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대란’ 가능성 높아지는데…정부여당은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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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대란’ 가능성 높아지는데…정부여당은 뭐했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3.06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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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세수요 급증·전세가율 급감, 전월세價 상승 불가피…잠자는 세입자 보호 정책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2020년 전월세 대란이 펼쳐질 전망이다. 집값 폭등 현상으로 셋방을 찾는 수요는 크게 늘고, 전세가율은 크게 낮아진 실정에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전월셋값이 단기간에 급등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6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전월 대비 0.2%p 하락한 69.8%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 70%대가 붕괴된 건 지난 2014년 11월 이후 5년 3개월 만이다. 국가통계를 봐도 비슷한 흐름이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0.9%로 집계됐다. 2015년 4월 이후 4년 10개월 만에 71%대 밑으로 떨어졌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집값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매매가와 전세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결과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현 상황 속에서 이처럼 매매가와 전세가 간 격차가 벌어지면 집주인들은 전셋값을 올리거나 반전세로 전환할 공산이 크다. 그중에서도 후자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 규제로 세입자들이 전세 대출을 받기 어려워져 전세가를 올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고, 전셋값을 올려도 세금 부담과 낮아진 금리로 인해 집 주인 입장에서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와 반대로 전세수요는 급증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 수급동향지수는 2019년 6월 77.7을 기록한 이후 매월 상승해 2020년 2월에는 94.6까지 올랐다. 전세를 찾는 수요자들이 많아진 이유는 역시 집값 폭등이다. 급격하게 오른 집값이 부담돼 내 집 장만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은 데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시사한 이후 로또 아파트 광풍이 일면서 청약을 대기하기 위해 셋방을 택한 사람들도 증가한 것이다.

공급은 감소하고, 수요는 증가하면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 KB부동산 리브온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 수도권, 5개 광역시, 대전 등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결정한 2019년 8월을 기점으로 일제히 상승했다. 지난해 8월~올해 2월 각 지역 주택 전세가 누적 상승률은 서울 1.37%, 수도권 1.06%, 5개 광역시 0.65%, 대전 2.07% 등으로 나타났다. 기타 지방도 2019년 9월 -0.17%, 10월 -0.12%, 11월 -0.08%, 12월 -0.06% 등으로 전세가 하락폭이 점차 줄어들더니, 올해 1월과 2월에는 각각 0.02%, 0.00%로 반등했다.

아울러 앞서 언급했듯 집주인이 전세 대신 반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반월세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준전세가격지수는 2019년 9월 95.8을 기록한 이후 매월 상승해 2020년 2월에는 96.6을 기록했다.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배를 초과하는 경우로, 준전세가격지수는 전월세 시장에서 반전세 가격의 추세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이처럼 전세가, 반전세가가 상승하면 월세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 일본 등은 매매가격에 대한 은행 이자를 감안해 월셋값을 책정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세가에 비례해 월세를 매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평균적으로 수도권 기준 전세 1억 원당 월세 40만~50만 원대로 추정한다.

집값 폭등에 이어 전세, 반전세, 월세까지 동반 상승해 전월세 대란이 현실화된다면 국민 주거권이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졌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집주인들이 집 보여주기를 꺼리면서 매매 시장은 물론, 전월세 시장까지 얼어붙은 상황이다. 또한 세입자들은 새로운 집을 찾기 어려워져 집주인이 세를 올려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재계약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임차인 지위가 현저히 낮은 국가다. 전월세 대란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어느 국가보다 절실한 실정인데,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내세웠던 세입자 보호 정책은 전혀 실현되지 않았다.

세계부동산시장조사업체 글로벌프로퍼티가이드(Global Property Guide·GPG)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대차 관련 제도(Landlord&Tenant Law)는 '임대인 우위'(Pro Landlord)로 평가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중 임대인 우위에 속한 국가는 지난해 9월 기준 한국을 비롯해 영국, 체코, 슬로베니아, 그리고 '강한 임대인 우위'(Strongly Pro Landlord)인 일본 등 5개국에 불과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계약갱신청구권은 물론, 공정·표준임대료, 임대료 분쟁조정 공적 기구 설치, 전월세 상한제 등 선진국 대부분에 도입된 통상적인 임차인 보호책이 단 하나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과 여당의 공약이었던 계약갱신청구권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잊혀졌다. 당정은 지난해 9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시사하면서 당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조 전 장관을 기자회견장에 앉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법무부 소관이라는 이유였다. 그렇게 계약갱신청구권에는 '조국표'라는 딱지가 붙었다. 21대 국회에서도 상당 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당초 연초 국회 처리를 추진할 예정으로 알려졌던 당정은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탓인지 이를 차일피일 미뤘다. 급기야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의 공약 사항이었던 전월세 상한제는 민주당의 21대 총선 공약에서는 아예 빠졌다. 

정부여당은 상황이 이 지경에 놓일 때까지 도대체 뭐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전월세 대란의 책임은 야당에 돌릴 수 없다. 아직 늦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우려로 시름이 깊어진 국민들에게 당장 먹고, 자고, 쉴 집 걱정까지 줘선 안 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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