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극복해요] “엄마는 말씀하셨죠…‘이 또한 지나가리라’”
[함께 극복해요] “엄마는 말씀하셨죠…‘이 또한 지나가리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3.13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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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극복 자영업자를 위한 연중 캠페인 인터뷰① 
서울 종로구 서촌 먹자골목 터줏대감 ‘뚱낙원’ 석미향 사장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경기 침체 지속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민 모두가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소비가 급격히 위축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이에 〈시사오늘〉은 조금이나마 자영업자들에게 힘을 보태고자 '태성세무회계컨설팅'과 연중 캠페인 '함께 극복해요'를 실시한다.

'함께 극복해요'는 사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세 자영업자들의 애환을 널리 알리고, 이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사회적 공론장에서 논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됐다. 태성세무회계컨설팅은 캠페인 참여를 원하는 모든 자영업자들에게 '무료 세무 컨설팅', '세무 기장료 4개월 무료'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 캠페인은 대한민국 자영업자라면 업종 불문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참여를 희망하는 자영업자는 가게에 대한 소개와 본인의 사연을 담은 짧은 글을 작성해 이메일(sisaon@sisaon.co.kr)로 보내면 된다. 자영업자와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 함께 극복해요!

서촌 두루치기·김치찌개 맛집 '뚱낙원' 석미향 사장
"IMF·금융위기·사스·메르스? 게임도 안될 정도로 힘들어"

서울 종로구 서촌 먹자골목 끝자락, 경복궁 바로 옆에 위치한 두루치기·김치찌개 전문점 뚱낙원 ⓒ 시사오늘
서울 종로구 서촌 먹자골목 끝자락, 경복궁 바로 옆에 위치한 두루치기·김치찌개 전문점 뚱낙원 ⓒ 시사오늘

서울 종로구 서촌 먹자골목은 예스러운 골목 정취를 품고 있는 데다, 숨은 맛집이 많아 직장인과 관광객들로 늘 붐비는 곳이다. 또한 주변에 청와대, 정부서울청사 등이 있어 정치권과 관가에서 민심을 청취하기 위해 식사 시간을 활용해 자주 들르는 상권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11일 〈시사오늘〉이 찾은 서촌 먹자골목의 모습은 과거와 사뭇 달랐다. 한창 장사를 해야 할 오후 시간임에도 불을 끄고 셔터를 닫은 가게들이 대부분이었다. 텅 빈 거리에는 흰 연기를 내뿜는 방역 오토바이만 이따금 지나갈 뿐, 사람 구경을 하기 어려웠다. 외국인 관광객은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본지가 만난 석미향 사장은 서촌 먹자골목의 50년 전통 터줏대감 '뚱낙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가업을 물려받아 '어머니의 두루치기·김치찌개'를 만들고 있는 석 사장은 과거 IMF, 금융위기, 사스, 메르스 때보다 요즘이 더 힘들고 슬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열정,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은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어머니의 말을 가슴에 품고 하루하루를 이겨내는 자영업자였다.

-간판에 '원조 뚱엄마의 45년 전통'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장사를 한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너무 오래돼 정확히 언제인지 잘 기억도 안 나요. 45년은 더 됐어요. 이 자리에서만 50년 가까이 된 것 같습니다. 엄마가 하시던 가게를 이어받아서 운영하고 있어요."

-그야말로 '노포'(老鋪)군요. 주요 고객층은 직장인과 관광객인가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죠. 저녁보다는 점심 장사가 많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예전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진짜 너무 많이 줄었어요. 대충 4분의 1 정도 줄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이 정도면 그래도 꽤 장사가 잘되는 거라고 주변에서 그래요. 점심에는 아쉬운 대로 테이블이 꽉 찰 때가 가끔 있으니까요. 다른 가게는 그것도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직장인과 관광객들로 항상 인산인해를 이뤘던 서촌 먹자골목. 한창 저녁 장사를 할 늦은 오후 시간임에도 거리에 사람을 찾기 어렵다 ⓒ 시사오늘
직장인과 관광객들로 항상 인산인해를 이뤘던 서촌 먹자골목. 한창 저녁 장사를 할 늦은 오후 시간임에도 거리에 사람을 찾기 어렵다 ⓒ 시사오늘

-매출이 어느 정도 떨어졌나요.

