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진흙탕’ 한진 경영권 분쟁, 최종 승리자는?…‘반도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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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진흙탕’ 한진 경영권 분쟁, 최종 승리자는?…‘반도건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3.16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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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막바지까지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 실적 악화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직간접적 책임이 있는 오너일가들이 오로지 자신들의 욕심만을 채우기 위해 회사의 치부까지 드러내며 서로를 헐뜯고 있는 실정인대요. 이들의 아전인수 행보에 회사 안팎 비난여론이 점점 거세지는 모양새입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주, 중국, 일본, 동남아 등 기존 국제선 노선의 운항률이 80% 이상(124개 노선 중 89개 노선 중단)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 인천국제공항은 100여 대의 비행기가 뜨지 못하면서 '비행기 주차장'이 됐다고 하네요. 바이러스 확산으로 한국발(發)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는 국가들이 늘어나면 운항률은 더 감소할 전망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내 분위기도 뒤숭숭하다고 하는대요. 대한항공은 최근 외국인 조종사 무급휴직, 객실승무원 단기 휴직 신청을 받았다고 합니다. 항공사의 핵심 인력인 조종사가 경영난으로 타격을 입는 건 무척 이례적인 일입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9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2만1000여 명의 임직원이 있으나 필요 업무량은 크게 미치지 못한다. 상황이 더 장기화되면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했다고 하죠.

이처럼 회사가 풍전등화의 기로에 섰는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3자 주주연합(KCGI 강성부 펀드, 반도건설) 등의 관심은 오직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에만 쏠려있습니다. 심지어 회사의 위기감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부분까지 들먹이며 경영권 싸움에만 매진하는 눈치인대요.

3자 주주연합은 지난 9일 "조 회장이 에어버스로부터 불법 리베이트가 수수된 2010~2013년 당시 항공기 도입을 직접 담당하는 핵심 임원이었다. 대한항공은 거액의 리베이트 수수가 일어나는 동안 한 번도 내부 감사나 이사회 보고 등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한 바 없고, 국회 질의응답과 법원 문서에 관련 사실이 공개된 이후에도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대한항공의 불법 리베이트 수수 사실은 프랑스 법원이 확인한 사실이고, 에어버스 스스로도 인정한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3자 주주연합은 "조 회장을 비롯해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임원들은 즉각 사퇴하고 한진칼의 새 이사후보에서도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대요. 대한항공의 불법 리베이트 수수 의혹을 제기하며 조 회장을 직접적으로 압박한 겁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조 회장은 리베이트 의혹과 무관하다. 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까지 고려하겠다"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불법 리베이트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회사의 이미지에 장기적으로 피해를 주고, 브랜드 신뢰도에 금이 가게 만들 수 있는 사안입니다.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상당량(32.06%) 갖고 있는 주주가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건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조 회장 측도 만만치 않습니다. 회사가 직면한 위기보다 자신의 안위부터 먼저 챙기는 눈치입니다. 최근 조 회장 측은 승기를 잡기 위한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을 찾아 의결권 위임장을 받는 일에 무척 바쁜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한 언론을 활용한 여론전에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대요. 회사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기도 부족한 시간에 핵심 인적·물적 자원들을 경영권 분쟁에 쓰고 있다는 비판이 감지됩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유일한 승리자는 반도건설이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 시사오늘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유일한 승리자는 반도건설이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 시사오늘

이처럼 한진그룹 오너일가들의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영권 분쟁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면서 업계에서는 누가 이기더라도 상처뿐인 승리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또한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회사와 임직원들의 피로감도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유일한 승리자가 조원태도, 조현아도, KCGI도 아닌 반도건설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우선, 반도건설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참전한 소기의 목적을 이미 달성한 상태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반도건설이 대호개발 등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며 한진칼의 4대 주주로 등극한 건 지난해 10월. 당시 2만 원대 후반에 머물렀던 한진칼 주가는 올해 3월 최고 9만6000원까지 치솟았고, 코로나19 충격을 받은 이후 최근에는 6만 원 안팎에 머물고 있습니다. 주식 매수의 일차적 목표는 '투자'입니다. 반도건설은 누가 경영권을 확보해도 적어도 수백억 원, 많게는 수천억 원의 차익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반도건설은 수천억 원은커녕 수조 원의 비용을 투자해도 이룰 수 없는 일을 이미 달성했습니다. 반도건설이 최종 승리자로 평가되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바로 기업 홍보 효과인대요. 반도건설은 2018년 시공능력평가에서 사상 최고 순위인 12위를 차지했으나 이듬해인 2019년에는 호반건설에 밀려나며 13위로 후퇴했습니다. 호반건설이 호반건설주택을 흡수하며 대형 건설사로 거듭난 영향이 크지만, 순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반도건설에 대한 시장 인지도, 브랜드 평판이 문제였다는 뒷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진그룹 경영 참여를 선언한 이후 반도건설은 일약 국내 전(全)산업계를 통틀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아파트 브랜드 '유보라'도 집중 거론되며 인지도 제고에 성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 LA 주택시장 진출, 천안 두정지구 부지 매입 등 본업에도 충실하면서 반도건설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이번 경영권 분쟁 참전이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반도건설이 유일한 승리자로 부각되는 마지막 이유는 '거리두기'입니다. 반도건설은 한진칼 경영 참여를 천명하고도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낸 적이 없습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모든 대외 소통을 KCGI와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일임했고, 사회적 지탄을 받는 진흙탕 싸움에는 발조차 담그지 않았습니다. 비판여론은 최대한 피하고 긍정적 효과만 얻을 수 있었죠.

당초 기자는 "[시사텔링] 반도건설 ‘한진칼 경영참여 선언’…여론은 비우호적, 왜?"(관련기사: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572)라는 기사를 통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참전이 반도건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한진칼 경영 참여 선언 초기에는 반도건설의 이 같은 행보를 비판하는 여론이 상당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반추하면 권홍사 회장과 반도건설의 한진칼 경영 참여는 자신들의 처지와 주변 여건, 그리고 이슈를 최대한 활용한 '경영의 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도건설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유일한 승리자인 이유, 그건 한진그룹과 조원태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보다 기업과 CEO이 추구해야 할 목적, 그리고 그 존재 이유에 더 충실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 권홍사 회장이 한진그룹 명예회장 직을 요구했다는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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