에 맞서는 최선의 방법은 진영의 틀을 깨뜨리는 파괴적 변화를 시도하는 것 뿐이다. 

최근 청와대는 선거 공작 지휘소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고 핵심 실세들이 무더기로 기소됐는데, 대통령은 이 일에 대해 해명하기는커녕, 검찰 수사팀을 해체하고 공소장을 숨기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앞서 나라의 기본 틀인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야당 반대를 짓밟고 강행해 통과시켰다. 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이를 비판하는 글을 쓴 필자와 언론사는 선거법 위반이라며 고발했다. 

자신들은 무법 권력을 가진 양 불법을 저지르면서 조금만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나오면 재갈을 물리고 수사하고 감옥에 보내려고 한다. 

이에 맞서, ‘정권 심판론’을 기치로 내건 미래통합당이 앞으로도 반사이익에만 안주하면 결국 `헤쳐모여 정당’에 그치고 말 것이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희생과 쇄신, 공천 혁신,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 없는 통합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선거대책위 혁신으로 극복을

우선 필요한 것은 대대적인 물갈이다. 낡은 인물을 과감히 교체하고 그 자리는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들로 채워야 한다. 일부 중진급 의원이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런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젊은 정치인을 키우려는 의지도 부족하고, 지역구 기회 등 기득권의 벽을 허무는 데 소극적인 탓에 결과적으로 이번 총선에서도 청년정치의 집단화는 요원해졌다. 

통합당의 미미한 지도부 쇄신은 앞으로 참신한 선거대책위원회와 혁신적 공천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구세력 이미지가 강한 이들 대신 중도층이나 무당층을 유인할 새 인물들을 후보로 앞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잇따른 중진들의 총선 불출마가 이런 당위에 부응하는 움직임일 수도 있겠다. 

여야 정당은 비례대표 당선권과 전략지역에 2030세대와 40대를 우선 공천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실효성 있는 모델 제시해야 

정책 비전에서도 마찬가지 접근이 요구된다. 소득주도성장을 재정중독성장이라고 혹평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실효성 있는 대안 모델을 제시하고 보강해야 한다. 

북한을 주적으로만 설정하고 대결 일변도 정책을 추구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게 대북 정책과 한반도 평화 비전을 업그레이드할 필요도 있다. 

현재 정책의제의 공론화는 정당들의 '헤쳐모여'에 가려서인지 좀처럼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미래통합당과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 민주통합당 등의 정당이 중도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어떤 내용의 중도와 혁신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다. 

미래통합당이 추구해야 할 혁신의 길은 유연함의 미덕을 재발견해 실천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금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중도층과 무당층이 바라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강경 지지층만 의식한 막말에 가까운 대정부 비판이나 극단적 주장은 중도층 이반을 초래할 것이다. 

'도로 새누리당' 프레임 우려

컨벤션 효과로 통합당의 지지율은 당분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도 보수 정당의 가치와 비전, 뼈를 깎는 반성과 쇄신이 뒤따르지 않으면 지지율 거품은 순식간에 걷히고 말 것이다. 

그동안 야권은 정권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갈가리 찢어져 자기들끼리 손가락질하며 지리멸렬했다. 쇄신과 변화는 외면한 채 기득권 지키기만 골몰했다. 그 결과 적지 않은 국민이 정권의 안하무인 행태에 분노하고 불안해하면서도 야권에 마음을 주지 않았다.

탄핵 이전의 보수 진영 복원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도로 새누리당' 프레임을 일깨운다. 도대체 한국당 주축의 보수 세력이 변한 것이 뭐냐는 것이다. 

이번에 합친 세력은 대부분 이전 새누리당에서 한솥밥 먹던 사이였다. 이들이 일치된 정치 이념보다는 선거가 급해 모인 것이라 자칫 ‘도로 새누리당’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다.

속시원한 비전 대책 보여주지 못해 

통합 논의 과정을 봐도 사실 실망스러운 부분이 적잖다. 소리와 구호는 요란했지만 보수가 확 바뀌었다고 느낄 만한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도, 속시원한 비전과 대책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탄핵의 강을 건너고 개혁보수를 지향한다는 원칙은 사실상 깊은 논의 없이 봉합됐다. 새로운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통해 인적 쇄신을 추구할 수도 있었지만, 이 역시 사실상 한국당 중심의 흡수통합 형태로 정리됐다. 한국당 지도부의 전원 사퇴와 기득권 포기 제안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실망한 일부 시민단체 인사들이 이탈한 것 역시 뼈아픈 대목이다. 

