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해진 한진그룹, 이전투구는 득 될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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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해진 한진그룹, 이전투구는 득 될게 없다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0.02.21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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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진흙탕 싸움 치닫는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승자없는 제 살 깎아먹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한진그룹이 조원태 회장을 지키고자 조현아 주주연합(反조원태 연합)과의 진흙탕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주총을 한달여 앞두고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한 맞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왕관을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들 간의 싸움이 단순 세력 규합을 넘어 비방전으로 치닫고 있는 것입니다.

신호탄은 조현아 주주연합이 쏘아올렸습니다. 조현아 주주연합의 대표격인 강성부 KCGI 대표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 회장의 경영 무능을 꼬집고 나섰는데요. 강 대표는 조원태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2014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대한항공의 누적 적자규모가 1조7400억 원, 부채비율이 861.9%에 달하는 등 총체적인 경영실패 상황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이에 한진그룹도 즉각 반발했습니다. 해당 간담회는 항공산업 특성도 모르는 아마추어적 오도이자, 현 경영진에 대한 인신공격적 비난 일색의 흠집내기식 행사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차익만을 노린 투기세력의 경영권 위협은 한진그룹의 중장기적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않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진그룹의 대응 방식이 180도 바뀌었다는 데 있겠네요. 그간 조현아 주주연합의 공격에도 나름 객관적이고 간결한 입장을 내놓던 것과는 달리 이번 만큼은 '당하고 있을 수 만은 없다'는 식의 호전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진그룹이 낸 입장자료를 살펴보면 '자기 합리화'를 비롯해 '반쪽짜리, 기만행위, 견강부회, 꼼수, 아마추어적 발상, 자승자박, 투기세력, 먹튀' 등 상대를 비방하는 자극적인 단어들을 다양하게 쏟아냈습니다. 조현아 주주연합과 비교해 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인 가족경영의 명분을 확보하고, 내부 결속에 성공했음에도 확실한 주주 설득을 위해서는 다급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비춰지네요.

하지만 싸움에도 품격이 있는 법입니다. 상대의 도발에 쉽게 넘어가, 같이 물어뜯게 된 양상을 보니 한진그룹이야말로 아마추어적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네요.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던 데, 50년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 얕은 뿌리가 드러난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두 세력 모두 불필요한 비방전으로 제 살 깎아먹기보다는 진정성과 품위있는 경쟁으로, 극에 달한 국민들의 피로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으면 좋겠네요. 앞서 우한 교민 수송작전에 제 한 몸 내던졌던 조원태 회장의 의미있는 '한 방'처럼 말입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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