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코로나 충격 비상 경제와 민생(民生)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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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코로나 충격 비상 경제와 민생(民生) 위기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3.2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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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물 복합위기 현실화
피해 산업·취약계층 신속지원 중요
재정·통화 쌍끌이 정책공조를
부활한 비상경제회의 명암(明暗)
코드 정책과 無能 경제팀 바꿔야
미증유 위기...성장률 거품부터 빼야
기업경영 저해 정책기조부터 쇄신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전 지구적 코로나19 쇼크로 거의 모든 글로벌 경제영역이 빈사상태에 빠졌다. 

세계 실물경제를 탈진 상태로 몰아넣었다. 공장은 멈춰 섰고, 가게엔 손님들 발길이 끊겼다. 33년 전인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과거 IMF 외환위기 및 금융위기 때와도 차원이 다르다. 사태가 장기화의 길로 가는 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백약이 무효다.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국제 금융시장은 수직낙하 중이다. 사실상 '블랙 먼데이'가 일상화한 느낌이다.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코로나19가 금세기 가장 심각한 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적 대유행으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대미문의 형국이다.  

국내 경제 상황은 ‘국난’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총체적 위기 국면이다.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대불황' 으로 휩쓸려가고 있다. 

이미 금융은 물론 실물 경제까지 몰락하는 등 복합 위기가 현실화했다. 국민의 일상을 파괴하면서 생산, 소비, 투자를 축으로 한 경제 전반이 극도의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다. 피해는 특정 지역·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온 나라의 경제와 민생이 최악의 상황이다. 전 산업, 전 계층, 전 지역으로 밀려들고 있다. IMF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하다. 

특히 바닥 경제를 떠 받치는 영세자영업 및 소상공인, 중소제조업체들의 침몰은 국가경제 최대 현안으로 대두했다. 당장은 음식·숙박·여행·항공·운수업계 등 서비스산업에 미치지만, 곧 이어 제조업 등 전산업으로 도미노 쇼크를 일으킬 것이다. 

전 지구적 코로나19 쇼크로 거의 모든 글로벌 경제영역이 빈사상태에 빠졌다. 사진은 코스피가 1600선이 붕괴되며 장을 마감한 17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전 지구적 코로나19 쇼크로 거의 모든 글로벌 경제영역이 빈사상태에 빠졌다. 사진은 코스피가 1600선이 붕괴되며 장을 마감한 17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위기의식 임계점

한국 경제는 감염병에서 비롯된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심한 자금난으로 인해 산업 붕괴까지 우려된다. 

한국은 지금 이념이 아니라 생존이 중요한 때다.

전 세계 140개국이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고 있고, 중국인 등의 한국방문도 줄면서 항공과 여행, 관광숙박업체가 빈사 상태에 빠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식, 공연, 모임이 사라지면서 관련 업계의 매출은 반 토막이 아니라 바닥 수준까지 떨어졌다. 

우리 경제는 우선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헤어나는 것이 시급하지만, 민간의 활력을 키워 구조화된 소비·투자 부진에서 탈출해야 하는 겹겹의 숙제를 안게 됐다.

저소득층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노동자는 소득 감소와 실직, 폐업 공포에 떨고 있다. 생산과 소비, 수출이 전방위로 무너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서비스업과 제조업 전반으로 기업들의 경영난은 더욱 가중할 것이 뻔하다. 

한국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받은 상처는 너무 넓고 깊다. 소재나 원재료를 사들여 우수한 기술력으로 중간재를 만들어 중국 등에 수출하는 우리의 경제 모델은 글로벌 수요ㆍ공급 모두에서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경제 전반에 걸친 위기의식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시장불안 해소 과감한 대책을

지금은 '미증유의 경제 위기'다. 미증유의 상황에는 ‘미증유의 대응’이 필요하다. 절체절명의 경제위기를 돌파할 '묘수'가 시급하다. 

국가적 위기에서는 우리의 역량을 총동원하는 비상대응체제로 나가는 게 당연하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단기 대책도 필요하지만, 경제 버팀목인 기업의 활력과 투자 의지를 되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화급하다. 기업이 무너지면 일자리도 가계도 국가경제도 무너진다. 

