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전쟁에 죽어나는 택배 노동자…“환경 개선해야”
배송전쟁에 죽어나는 택배 노동자…“환경 개선해야”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0.03.18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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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지부·마트노조, 정부·사측에 대책 마련 요구
코로나19로 물량 폭증…“휴식 보장·중량물 기준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민주노총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과 신창선 공항항만운송본부장, 쿠팡맨 등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공운수노조 회의실에서 쿠팡의 무한경쟁 시스템, 죽음의 배송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과 신창선 공항항만운송본부장, 쿠팡맨 등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공운수노조 회의실에서 쿠팡의 무한경쟁 시스템, 죽음의 배송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통업계에서 격화하고 있는 배송전쟁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한층 더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배송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한 쿠팡맨이 새벽업무 도중 쓰러져 숨지면서 장시간·고강도 노동에 대한 보상과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18일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이하 쿠팡지부)는 서울 영등포구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객을 위한 편한 서비스 ‘새벽배송’은 있어도 배송하는 쿠팡맨을 위한 휴식과 안전은 없다”며 “누군가의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자본의 탐욕 앞에 비인간적 노동에 내몰리는 쿠팡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지부에 따르면 쿠팡맨은 2년 만에 1인당 배송물량이 3.7배가 늘었다. 심지어 이달 들어서는 무더위로 물량이 많았던 지난해 8월보다도 22% 증가했다. 쿠팡맨 1인의 평균 물량도 지난 2015년 1월 56.6개에서 지난 2017년 12월 210.4개로 무려 3.7배 늘었고, 지난해 3월 기준 한 지역의 1주일간 휴게 시간을 아예 갖지 못한 쿠팡맨은 22명 중 15명이었다.

쿠팡지부는 쿠팡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정규직 고용 원칙 △배송 노동자 휴식권 보장과 새벽배송 중단 △가구 수, 물량뿐 아니라 물량 무게, 배송지 환경 고려한 배송환경 마련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성실교섭 이행을 요구했다.

이에 관해 쿠팡 측은 지부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르며 택배기사들이 요구해온 내용 상당 부분이 쿠팡에서는 이미 현실이라고 반박했다. 

쿠팡 관계자는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들과 달리 쿠팡맨은 본사가 직고용하는 인력이며 2년이 지나면 94%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면서 “고객과 배송인력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늘 고민 중이다. 전체 쿠팡맨은 6000명 이상으로 인력 충원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도 이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노동자 사망사고는 예견된 산업재해”라며 “과로와 중량물로 쓰러지는 온라인배송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즉각 수립하라”고 노동부에 촉구했다. 

마트노조는 쿠팡맨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들도 과도한 물량, 특히 중량물과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현장에서는 코로나19보다 과로로 먼저 쓰러지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대형마트에서도 쿠팡에서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의무휴업을 포함해 휴무가 월 4회뿐이라 입원 혹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용차를 섭외해 배송 건수까지 책임져야 하는 실정이라고도 전했다. 

김민수 온라인배송지회 준비위원은 “짧게는 하루부터 수일간의 치료 기간 중 본인의 하루 수입보다 더 많은 용차 비용을 지불하고 대신 배송할 차량을 섭외해야 한다”며 “어쩔 수 없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용차비용으로 제대로 된 휴식이나 치료를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트노조는 중량물 제한 기준도 다시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말하는 중량물 제한 기준은 실제 배송 현장에서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은 “앞선 연 기자회견에서도 생수, 쌀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는데 여전히 합배송 등 주문 방식으로 추가 주문이 가능해 중량물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지금도 생수 12묶음에 다른 상품까지 합해 100kg이 넘는 상품을 배송하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에 배송기사 안전을 위해 중량물에 대한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 중”이라며 “하지만 회사가 제안하는 문제 해결 방식이 고객 배송료를 인상하는 등 고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 돼선 안된다”고 우려했다.

마트노조는 노동부에 △온라인 배송기사 노동실태 파악 △온라인 배송기사 대책마련을 위한 노사간담회 적극 추진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할 것 등을 요구했으며, 대형마트에는 △중량물과 장시간 노동에 따른 보상 및 중량물 배송 기준 마련 △배송 업무로 인한 사고 및 질병에 대한 치료비 지급과 유급 병가 인정을 촉구했다.

마트노조 측은 “2달 넘는 기간 동안 온라인 배송노동자들이 과로에 시달리고 지금도 많은 배송기사들이 무거운 중량물을 지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4~5층을 쉼없이 오르내리고 있다”며 “대형마트는 더 늦기 전 배송기사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노동부 역시 온라인 배송노동자들의 노동 실태를 파악하고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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