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홍준표가 대구로 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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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홍준표가 대구로 간 까닭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3.16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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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을, 대권 행보 지속하면서 명분과 실리 챙길 수 있는 지역…평가는 나뉘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구 수성을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구 수성을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출마지를 결정했습니다. 홍 전 대표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협잡에 의해 막다른 골목에 처했지만 이번 총선은 피할 수 없기에 대구 수성을에서 시민 공천으로 당부를 묻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미래통합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수성을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사실 홍 전 대표와 수성을은 아무런 인연이 없습니다. 중고등학교를 대구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영남중학교와 영남고등학교는 수성구가 아닌 달서구에 있습니다. 고향은 경남 창녕이고 대학교는 고려대학교를 졸업했으니, 홍 전 대표와 수성을은 요즘말로 관계가 ‘1도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홍 전 대표가 수성을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알려진 대로, 홍 전 대표는 국회의원 네 번, 도지사 두 번, 당대표 두 번을 지낸 정치인입니다. 이제 그에게 남은 목표는 대선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의견이죠. 즉, 총선은 대권 가도에 올라서기 위한 일종의 ‘디딤돌’ 성격이 강합니다.

이렇게 보면, 홍 전 대표의 선택은 PK(부산·경남) 혹은 TK(대구·경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수정당 정치인이 대권으로 나아가려면, ‘텃밭’인 영남의 절대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으니까요. 홍 전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의 고향이 있는 PK나 학창시절을 보낸 TK에 출마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경남 양산을로 지역구를 옮기고, 거기서마저 컷오프를 당한 순간 PK 출마는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는 양산은 경남 내에서 진보세가 강한 곳으로 꼽힙니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두관 의원이라는 ‘거물’을 내세운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홍 전 대표가 공천 없이 무소속으로 나선다는 것은 정치 인생을 건 도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김두관-통합당 후보-홍준표 3파전이 벌어질 경우 당선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 홍 전 대표 출마로 보수 표가 분산돼 김 의원이 승리하게 된다면 ‘패배 원흉’으로 낙인찍힐 홍 전 대표의 대권 꿈은 그대로 날아가는 것이나 다름없죠.

그렇다고 고향인 밀양·의령·함안·창녕으로 유턴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했습니다. 결국 홍 전 대표로서는 자신의 대권 행보에 도움이 되면서, 보수 표가 분산되더라도 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漁父之利)로 당선되지 않을 만큼 보수세가 강한 지역을 택해야 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지역은 단 한 곳밖에 없습니다. TK죠.

그렇다면 TK 중에서 왜 하필 수성을이었을까요. 일단 영남중고등학교가 위치한 달서을에는 윤재옥 의원이 있습니다. 윤 의원은 홍 전 대표와 영남중학교 선후배 관계입니다. 홍 전 대표가 달서을에 출마하는 것은 여론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었죠.

어차피 연고가 있는 지역에 출마할 수 없다면 지역구 선택 기준은 지역의 상징성, 그리고 당선 가능성이 남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수성을은 홍 전 대표가 고를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나 다름없었습니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는 ‘정치 1번지’라고 불리는 지역이고, 경제와 행정, 교육의 중심지이기도 하니까요.

그 중에서도 수성을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지역구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상징성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 주호영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을 잡기 위해 수성갑으로 이동하면서 현역 의원이 없는 지역구가 됐기 때문입니다. 홍 전 대표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곳이죠.

이처럼 홍 전 대표의 수성을 출마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홍 전 대표가 ‘영남에서 민주당에 어부지리를 주지 않고 당선될 수 있으면서도 상징성이 있어 명분까지 챙겨갈 수 있는 지역구’는 수성을이 유일하니까요. 실제로 민생당 박지원 의원은 16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홍 전 대표가 대구에서 승리한다면 당장 대권 후보의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성을과 전혀 인연이 없는 홍 전 대표가 대구 출마를 선택한 것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는, 지나치게 정치적인 판단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과연 한없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홍 전 대표의 수성을 출마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요. 4·15 총선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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