비상경제 시국에는 검토하지 못할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회가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지만, 이것만으로 미증유의 경제 위기를 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나름의 대책을 펼쳤으나 실효성이 떨어졌다. 현장은 급박한데 정부 대책은 한가했다. 

현재까지의 정부 대책은 글로벌 팬데믹으로 숨 쉴 틈 없이 밀어닥치는 거대한 피해 쓰나미의 일각을 막아주는 방파제일 뿐이다. 생계 위협에 노출된 실업자나 비정규직, 일일근로자 등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정부의 직접 지원도 절실하다. 

감염병이 장기화하면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된다. 추경만으로 이 상황을 타개하기는 어렵다. 비상 상황에서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찔끔찔끔 대책보다는 시장의 불안을 해소할 만큼 과감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위기 이후도 대비해야

활발한 소통, 정밀한 상황 진단, 실효성 있고 강력한 정책이 필수 요소다.

언제 끝날지 모를 바이러스 공습으로 ‘시계 제로’인 데다 원유 전쟁까지 가세한 복합위기를 극복하자면 전례없이 정확한 리더십이 관건이다. 

국가 비상상황에서는 모든 경제주체의 상생협력 없이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올해 계획된 예산 배분을 재검토하고 세제, 노동, 규제 혁파 등 경제 정책 전반을 비상체제에 맞게 손질해 위기 이후도 대비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지상 명제는 최악의 상황이 닥쳐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정책 조합을 총동원해 앞이 보이지 않는 이 길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가야 한다.

이번 사태로 인한 금융·실물 복합 위기 해소는 지구촌이 얼마나 빨리 코로나19에서 벗어나느냐에 달렸다. 위기가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본다면 각종 경제 관련 대책도 상황에 맞게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실물과 금융 동시 붕괴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가운데, 글로벌 경제가 공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실상 '패닉'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이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혼란은 기본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다. 금융시장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상황을 토대로 미래에 대한 예측과 판단을 종합적이고 선행적으로 반영한다. 

생산과 소비 절벽이 금융 불안을 키우고 금융 공황이 실물 경제를 뒤흔드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각국이 감염병 공포로 교역과 여행의 문을 닫아거는 바람에 직격탄을 맞은 항공 해운 물류 산업은 가동률이 20%에도 못 미친다.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를 넘어 실물과 금융 양쪽이 같이 무너지는 복합 위기로 빠져 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국에서 시작된 사태가 3개월 남짓 만에 한국과 일본을 넘어 유럽과 미국까지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을 미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는 아시아 지역에 국한됐고, 2008년 금융위기는 실물이 아닌 금융시스템의 문제였던 데 비해, 이번엔 실물과 금융이 동시에 붕괴하고, 경제대국들은 이미 양적완화 카드도 소진한 상태다. 공황에 대한 공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아시아, 유럽, 미국증시도 서로 꼬리를 물고 물리면서 끝없는 추락을 지속하고 있다. 유럽 자동차 ‘빅4’가 공장 가동 중단을 선언했으며, 미국 항공사 줄도산까지 거론될 정도다. 이와 관련,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케네스 로고프 교수(하버드대)는 "세계 경제침체는 90% 이상의 확률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땜질식 처방'은 위기의 구조화

한국 경제를 보는 시각도 비관 일색이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1%에서 1.1%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2.1%에서 1.6%로 하향한 데 이어 다시 1.0%로 낮췄고, 노무라증권은 0.2%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까지 내놓았다. 

대통령 주재의 비상경제회의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소집되는 것이지만, 지금이 더 위급하다는 사실에 있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직접 키를 잡고 연 제1차 비상경제회의의 대책은 서민 경제 근간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구제 방안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50조원에 달하는 특단의 비상금융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런 대책회의가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가용한 정책수단을 모두 동원해 효과를 확실하게 볼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땜질식 처방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보다 오히려 위기의 구조화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초기에 크고 작은 혼란을 겪긴 했지만, 국제사회에서 다소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은 여전하다.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는 업계 종사자들은 하루하루가 '총성 없는 전쟁'이나 다름없다.

조만간 충격은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업종으로 전이될 것이다. 코로나 이후 국가경쟁력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느냐에 달렸다. 초비상시국이다. 비상시국에서 고정관념과 전례의 틀에만 얽매여 머뭇거리다 더 큰 걸 잃을 우려도 높다. 