"보통 주말 기준으로 하루 300만 원에서 400만 원 했었어요. 평일에는 기본 200만 원은 했으니까 평균으로는 일 280만 원 정도, 정말 잘 됐죠. 그런데 지금은 하루에 100만 원도 못 팔아요. 60만~70만 원, 어떤 때는 40만 원…. 진짜 기가 막혀요."

-저녁 장사는 더 힘들겠군요.

"저녁에는 더 기가 막히죠. 코로나 바이러스 터지기 전에 단체 예약했던 손님들이 갑자기 다 예약을 취소하더군요.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로 설마가 사람 잡았습니다."

-테이블 순환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건가요.

"전혀 안 돌지요. 하나도 안 돌아요. 물론 메인 손님은 주변 직장인들인데, 그래도 낮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어느 정도 있었거든요. 식당 메뉴 자체가 외국인들도 선호하는 음식들이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아예 전멸이에요. 지금 특히 한복집들이 상당히 어려워요. 먹자골목은 식당이 주가 돼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서촌에서는 한복집 찾는 관광객, 손님들이 곧 우리 식당 손님이니까요. 그런데 요즘 한복집들 거의 다 문을 닫았어요. 사람도 안 다녀요. 소독차만 다닙니다."

-일대 골목 상권이 다 죽은 상황입니까.

(한숨을 내쉬며 아무 말 없이 '끄덕끄덕') 

-어머니와 같이 50년 장사를 했으면 IMF, 금융위기 등도 겪었을 텐데, 그때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그때랑 게임이 안 될 정도로 더 나쁩니다.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사스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메르스도 마찬가지고요. 기억이 다 나거든요. 메르스 때는 한여름에 마스크하고 다녔잖아요.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매출 줄고, 손님 갑질 늘고 슬픈 현실…그래도 열정 잃을 수 없어"

뚱낙원 석미향 사장은 어머니가 하던 가게를 물려받았다. 위 오른쪽 사진이 석 사장의 어머니. 아래 왼쪽 사진은 뚱낙원의 대표 메뉴인 두루치기다 ⓒ 시사오늘
뚱낙원 석미향 사장은 어머니가 하던 가게를 물려받았다. 위 오른쪽 사진이 석 사장의 어머니. 아래 왼쪽 사진은 뚱낙원의 대표 메뉴인 두루치기다 ⓒ 시사오늘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 외에 힘든 점은 뭐가 있나요.

"손님이 없으니까 손님들이 더 갑질을 하더군요. 예전엔 그런 손님이 많지 않았는데 코로나19 터진 뒤에는 그런 걸 많이 겪었어요. 가슴이 너무 아파요. 가게에 들어와선 큰 목소리로 너무 조용해서 좋다는 손님들 보면 정말 속이 터집니다. 어떤 손님은 팔팔 끓는 물을 갖고 오래요. 왜 그러나 보니까 수저를 거기다 닦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음식 갖다 드리고 쉬려고 잠깐 마스크 벗었더니, 왜 마스크 안 끼고 다니냐고 기본이 안됐다고 하는 손님도 있었어요. 어떤 분은 왜 일반 마스크를 쓰고 있느냐, 음식하는 사람이면 의료용 마스크를 쓰라고….

장사가 안 되는 집에 와서 내가 이렇게 와준 걸 감사하게 생각하라, 안되는데 팔아준다, 이런 손님들 있을 때는, 정말 그럴 때는 문 닫고 쉬고 싶어요. 너무 슬픈 현실이에요. 정말 너무 슬픈 현실이야."

-매출은 떨어지고, 갑질은 늘었네요. 가게를 유지하기 점점 힘들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실감하지 못했어요. 옆집에서 식당 문을 닫는 걸 봤을 때는 몰랐어요. 그런데 요즘엔 오죽했으면 닫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라고요. 매출도 매출이지만, 일부 손님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열정이 점점 없어질 수밖에 없어요."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이곳도 어려울까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여긴 문을 닫을 일은 없어요. 제가 그래도 굉장히 억척스럽게 하는 편이라서요. 제가 장사하는 동안은 그럴 일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슬픈 현실입니다."

