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코로나19 확산,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시사텔링] “코로나19 확산,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2.24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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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코로나19 때문에 집값 떨어지는 거 아니야?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요즘 제게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이번 사태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민건강이 중대한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집값을 먼저 걱정하는 세태가 다소 아쉽게 느껴지지만, 이로 인해 국가경제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고 국민들의 재산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건 분명 사실입니다.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인 만큼, 건설·부동산 기자로서 한번 짚어볼 필요는 있다는 생각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진다고 해도 이것이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줄 공산은 상당히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입니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2·20 추가 부동산 대책의 주요 타깃인 경기 수원 지역 아파트 전경(왼쪽),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시설물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 한 방역 관계자 ⓒ 뉴시스
2·20 추가 부동산 대책의 주요 타깃인 경기 수원 지역 아파트 전경(왼쪽),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시설물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 한 방역 관계자 ⓒ 뉴시스

우선, '거래량'입니다. 중국 우한 지역에서 코로나19가 처음으로 발생한 건 지난 2019년 12월입니다. 이후 전(全)세계로 확대하면서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시기는 올해 초인데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10만1334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1.5% 증가했습니다. 정부가 부동산거래 신고제를 시행한 2006년 이후 최대치입니다. 이중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7만6834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178.1% 늘어 전체 거래량 증가를 견인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이달 거래량을 볼까요?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살펴보면 이달(2020년 2월 24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만636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간(2019년 2월 1~24일, 2만1239건) 대비 24.11% 증가한 수치입니다. 증가폭이 전월보다 많이 둔화됐으나 거래량은 여전히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물론, 주택 매매 거래량은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 신고된 자료를 집계하는 통계인 만큼, 지난해 말 거래나 지난달 거래가 상당수 포함됩니다. 문재인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이전 서울 부동산 시장 과열, 2·20 추가 부동산 대책 이전 수도권 부동산 시장 풍선효과 등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이 같은 통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집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근거 중 하나로 충분해 보입니다. 통상적으로 실거래량과 주택가격은 늘 '정(正)의 상관관계'를 이룹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매도자 우위의 시장으로서 이 상관관계가 '손실회피성향'을 띠지요. 이런 특성을 가진 주택시장 내에서는 집값에 위협이 되는 사건이 터지면 투자자가 매도희망가격(호가)을 내리는 게 아니라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수요자들이 저렴하게 나온 주택을 선별적으로 매입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텐데요.

이 대목에서 코로나19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낮은 두 번째 이유가 나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집값은 주택의 질적 차이에 따라 크게 갈립니다. 같은 지역, 동일한 입지를 갖췄어도 구축은 가격이 뛰는 일이 드물고, 신축을 중심으로 일대 시세가 재편됩니다. 악재 발생으로 공급자들이 아무리 주택을 저렴하게 풀어도 수요자들은 쳐다보지 않습니다. 대신 청약시장으로 몰립니다. 그중에서도 전국 집값 시세를 견인하는 서울·수도권에 집중되지요. 집을 '사는'(live) 개념이 아닌 '사는'(buy) 개념으로 인식하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특성 때문입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인 지난 21일 문을 연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 견본주택에는 폐렴 바이러스 우려에도 2000여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몰렸다고 합니다. 또한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9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매교역 푸르지오 SK뷰'에는 1074가구 모집에 15만6505명이 접수해 평균 145.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비슷한 기간에 분양된 '의왕 오전 동아루미체', '양주 옥정 유림노르웨이숲' 등 상대적으로 서울 접근성이 좋지 않은 비인기 지역 단지는 저조한 청약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는 부동산 시장에서는 '로또'를 노릴 수 있는 지역은 공급자와 투자자들의 매도희망가격에 따라 시세가 형성되고, 로또를 기대하기 어려운 지역은 매도희망가격과 시세의 괴리가 커지겠지요. 신축과 구축 간, 그리고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 간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되는 겁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처럼 시장 구성원들의 손실회피성향을 높이는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요? 전반적으로 매도희망가격은 강보합, 시세는 약보합이 되리라 쉽게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부 약세를 보이는 구축 또는 비인기 지역도 있겠지만 말이지요.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정부의 '추가 규제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 이후 무려 19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투기세력을 적폐로 규정하고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 강도 높은 규제를 통해 주택 시장 하락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했습니다. 하지만 독자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그 결과는 영 신통치 않았고, 오히려 서울 집값 폭등과 수도권 풍선효과, 대전 등 몇몇 지방 집값 폭등 현상을 초래했습니다. 이제 정부에게 남은 카드는 많지 않습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는 부분도 고려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집값을 잡지 않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실정입니다. 그 근거는 세수 문제입니다. 지난 1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9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전체 국세수입은 293조4543억 원으로 예산안 대비 1조3376억 원 부족했습니다. 2014년 이후 5년 만에 세수 결손이 발생했습니다. 올해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확장적 재정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상황인 데다, 민간경제에 치명적인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져 세수 결손 규모가 더 커질 전망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세수 구조를 보면 근로소득세가 종합부동산세의 약 20배에 달합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흘러가는 부동산 시장에서 부족한 세수를 확보할 필요가 있는데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2017년)을 통해 임대사업자를 크게 늘린 뒤, 지난해 말 다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런 마당에 종부세수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집값 하락을 과연 정부가 정말 원하고 있을까요. 정부의 진정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시나리오가 있긴 합니다. 바로 글로벌 경제 위기입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코로나19는 중국 경제활동을 이미 방해했다. 세계 경제 회복이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무함마드 알 자단 사우디아라비아 재무장관도 "세계 경제가 계속 성장하겠지만 더디다. (코로나19 등) 이를 둔화하는 하방 압력이 여전하다"고 내다봤는데요. 이 같은 위기감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게 더 치명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큽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1%p 하락할 시 우리나라는 최대 0.22p 하락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최근 내놨습니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10~2013년 등 글로벌 경제 위기는 항상 국내 집값을 큰폭으로 하락시켰습니다. 그땐 집값이 문제가 아니었지요. 부동산뿐만 아니라 모든 시장이 크게 위축돼 너무나 많은 기업이 무너졌고, 너무나 많은 국민들이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전염병 확산에 따른 세계 경제 위기는 더 좋지 않은 결과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들이 경제활동 자체를 꺼리게 될 테니까요.

(왼쪽부터) 봉준호 감독,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 등이 지난 2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제작진·출연진 격려 오찬에서 웃고 있다 ⓒ 뉴시스
(왼쪽부터) 봉준호 감독,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 등이 지난 2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제작진·출연진 격려 오찬에서 웃고 있다 ⓒ 뉴시스

서두에도 살짝 거론했지만 현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분석하는 건 '짜파구리'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중요한 건 이 사태가 정말로 '머지않아 종식'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전문가, 기업 그리고 모든 국민이 힘을 합치는 겁니다.

다만, 건설·부동산 기자로서 한 가지 정부에게 건의하고 싶은 건 다가오는 21대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코로나19 사태 조기 종식이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부터 글로벌 경제 위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모두 가정해서, 두더지 잡기식이 아닌 총체적인 부동산 대책을 수립해 국민 주거권 실현과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주택시장 안정화에 힘써주길 바랍니다. 여러 여론조사가 증명하듯, 아직 많은 국민들이 현 정부를 신뢰하며, 원내 제1당인 여당을 믿고 있습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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