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과욕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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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과욕은 금물이다
  • 김재한 대기자
  • 승인 2009.10.26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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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조직의 근간과 체제를 무시할 발상
이재오 전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 초대 위원장이 된 것은 원외로써 정치적인 입지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이 전 의원 개인에게는 물론 국민고충처리위, 국가청렴위, 국무총리 행정심판위 등 3개 조직의 통합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국민권익위원회의 체제 정비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이재오 위원장의 등장은 실세 위원장이라는 대내외적인 평가처럼 조직의 안정과 더불어 조직의 신선한 바람과 변화의 흐름이 나타나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많다.

이재오 위원장은 공직자비리수사기구 신설 검토 방침에 이어 수사 및 기소권이 없는 권익위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감사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과 함께 ‘5개 반부패 기관 연석회의’를 정례화하겠다는 구상을 언급하며, 특히 2급 이상 정부 고위공직자와 선출직 공무원 1500명, 공공기관 임원 1500명 등 모두 3000명을 대상으로 개인별 청렴도를 평가해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임 후 이 위원장이 보인 대내외적인 활동은 그에 대한 기대와 바람 이면에 국가조직의 근간과 체제를 무시할 위험성이 많아 각 언론매체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현대 계동 사옥 강당에 공공기관 감사회의를 소집했다. 금융감독원 등 597개 공공기관 감사 500여 명이 모였다. 그동안 권익위가 분야별 회의를 연 적은 있었으나 공직자윤리법 적용을 받는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회의를 연 것은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이재오 위원장이 ‘청렴도 향상을 위한 감사회의’를 내걸었지만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 국가 공공기관의 감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감사들을 전체 소집해 국민권익위원장으로서의 자신의 철학과 방침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하는 자리로 만들어야 하는 가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있다.

국가 공공기관이 조직의 청렴도 향상을 위해 자체적인 모임을 열고, 그 개선점을 찾는다는데 어느 누가 문제를 제기하겠는가? 그러나 국민권익위원장이 그러한 모임을 주선하고, 또한 그러한 역할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가 하는 점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이도 있다.

이 날 이 위원장은 “권익위 직원들 점심은 5000원짜리 먹으라고 했다”며 “여러분 회사도 2000~3000명이 될 것 아닌가. 외부 손님 대접도 2만원이면 충분하다. 그게 서민들이 먹고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능한 일인가?

국민권익위원장이 공기업 직원들 개개인의 식사값 기준을 제시하고 따르라고 강요할 수 있는 가 하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살펴보자. 공기업 구성원인 직원이라 할 지라도 점심식사는 각 개인의 경비에서 지출되는 사적행위이다.
 
그러한 사적 행위 까지 정부가 간섭하고, 국민권익위원회가 나서서 직원식당에서 먹고, 그 값도 5000원을 넘지 말라고 할 수 있는 가 하는 점이다.
 

업무의 효율성과 극대화를 위한 독려가 더 시급

공무원의 개인적인 식사는 자유롭게 얼마든지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공기업의 구성원이라 할 지라도 각 개인의 점심식사값 까지 국민권익위원회가 나서서 왈가왈부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각 개인의 밥 먹는 것 까지 간섭하는 것은 사회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거기에서 나온다.

만약 공기업의 재정으로 식사를 하는 회식자리라면, 그 조직의 지침에 따라 식사를 하고, 또한 과다하게 식사비를 집행할 경우는 감사대상이 되고 국민적인 지탄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공무원 행동강령에 외부인과의 회식은 3만원 이하에 밥을 먹으라고 돼 있다.

무엇보다 국가적인 불경기에 생산과 소비가 함께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것은 경제의 기본이다. 개개인의 사적 자리인 점심식사 까지 정부가 간섭해서 주변 식당가를 불황의 늪에 빠지게 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예산 절감도 중요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정부나 국가 공기관이 국민을 위해 제 역할과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점검하는 등 업무의 효율성과 극대화에 만전을 기하도록 독려하는 것에 있다. 그동안 수동적인 공무원들의 업무 태도에서 벗어나 일을 찾아서 하는 능동적인 자세 전환을 위한 사기 앙양책도 마련해야 하는 것이 거기에 있다.

“2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청렴도를 매기겠다”는 구상 또한 마찬가지이다. 고위 공직자의 청렴도를 체크하고 바른 길로 가게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어떻게 평가기준을 세울 것인가 구체적인 방법도 마련되지 않고, 먼저 불쑥 말을 던져 공직사회에 충격을 주어서는 안된다.

이 위원장이 지적하는 것처럼 공직자의 청렴도는 그 어떤 가치 이상으로 필요한 가치관이어야 되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요, 순리이다. 그러나 공무원의 최대 관심사인 진급 및 인사 관련 서류에는 ‘청렴성’이라는 항목이 항상 따라다니지만 이를 계량화할 방법이 없다.
 
문제는 평가방법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객관성이 담보된 평가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평가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우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여러 기능 중에서 공직사회 부패의 예방과 규제는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이 위원장은 부패 방지와 이명박 정권의 친서민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을 핵심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가 사정기관이 아닌데, 사정기관에서 해야 할 일 까지 나서는 것은 기존의 법체계를 무시하는 월권적이라는 비판을 들어서는 안된다.

감사원·검찰·경찰·국세청 등 사정기관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문제점을 찾고, 개선하도록 하여야 하며, 또한 공직자의 청렴도 향상을 위한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역대 정권 때마다 사정, 쇄신을 했지만 부정, 부패 사례는 사라지지 않았다. 부정, 부패 단속은 지속적으로 진행하되, 공무원들이 국가관과 공직자로서의 봉사의지를 가지고 업무에 임하겠다는 자세전환을 갖추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벌(罰)’과 ‘상(賞)’이 공존하여야 하며, 책임과 성과에 대한 보상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

국민권익위원회 또한 마찬가지이다. 리더에 따라 달라지는 조직이 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이재오 위원장도 마찬가지이다. 혼자하겠다는 것은 안된다. 법체계를 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 시스템에 의한 국민권익위원회의 행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재오 위원장의 의욕이 지나쳐 국가조직 체계가 붕괴되고 조직간에 갈등이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면 그것 또한 이 위원장이 바라는 국가의 모습은 아닐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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