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3·1절(삼일절)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국을 덮친 코로나19에 기업들이 예년만큼의 삼일절 마케팅을 벌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산업계 전반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며 외출과 접촉을 자제해야 하는 시국인 만큼 유통가는 더욱 몸을 사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유통가에서는 대대적인 삼일절 마케팅을 찾아보기 힘들다. 3·1운동 100주년으로 분위기가 고조됐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더욱 대조적인 상황이다. 

최근에는 지난해 내내 이어지던 불매운동도 사그라지고 있어 일명 ‘애국마케팅’을 펼치기에도 애매한 시점이다. 앞서 지난해 광복절에는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정점을 찍던 시기라 이와 맞물려 기업들의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진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품 판매 추이를 보면 지난해 시장 최대 이슈였던 불매운동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유통·식음료업계에서 삼일절을 기념해 마케팅을 펼치는 곳은 주요 편의점들과 매년 기념 MD 상품을 내놓는 스타벅스, 일부 패션업체 정도다. 편의점은 애국지사 어록을 담은 도시락 제품 출시, 관련 이벤트 등을 마련했다. 

스타벅스는 무궁화를 모티브로 한 ‘20 무궁화 머그 340ml’와 ‘20 SS 무궁화 트로이 텀블러 355ml’, ‘2020 무궁화 카드’를 전국 매장에 선보였다. 스타벅스는 이번 삼일절 MD의 출시를 기념해 두 가지 상품의 판매 수익금 1억원을 조성해 오는 광복절에 독립유공자 자손 대학생을 위한 장학금 후원 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패션업체 가운데서는 이월드가 전개하는 액세서리 SPA 브랜드 라템(LATEM)이 최근 무궁화 에디션 주얼리 세트를 출시했다. 이번 무궁화 에디션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 일부는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에 기부된다. 세정과 미래의 뉴 베이직 트렌디 캐주얼 브랜드 니(NII)는 패션디자이너 박정상과 함께 ‘동해 이름 알리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번 캠페인의 일환으로 ‘동해(East Sea) 맨투맨’ 티셔츠도 출시한다.

대형마트들은 코로나19 사태에 생필품 할인 행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3사는 이번주 일제히 각종 식료품과 생필품 행사에 돌입했다. 또한 애국마케팅에 기대야 하는 삼일절보다는 오히려 매출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3월 3일 일명 ‘삼겹살데이’를 겨냥한 기획 상품들을 대거 준비했다.

외식업계는 삼일절 기념 할인 행사나 이벤트는 꿈도 꾸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확진자나 의심 환자가 다녀간 매장의 경우 일정 기간 문을 닫으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오히려 본사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디저트 카페 투썸플레이스는 특별 예산을 편성하고 모든 가맹점에 매장 별로 원재료 구매 금액 1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더본코리아는 전 브랜드의 가맹점을 대상으로 2개월치 로열티를 전액 감면하고, 커피원두와 정육, 소스 등 주요 식자재에 대한 공급가를 한시적으로 인하한다. 

맘스터치도 전국 가맹점을 확진·심각·주의 등 3단계로 나눠 각 단계별로 본사 차원의 지원을 진행한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으로 확인된 가맹점의 경우 자발적 휴점과 추가 방역을 진행하며, 매출 피해를 위로하는 차원으로 소정의 격려금 및 물품 대금을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일회성에 그치는 이벤트나 행사를 열기에는 기업뿐 아니라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부담이 된다”며 “이 시국을 극복하고 차차 소비 심리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