한국당은 개정 선거법의 허점을 노려 정당 정치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비례전문 위성정당 차리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냉전 수구니, 꼴통 보수니 하는 비난을 받는 낡은 보수와의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은 41개, 창당준비위원회만 27개에 달한다. 한철 장사치처럼 반짝 창당했다가 사라지는 ‘떴다방’ 정당이 될까 걱정스럽다. 

최종 판단은 유권자들 몫

통합의 대의명분도 석연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통합당의 한 축인 새보수당이 특히 그렇다. 이 당이 새로운 보수를 기치로 내걸고 바른미래당을 떠나 신년 초 창당대회를 연 것을 국민은 알고 있다. 한달여 밖에 안 된 일이다. 

유승민 의원은 올 초 새보수당을 창당하면서 한국당이 개혁 의지가 없다고 질타했다. 한국당이 달라지지 않으면 함께할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랬던 유 의원이 불과 한 달여 만에 총선 불출마 의사까지 밝히면서 통합당에 참여했다. 

노선이 다르면 정당을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단일화를 포함한 선거연대 등 다른 길을 모색해야 바람직하다. 

애초 유승민 세력은 독자세력화를 꿈꾸었다기보다 가치를 불려 몸집을 키우는 데 편승하려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당장은 그것이 쉬운 길일지 모른다. 최종 판단은 유권자들의 몫으로 남았다. 

통합신당은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지층만을 겨냥한 극단적 정책과 주장에 매달리는 `독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기득권 배제 쇄신 공천을

통합당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최근 중진들의 잇단 불출마 선언으로 인적 쇄신의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은 일시적 선거용 아니냐는 의구심이 여전하다. 

여야 정당이 한목소리로 세대교체 공천과 ‘젊은피’ 수혈을 내세웠지만, 막상 지역구 공천 접수 결과는 너무 빈약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4월 총선 지역구 공천 신청자 1122명 가운데 2030세대 후보자는 3.6%(41명)에 그쳤다. 민주당 신청자 475명 중 20대는 한 명도 없고 30대는 9명(1.9%)에 불과하다. 한국당은 647명 중 20대는 2명, 30대는 30명으로 집계됐다. 청년 충원에 실패하면서 전체 공천 신청자 중 50대 이상이 90%에 육박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면 국민들의 닫힌 마음은 결코 열리지 않는다. 통렬한 반성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혁신하고 기득권을 포기하는 희생이 전제되지 않은 통합은 의미가 없다.

새로운 보수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첩경은 총선 공천에서 물고기가 아니라 물을 교체하는 수준의 혁신적 물갈이다. 구태 정치를 지탱해온 기득권 세력을 배제하고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인물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개혁 공천이 바로미터다. 

과거와의 단절을 과감히 이뤄내고, 청년을 위한 혁신을 이루지 못한다면 유권자들은 여전히 ‘간판만 바꾼 새누리당’ 아니냐고 물을 수밖에 없다. 낡은 기득권 세력을 배제하고 청년세대를 과감히 전진 배치하는 쇄신 공천을 보여줘야 한다. 

정책 공감대 확장 과제 

통합당이 추구하는 정책과 비전도 여전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와 시장경제 체제 구축이라는 정책의 방향성과 방법론 제시가 특히 중요하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보수정당임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선거쟁점으로 내세우면서 총선 과반 획득은 물론, 그 해 말에 실시된 18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아직 이러한 정책 논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보수와 진보로 나뉜 한국 정치의 진영은 이데올로기를 경계로 삼고 있다. 옳다고 믿는 가치를 구현하려는 이데올로기 정치를 넘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을 해내는 실용의 정치로 나아가야 할 때다. 

보수세력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지지층을 중도로 확장하지 않고서는 어렵다. 옛 안철수계 인사들이 미래통합당에 참여하긴 했지만, ‘실용적 중도’를 표방하는 안 전 의원은 통합 논의에 선을 긋고 있다. 정책의 공감대 확장 여부가 보수 중도세력의 통합 성패를 좌우케 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민주주의 꽃피워야 

4월 총선 이후 구성될 21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이번 총선은 정치권의 구태를 없애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 

통합당은 이를 위해 건전한 보수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해 나가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와 지향점, 원칙을 철저히 지켜내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환골탈태 없이는 설령 총선에서 제1당이 된다 해도 그건 일시적 반사효과일 뿐, 2년 뒤를 내다보는 수권정당은 결코 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여야 정당들은 정책과 공약에 우선순위를 두고, 이에 따라 승부를 겨루는 선거민주주의를 꽃피우기 바란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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