지금 시급한 것은 한계에 봉착한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에 대한 긴급지원으로 경기를 먼저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신속한 지원방안도 시급하다. 피해가 다수 발생한 뒤 이를 구제하는 것보다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금을 집행해야 한다. 

긴급자금 타이밍이 관건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못하고, 소비나 생산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발표된 대책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실천이다. 정부는 그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긴급경영자금 수혈에 나섰으나 보증심사가 지체되면서 실제 대출이 이뤄지기까지는 빨라야 2∼3개월이라는 불평과 민원이 빗발쳤다. 

긴급자금 투입은 타이밍이 관건이다. 지원 대상과 지원 폭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집행 속도다. 붕괴 직전에 내몰린 기간산업에 대한 지원이 적시에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중소 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융자는 대출 심사에 두세 달이 걸린다. 급히 돈이 필요한 소상공인들로서는 속이 터질 노릇이다. 

이제는 국가 예산을 최대한 신속하고 적절하게 집행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매일 문을 닫거나 폐업을 고려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여행업계는 개점휴업 중이고 호텔은 객실 투숙율이 10%도 되지 않는다. 외식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정책 기조 근본적 전환 중요

중소제조업체들도 공장가동률이 제로 상태로 치달으며 근로자들을 무급휴직시키거나 본의 아니게 해고시켜 실직자들 또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민생 대책은 경제의 가장 심각한 취약점인 소비와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카드 소득공제 확대, 기업접대비 한도 한시 상향, 소비쿠폰 할인율 상향 등으로 소비를 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념을 떠나 대통령에게 위기의 심각성과 해법을 직언하고 강단 있게 정책을 추진할 위기관리 전문가가 필요하다. 경제팀을 제대로 바꿔 새 경제팀에 전권을 주고 장기전에 임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경제정책 기조의 근본적인 전환도 검토돼야 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은 물론 대기업에도 경영장애 요인으로 꼽히던 터였다. 

세계 시장 불안 증폭

한국경제의 환경인 세계경제는 어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필두로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이 모두 파격적 금리 인하나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시장 불안은 오히려 증폭하는 양상이다. 증시는 통상 실물 경제를 3∼6개월 선행한다. 증시가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쌍두마차인 중국의 1∼2월 산업생산은 1990년 통계작성 이래 최저인 -13.5%를 기록했고, 소비는 -20.5%, 수출은 -17.2%였다. 내수 시장이 단단한 미국과 중국이 이 정도라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받는 충격의 강도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각국 정부들은 코로나19 위기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신속하게 낮추고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은 개인에게 현금 1000달러 지급을 포함한 1조 달러(약 1245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발표했고, 영국은 기업 대출 보증 및 가계 모기지 상환 유예 등에 3300억 파운드(495조원)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우리 정부의 대응은 이들 국가에 비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한가하다.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는 2008년 세계 경제를 패닉으로 몰아넣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 연준이 사용한 양대 카드다. 그만큼 연준의 이번 조치는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관련 브리핑에서 “미국인들은 지금 현금이 필요하고 대통령도 지금 현금을 주고 싶어 한다. 2주 내에 지불한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기업어음(CP)까지 사들이는 기구를 설치해 산업활동도 지원할 계획이다. 연준이 민간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없지만 예외적이고 긴급한 상황을 전제로 발동되는 특별권한에 근거를 뒀다. 

정부·한국은행 대응 미온적

이런 환경속에서 국내 경제는 지금 저소득층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노동자는 소득 감소와 실직, 폐업 공포에 떨고 있고, 여행업 등 관광산업은 빈사 상태이며 항공사들은 자금난에 봉착했다. 

생산과 소비, 수출이 전방위로 무너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서비스업과 제조업 전반으로 기업들의 경영난은 가중할 것이 뻔하다. 자영업자, 소상공인에서 시작된 자금 경색이 차츰 중소협력업체, 대기업 쪽으로 도미노처럼 확산해가리라는 것은 우리가 과거에 겪었던 사례들이 잘 보여준다.

