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미 대통령의 흑역사 그랜트와 황교안의 적전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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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미 대통령의 흑역사 그랜트와 황교안의 적전분열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0.03.15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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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모습으로는 ‘미래’도 없고 ‘통합’도 없다는 오명을 씻기 어려울 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황교안 대표의 지상 과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총선 승리에 있다. 자기 계파의 공천 여부가 아닌 총선 승리를 위한 최적의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절실한 순간이다. 사진제공=뉴시스
황교안 대표의 지상 과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총선 승리에 있다. 자기 계파의 공천 여부가 아닌 총선 승리를 위한 최적의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절실한 순간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율리시스 그랜트 미국 대통령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설적인 명장이다. 그랜트 장군은 남북전쟁 이후 극도로 혼란해진 전후복구를 해야 할 역사적 소명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한 몸에 받고 대통령에 취임했다.

하지만 그랜트 대통령은 군인 시절 전설적인 명장으로 명성이 자자했지만 타협을 모르는 전투수행방식으로 악명을 떨쳤던 이중적인 면모를 가졌던 인물이었다. 이로 인해 그는 ‘무조건 항복’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는 후일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역사에 남긴 가장 큰 원인중 하나로 지목됐다. 

앙드레 모로아의 <미국사>는 그랜트에 대해서 “그는 유명한 장군이었고, 빛나는 전승 기록도 가지고 있었지만 자기가 공화당원이라는 사실조차 똑똑히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이었다. 사실 그는 극히 드문 일이었으나 투표할 때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고 혹평했다.

또한 그랜트의 무능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각료들과 의논도 하지 않고 산토 도밍고 공화국을 합병하려는 협상을 진행해 대통령 비서 뱁콕 대령이 권한도 분명치 않은 혁명 정부와 130만 달러로 합의를 보았다. 대통령이 기가 막힌 채 앉아 있는 각료들에게 자랑스럽게 경과 보고를 하자 해밀턴 피서(국무장관)는 사임하겠다고 말했다”고 기록했다.

사실 그랜트 대통령이 정치권에서 신망받고 있던 유명한 역사사 모틀리를 국무장관 후보로 추천받자 단지 가운데 가르마를 타고 외눈 안경을 썼다는 이유를 들며 단 칼에 거절하고 해밀턴 피서를 독단적으로 임명한 인물이 해밀턴 피서였다. 하지만 해밀턴 피서도 그랜트 대통령의 무능을 참지 못하고 사임의 뜻을 전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랜트가 미국 대통령 흑역사의 주인공이 된 이유는 남북전쟁 이후 최대 과제로 남겨진 흑인과 인디언과 같은 인종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대통합을 저해했다는 점이다. 그랜트의 무능으로 패전한 남부에서는 흑인에 대한 차별이 더욱 악화됐고, KKK단 같은 對흑인 테러단체가 출몰해서 흑백 갈등이 심화됐다.

아울러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인 인디언들도 백인들의 무자비한 타협에 저항해 곳곳에서 부장봉기에 나섰다. 이들의 투쟁은 후일 제7기병대와 같은 헐리우드 서부영화의 단골 소재가 됐다. 미국은 요즘 말로 나라다운 나라가 아니었다.

그랜트는 모든 국정 혼란의 원흉이 됐지만 자신의 측근 관리는 포기했다. 앙드레 모로아는 “그랜트는 말할 수 없이 순박하고 선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으며 친지라면 무조건하고 신임하는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 최측근인 대통령 비서 뱁콕은 위스키 부정사건에 연루됐고, 처남 콜빈은 굴드와 피스크의 탐욕이 낳은 금 투기 사건에 가담해 온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그랜트는 이들의 부정부패에 속수무책이었다. 앙드레 모로아는 그랜트에 대해서 “위대한 군인도 정치에는 어린애일 수 있다”라는 혹평을 남겼다.

미래통합당이 공천 문제로 적전분열의 늪에 빠졌다. 김형오 공관위 위원장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공천 재심의 요구에 반발해 13일 전격 사퇴했다. 김형오 전 위원장도 측근 챙기기로 인한 ‘사천’논란에 휩싸였지만 친황계가 유승민계와 안철수계의 잇단 공천으로 자파 인사들이 낙천되자 집단 반발에 나섰다. 

게다가 지난 총선 당시 적진(敵陣)에 몸담았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도 대혼란의 중심에 섰다. 총선 때만 되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오가던 김종인 전 대표도 김형오 전 위원장의 공천에 문제를 제기한 점도 한 몫 했다. 황교안 대표가 김종인 전 대표를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는 과정에서 이번 대혼란이 불거진 면도 간과할 수 없다.

그랜트 대통령이 남북전쟁의 영웅에서 국정 혼란의 원흉으로 전락한 데에는 남북전쟁 이후 대혼란에 빠진 미합중국의 대통합이라는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인종 갈등, 측근 비리 및 챙기기, 경제혼란 등 국정 무능을 보여준 탓이 크다. 

황교안 대표의 지상 과제는 총선 승리에 있다. 자기 계파의 공천 여부가 아닌 총선 승리를 위한 최적의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절실한 순간이다. 전투를 앞두고 자중지란에 빠질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래통합당의 최대 계파인 前 자유한국당은 ‘한국’이 없다는 혹평을 받았지만, 현재의 모습으로는 ‘미래’도 없고 ‘통합’도 없다는 오명을 씻기 어려울 듯하다. 문재인 정권의 최대 도우미라는 흑역사를 추가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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