-가격 조정에 대한 고민도 들 것 같은데요.

"가격을 올릴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어요. 뭐든 가격이 좀 비싸면 손님들이 음식을 소중하게 여기더라고요. 그런 차원에서 올리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경기가 워낙 안 좋잖아요."

-가게와 손님들에 대한 애착이 대단합니다.

"엄마한테 가게를 물려받고 제가 3~4년 전부터 주방에 들어갔어요. 기존에 주방에 계시던 아주머니들이 조미료를 넣는 데에 많이 숙달이 됐더라고요. 저는 뒷맛이 개운하고 깨끗한 걸 좋아해서 양념을 많이 넣는 걸 싫어하는 편이에요. 고기가 육질이 좋으면 조미료 많이 넣지 않아도 맛있고, 김치가 맛있으면 김치로 한 요리는 다 맛있어요. 그 이후에는 늘 주방에만 있어요. 매일같이 직접 묵은지 담그고…. 오늘도 김치 다 절여놓고 나왔어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든 더 가게를 운영하고 싶은 건지도 몰라요. 조금 힘들다고, 사정이 어렵다고 문을 닫는 건 제가 용납이 안 됩니다."

"옛날에도 다 있었던 일이잖니, 곧 지나갈 거야"

두루치기를 주문하자 맛깔스러운 한상이 바로 차려졌다. 개운하고 깔끔한 두루치기는 끓일수록 맛이 깊어진다. 반찬은 간이 세지 않고 담백해 두루치기와 비벼먹기 안성맞춤이다(식사 후 음식값은 전액 계산했습니다). ⓒ 시사오늘
두루치기를 주문하자 맛깔스러운 한상이 바로 차려졌다. 개운하고 깔끔한 두루치기는 끓일수록 맛이 깊어진다. 반찬은 간이 세지 않고 담백해 두루치기와 비벼먹기 안성맞춤이다(식사 후 음식값은 전액 계산했습니다). ⓒ 시사오늘

-장사는 잘 안되고, 감염 우려도 많고 가족들은 걱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웃으면서) "뭐, 그래도 그건 제 의지고, 제 마음이니까요."

-어머니께서는 가끔 가게에 들르시나요? 어떤 조언을 해주셨나요.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집에만 계셔요. 엄마한테 찾아가서 요즘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죠. 그랬더니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옛날에도 다 있었던 일이잖니. 조금만 있으면 지나갈 거야'라고. 엄마는 정말 직접 다 경험하셨잖아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엄마의 격려가 참 힘이 됩니다."

-사장님은 다른 자영업자들에게 어떤 격려의 말을 해주고 싶으세요.

"뭐, 엄마가 하신 말 그대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 또한 지나가겠죠. IMF, 사스, 메르스 다 겪었던 분들이 대부분이잖아요. 특히 음식 장사하는 분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건 이럴 때일수록 주인이 정말 최선을 다해야 된다고 봐요. 직원들에게 주방 일을 다 맡기지 말고, 재료도 꼼꼼히 살피고, 음식도 직접 할 줄 알아야 하고요. 확실히 주인이 직접 나서면 음식에 자부심도 느껴지고, 가게에도 더 신경을 쓰게 되고 그래요. 모두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정부에게 건의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한숨을 쉬면서) 말하기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정말 어려운 자영업자들 많습니다. 뉴스에서는 정부가 자영업자들을 위해서 여러 조치를 하고 있다는데 현장에서는 체감이 전혀 안됩니다. 당장 가게 문 닫을 상황에 처한 자영업자들이 많은데, 그걸 견디려고 돈 빌리러 가면 너무 힘들어요. 정말 너무 힘들어서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일단 신용이 좋아야 되고, 밀린 세금이 없어야 하고, 복잡한 절차들도 많고요.

그런데 자영업자들 중에 그런 거 다 완벽하게 갖춘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문턱이 너무 높고, 그러니까 고금리 사채로 빠지고, 자꾸만 악순환이 되는 거죠. 주변에 그런 사장님들 진짜 많아요. 공짜돈을 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실질적으로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금융 상품들이 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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