따라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하면서 가장 절실한 부분을 찾아내 혈맥을 뚫어주는 것이 정부 비상경제 회의가 해야 할 일이다. 본예산을 일부 변경해 코로나에 투입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

허지만, 냉엄한 현실에 비춰 볼 때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응은 지극히 미온적이다. 한은은 지난달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낮추는 데 그쳤다. 심지어 정부는 2.4% 전망치를 고수한다. 이러니 정부와 한은이 대책을 내놔봤자 뒷북이란 비판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최저임금 과속 인상, 무차별 주52시간 근로제 등 반기업·반시장 정책을 밀어붙이다가 자영업 폐업과 고용참사에 양극화 심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으로 대변되는 경제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방향성’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민생(民生) 대책 허술

실제 민생(民生)은 그야말로 심각하다. 일용직, 비정규직 등 취약 계층은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음식점과 숙박업소 등 영세 자영업자도 상당수가 문을 닫는 등 운영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지난달 일시 휴직자 수도 지난해보다 14만 명, 3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수십만 개의 노인 일자리 역시 사라지는 등 고용지표가 어느 때보다 악화일로다.

정부 대책도 허술하다. 미국의 전격적 결정에 비해 한국 정부의 지원은 참으로 소극적이고 느리다. 

정부는 항공기 착륙료 최대 20% 감면, 노선버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관객들의 관람료 1인당 8000원 지원, 코트라를 통한 수출기업의 해외마케팅 긴급대행 신속 추진 등을 발표했다. 국회를 통과한 11조 7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따라 저소득층에 대해 ‘소비상품권’을 제공하고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연 1.5%)을 10조원 이상 공급한다. 한마디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대증요법을 몇 개 나열한 미흡한 수준이다. 

민생안정 분야에 대한 예산도 확정됐지만 미흡하다. 모두 7천696억원 가운데 보육부담 경감(365억원), 사립유치원 긴급지원(320억원),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감면(2천275억원), 긴급복지(2천억원), 방문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직 근로자에 대한 생계지원(1천억원), 저소득층 소비쿠폰(1천736억원) 등이다. 전례 없는 위기라고 의식하면서도 대책은 경제활성화 수준이니, 코스피가 1600마저 붕괴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재난 기본소득 본격 검토를

지금 사회 현실은 참담하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고 실의에 빠진 사람, 손님이 없어 하루하루 죽을 맛인 소상공인, 자금난으로 부도 위기에 몰린 사업체, 생계가 막막한 취약계층 등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이다. 

‘재난기본소득’은 전향적으로 검토할 대상이다. 수요 급감으로 침체에 빠진 경기를 지탱하고 하루하루 살기가 힘든 취약계층의 생계를 지원하는 방안으로 재난 기본소득을 본격 검토해야 한다. 

지급 형태와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재난기본소득’은 지자체들 사이에서도 공감을 얻으며 확산되고 있다. 강원도가 광역단체 처음으로 소상공인·실직자 30만명에게 40만원씩을 주기로 했고, 전주시는 실업자와 비정규직 5만여명에게 52만7천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제 중앙정부가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적극 검토할 때다. 재난기본소득은 비록 효과적인 측면에서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도 비상경제 회의에서 전향적으로 검토 해야 한다.

조건 없는 보편성과 개별성을 강조하는 기본소득 개념 때문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나, 지금 시점에서 이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정부도 재원 조달의 방법과 범위, 정확한 타깃을 설정해 여러 형태의 재난 수당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일단 본예산과 추경의 신속한 집행으로 급한 불을 끄되 미흡할 경우 4월 총선이 끝나는 대로 국회에 제출할 추가 추경을 준비해야 한다. 추가 추경엔 생계의 위협을 받는 취약계층에 대한 제한적 재난기본소득을 반영해 이들이 힘겨운 시기를 견뎌내도록 사회 안전망을 펼쳐야 한다.  

재정·통화정책 함께 가야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생계가 막막한 취약 계층 지원, 일시적 매출 감소에 따른 자금난으로 부도 위기에 봉착한 기업의 버팀목이 될 만한 대책들이 관건이다. 

이들에겐 공적 자금이 유일한 생명줄일 수 있다. 정부는 각 지자체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추경안이 가장 빠르고 효과있게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제대로 집행되는지 세밀한 사후 체크도 요구된다. 

