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옥중서신’, 통합당에 득일까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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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옥중서신’, 통합당에 득일까 실일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3.05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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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신당 창당 브레이크 걸렸지만…중도 확장 노력 수포로 돌아갈까 전전긍긍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미래통합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미래통합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침묵을 깼다. 4·15 총선을 40여일 앞둔 4일, 박 전 대통령은 옥중서신을 통해 ‘태극기 세력’에게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배제된 인사들을 중심으로 ‘친박(親朴) 신당’ 창당 움직임이 나타나자, ‘보수 분열은 필패(必敗)’라는 뜻을 전한 것이다.

이러자 통합당은 반색했다. ‘물갈이 공천’ 후폭풍이 나타나는 와중에 박 전 대통령이 통합 메시지를 내놓음으로써, 자유공화당 등 친박 정당의 행보에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박 전 대통령의 서신이 중도 확장을 꾀하는 통합당의 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류도 읽힌다.

통합당 핵심 인사들…“박 전 대통령에 감사”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친필 서신을 공개했다. 이 편지에는 “기존의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통합당 주요 인사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황교안 대표는 “이 나라, 이 국민을 지켜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애국심이 우리 가슴을 깊이 울린다”고 했고,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도 “미래통합당이 출범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야당이 힘을 합치고 뭉쳐야만 한다는 거국적인 말씀을 해준 것에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도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달라고 호소한 것에 크게 환영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병국 의원 역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된 모습을 보여 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말씀은 정치적 이해가 아닌 애국적 진심”이라며 “통합당은 그 진심을 총선 승리를 통해 실현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통합당의 반응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보수 분열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기인한다. 이번 자필 서신은 사실상 신당 창당에 나선 친박 인사들을 만류하는 의미로 해석되는 까닭이다. 실제로 자유공화당 조원진·김문수 공동대표와 서청원 상임고문은 박 전 대통령의 편지가 공개된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극기 우파 세력과 미래통합당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친박신당 홍문종 대표도 “보수 제 정파에 대한 단합의 메시지에 친박신당은 이의 없이 협력해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방침”이라며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심판의 장인 4·15 총선에서 과반수가 넘는 승리를 함으로써 그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통합당의 중도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는다. ⓒ뉴시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통합당의 중도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는다. ⓒ뉴시스

중도 확장 ‘브레이크’…역효과 우려도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이 통합당에 호재로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당초 통합당은 공천 과정에서 ‘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극우(極右) 색채를 빼고 중도적 이미지를 심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 진영으로의 확장이 절실하다는 지적에 따른 선택이었다.

이를 위해 통합당은 우리공화당(現 자유공화당) 대신 새로운보수당과 통합하면서 개혁 보수 세력을 끌어들였다. 또 중도의 상징적 인물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를 추진하고, 원희룡·이준석 등 개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들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했다. 공천 과정에서는 윤상현·민경욱·김순례 등 친박 의원들을 컷오프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도층에게 어필하기 위한 ‘인적 쇄신’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이 ‘통합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치라’는 뜻을 내보인 것은 자칫 중도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친박을 위시한 극우 세력과 결별하고 중도로 나아가고자 했던 통합당의 노력이 자칫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5일 <시사오늘>과 만난 통합당 관계자는 “박근혜 마케팅을 하면서 나오는 신당들이 난립하는데 박 전 대통령이 이걸 정리해준 것은 당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컷오프 당한 분들이 플랜B로 탈당을 생각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당에는 좋은 일이다. 인적 쇄신 작업에 더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그는 “아직도 박 전 대통령을 안 좋게 바라보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상 통합당 지지를 선언했다는 걸 중도층이 어떻게 볼지 모르겠다”면서 “정권심판론 대 정권수호론 프레임이 박 전 대통령 편지 때문에 문재인 대 박근혜 프레임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러면 선거는 필패”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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