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신기록 210.03점... 빛바랜 173.9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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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신기록 210.03점... 빛바랜 173.99점’
  • 김진수 기자
  • 승인 2009.10.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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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김연아 선수의 우승이 확정이 되고 가장 중요한 자신의 신기록 210점대 성적을 받는 순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김연아의 그림자에 가려져 맥없이 무너진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였다.
 
김연아의 영원한 라이벌로, 피겨 하나로 일본의 스타가 된 아사다 마오.
한때 주니어 시절 김연아 보다 한수 위의 기량을 인정받아 우승도 많이 차지했다. 여자선수로는 유일하게 고난이도의 트리플 악셀을 경기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또 일본 빙상연맹의 막강한 로비와 재정을 바탕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일본인들의 독보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아사다는 주니어부터 강력한 숙명의 라이벌이라 불리던 김연아와 라이벌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현저한 실력차를 보였다.
 
무엇이 일본의 스타 아사다를 무너지게 만든 것일까? 무엇이 김연아의 절대적 실력을 갖추게 한 것일까?
 
▲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 뉴시스

김연아 연기 ‘완벽’ 그 자체

피겨요정 김연아 선수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1차 대회인 ‘에릭 봉파르’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33.95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은 76.08점을 합쳐 총점 210.03점을 받으며 1위에 올랐다.
 
반면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는 합계 173.99점을 받으며 김연아와 무려 36.04점의 차이를 보였다.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김연아는 지난 3월 2009 세계선수권에 이어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을 경신함과 동시에 2006~2007시즌 그랑프리 4차 대회를 시작으로 그랑프리 대회 6회 연속 우승의 기록을 세웠다.
 
김연아의 연기를 보면 한마디로 ‘완벽’ 그 자체였다. 고난이도의 연기에서부터 자연스러운 표정연기까지 완벽했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치는 동안 수행평가점수(GOE 가산점)에서 한차례의 감점도 없었다.
 
특히 김연아가 이번 시즌 새로 필살기로 내세운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점)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2점의 가산점을 받았다. 현역 여자 스케이터 중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의 가산점으로만 2점을 받는 선수는 김연아밖에 없다.
 
▲ 김연아     © 뉴시스

김연아는 이번 대회 참가자 가운데 유일하게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었다. 쇼트프로그램의 더블 악셀(기본점 3.5점)에서 받은 0.5점이 최저 가산점이었을 만큼 김연아의 점프 기술은 ‘레벨’이 다르다.
 
지난 시즌 잘못된 방향의 날로 점프를 한다는 의미의 ‘롱 엣지’ 판정으로 마음고생을 안겨준 트리플 플립(기본점 5.50점) 점프도 완벽해졌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이물질에 걸려 실패했지만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트리플 플립으로 가산점 1.00점을 챙겼다.
 
무엇보다 김연아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프리스케이팅 연기 중 스케이트 날에 얼음이 끼면서 트리플 플립 점프 타이밍을 놓쳤지만 당황하지 않고 다음 연기를 훌륭하게 마무리 지었다.
대회를 마친 후 김연아가 점프 타이밍을 놓친 것에 대해 ‘해바라기 테러설(?)’까지 나돌았다.
 
아사다의 연기 후 팬들이 던진 해바라기에서 씨가 떨어져 점프에 실패했다는 ‘해바라기 테러설(?)’에 대해서 김연아는 “내 실수를 다른 이유에 맞추고 싶지 않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대회 결산 인터뷰를 가진 그녀는 “어릴 때는 실수하면 당황하고 다리까지 후들거렸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극복했다.
 
이제는 실수를 해도 나머지 연기요소에서 잘하면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김연아는 “지난 세계선수권 때 스핀과제 ‘0점’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도 실수를 했다. 그런데도 오히려 점수가 높아져 ‘앞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회 때마다 여운을 남기는 게 더 발전할 기회가 된다”고 전해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였다.
 
아사다, 연아 없는 러시아서 명예회복
한편 김연아에게 완패한 아사다는 경기 전부터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한 일간지에 따르면 아사다는 이번 경기에서 표현력이 결여된 채 트리플 악셀 등 고난도 기술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했다.
 
또 일본의 한 피겨 전문가는 “아사다는 (약점을 보완하겠다고) 씩씩하게 말했지만 이대로라면 김연아의 라이벌이 될 수 없다. 무엇인가를 바꾸지 않으면 김연아를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타티아나 타라소바(러시아) 코치와의 결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일본 피겨계에서 나오고 있다. 김연아의 이번 연기가 조지 거슈윈의 독특한 피아노 멜로디에 맞춘 한편의 예술작품이었다면 타라소바는 과거의 영광에 갇혀 장엄한 음악과 고난도 테크닉에 집착해 아사다의 창의성을 전혀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김연아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와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이 독보적인 테크닉에 다채로운 안무로 김연아의 잠재력을 모두 끌어냈다면 타라소바는 아사다에게 윽박지르듯이 정신력만 강조한다는 것이다.
 
▲ 아사다 마오     © 뉴시스

실제 타라소바는 쇼트프로그램에서조차 트리플 악셀을 실수한 아사다에게 ‘여린 마음 탓’이라며 강한 정신력을 주문했다. 경기를 지켜본 일본 네티즌들은 “아사다 마오는 스케이트를 스포츠경기로서 너무 강하게 생각하는 게 문제다.
 
여배우가 됐다는 느낌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연아랑은 정반대로 보다 가벼운 페어리 같은 연기를 하면 좋을 텐데...”라며 아사다의 연기를 지적했다. 또한 다른 일본네티즌은 “마오도 영광과 좌절을 맛보고, 여러 경험을 해서 다음 4년간을 보내게 하는 게 좋을 지도 모른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분위기라든가, 마음가짐이라든가 틀린 방향으로 가는 거 같은 기분이 있긴 하지만, 여러 경험을 하고 깊이 있는 진짜 여왕이 되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격려했다.
 
아사다는 명예회복을 다짐하며 러시아로 떠났다.
이제 아사다는 러시아컵에서 우승을 차지해 연말에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자격을 확보하는게 급선무다.
 
이미 이달 초 재팬오픈에 이어 그랑프리 1차대회까지 실망스런 경기를 보여준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도전은 언감생심이다. 일단 파이널 출전자격을 얻어놓고 연말까지 집중훈련을 통해 김연아 추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파이널에서 가능성을 보여줘야 올림픽 금메달도 기대할 수 있다.
 
타라소바 코치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아사다와 김연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아사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타라소바 고치는 “심리적으로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고 평가하며 러시아컵을 앞두고 훈련시간도 오전·오후 각각 30분씩 늘리며 강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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