큰 문제는 자금집행이 이뤄지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까다로운 융자조건과 절차로 인한 원성이 적지 않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긴급 안정자금 신청도 최근 한 달 동안 12만여 건에 5조 원이 넘었지만, 실제 집행된 것은 10%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경제 위기 국면에서는 재정과 통화정책이 함께 가야 부양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60조원의 적자국채를 찍어 512조원의 슈퍼예산을 편성해놓고 있다. 이미 수출과 내수 둔화로 활기를 잃고 있는 만큼 상반기 재정 집행 속도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정책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아사 직전에 놓인 영세업자와 산업 전반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선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실질 대책이 핵심

국회가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지만, 이것만으로 미증유의 경제 위기를 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총선 전 추가 추경 편성은 어렵겠지만,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추가 대책이 나와야 한다. 본예산을 일부 변경해 코로나에 투입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는 침체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비축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코로나19 대처 예산을 늘리는 동시에 불요불급한 기존 예산은 반드시 손봐야 한다.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 등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사업이 대표적이다. ‘예산 늘리기(추가)’뿐 아니라 ‘적절히 조정하기(경정)’ 역시 추경이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중소. 중견 기업을 위한 회사채신속인수제 등 기업 자금난 해소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부가세와 종업원 4대보험을 일시적으로 깎아 달라”는 소상공인들의 요청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당장 지출을 줄여줌으로써 숨통을 틔우는 효과가 있다. 소상공인 ‘핀셋 대책’이기도 하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과 통화스와프도 서둘러 두터운 달러 방파제도 쌓기 바란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어 금융시장 안정에 톡톡히 효과를 낸 바 있다. 

19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가동되는 비상경제회의의 역할이 중요하다. 비상경제회의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함께 과감하고 창의적인 대책 마련, 신속한 집행이 담보돼야 한다. 

정치적 논리는 철저히 배제하고 경제 전문가와 현장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실질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금융위기 당시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나선 경험을 벤치마킹해 기업의 군살을 빼는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주 52시간제의 유연한 적용과 최저임금 동결 등을 비롯한 노동개혁도 필수다. 

효율적 전달체계 구축 중요

현재 전 세계는 금융위기 때의 확장 재정ㆍ통화정책 동원의 수순을 그대로 밟아가는 모양새다.

우리 통화 당국의 대응은 그동안 너무 안이했다. 금리조정보다는 피해업종을 선별 지원하는 미시정책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실물이나 금융 부문 복합 충격은 우리가 미국보다 컸으면 컸지 작지는 않다. 

조금만 더 견디면 살아날 수 있는 기업들이 유동성 부족으로 쓰러진다면 그 뒤에는 어떤 정책을 내놔도 백약이 무효다. 

이번 추경은 감염병 대응 인프라 확충과 재난지역의 소상공인 부담경감, 저소득·취약계층 지원이 골자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재정지출을 늘렸다고 하지만, 코로나19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예산은 3조여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저소득·노인층 지원이 대부분으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자영업자·비정규직 등에 대한 직접지원은 빠졌다. 추경 규모는 턱없이 적고, 지원 대상은 포괄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국회가 본예산 변경을 검토하지 않은 채 막대한 추가 재원이 필요한 2차, 3차 추경을 거론하는 것도 적절치는 않다. 민관이 총력 대응을 해도 모자랄 판에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놓고 정부와 여당이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것도 문제다.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못하고 소비나 생산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가장 효율적인 전달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국경을 넘어 무차별 확산하는 전염병 사태는 개별 국가의 노력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 자국 이기주의나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경솔한 행보는 자칫 치명적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각국 지도자들의 긴밀한 협조와 국제기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기를 기회로 

정부는 물론 재계와 노동계, 가계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이 과거 경제 위기 때 그랬던 것처럼 비상한 각오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기간산업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경제워룸이 말의 성찬과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책 기조를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현금 살포 등 손쉬운 땜질 처방의 유혹을 물리치고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 경제정책의 중심축을 친노조에서 친기업으로 옮겨야 한다.

이참에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도 확 털어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장(場)을 제공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미국처럼 양적 완화조치를 포함한 과감한 조치들을 통해 경제 위기 극복의 발판을 만들길 바란다. 확실한 재정·통화정책의 쌍끌이 부양으로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는 우리 경제에 원기를 돋울 때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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