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WHY] BIS비율 하나로 은행이 넘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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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WHY] BIS비율 하나로 은행이 넘어갈 수 있다?
  • 박진영 기자
  • 승인 2020.03.20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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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비율은 은행 건전성의 핵심지표…비율이 낮을수록 부실한 자본구조
드라마 ‘머니게임’, 론스타 사건 모티브로 은행 BIS비율 ‘조작’ 얘기 다뤄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 2003년 외환은행 매입…헐값 인수 및 먹튀 ‘논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진영 기자]

‘금융권 WHY’에서는 금융권 최신 이슈를 소개하고,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분석한다. 또한 각종 경제 기사에서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파악하기 어렵고, 복잡한 금융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다.

ⓒtvN 드라마 '머니게임' 장면 캡처
ⓒtvN 드라마 '머니게임' 장면 캡처

"정인은행의 BIS비율은 6.12%로, 8% 이하면 (은행) 부실이 심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머니게임> 2화 중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기자회견에서 BIS비율을 근거로 시중은행(극중 정인은행) 부실 현황을 발표하는 장면이다. 6%대 BIS비율 때문에, 이 은행은 시중가치보다 싼 가격에 미국 대형 사모펀드(극중 바하마)에 팔린다.

드라마는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주축으로 조작하는 BIS비율 얘기를 다룬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들이 9.3%인 은행의 BIS비율을 6.12%로 조작하고, 파산위기의 은행을 외국에 싼값에 매각한다. BIS비율 하나로 은행의 경영부실을 논하고, 외국자본에 매각까지 되는 상황. 드라마가 아닌 실제로도 가능할까?

BIS비율, 대체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BIS비율은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한 은행의 자기자본비율로, 은행 경영의 건전성을 체크하는 지표로 이용된다.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대출, 유가증권 투자 등의 자산 중 손실을 입을 위험이 있는 자산)으로 나눠 산출된다. 즉 BIS비율이 낮을수록, 자기자본이 적고 위험가중자산이 많음을 뜻한다.

여기서 위험가중자산이란 은행이 빌려준 돈을 위험에 따라 가중치를 주어 평가한 자산으로, 대출금, 미수금, 가지급금, 유가증권, 예치금 등 자산 유형별로 위험 정도를 따진다. 위험가중자산이 많아지면, 은행이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국 수익손실과 더불어 자본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또한 은행이 자기자본이 충분치 않을 경우, 거래기업의 부도 등으로 거액의 손실이 발생하면 은행이 도산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많은 예적금 고객들이 피해를 볼 뿐 아니라 국내 경제와 금융제도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따라서 BIS에서는 은행들에 BIS비율 8%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은 은행 BIS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8% 미만으로 떨어지면 비용통제, 자본금 증감 강제, 자구계획서 제출, 임원진 교체 등 각종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위험가중자산의 증가는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면서, "은행은 자본건전성의 핵심지표인 BIS 비율 제고를 위해 후순위채권발행 등으로 자본확충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tvN 드라마 '머니게임' 공식 홈페이지
ⓒtvN 드라마 '머니게임' 공식 홈페이지

BIS비율로 은행이 외국자본에 팔릴 수 있는 상황, 실제로 가능한가?

6%대 BIS비율로 은행의 부실을 판단하고, 시중가치보다 싼 가격에 외국에 팔리는 상황. 십여년 전 국내에서 일어난 일이다. 사실, 드라마 '머니게임'은 지난 2003년 론스타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이 사건은 미국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금융자본이 아닌 산업자본이 은행을 인수하려면 그 은행은 BIS비율 8%미만인 부실은행이어야 한다. 당시 외환은행 BIS비율은 6.16%로 산정되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외환은행의 BIS비율은 8%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006년 감사원은 '인수 자격없는 론스타에 외환은행이 헐값에 매각됐다'라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BIS비율이 비현실적으로 낮게 조작됐음은 물론, 외환은행 경영진이 특히 부실을 과장해 협상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은행을 론스타에 싸게 팔아넘겼다는 것이다. (실제 매각가는 1조 3,800억 원이었고, 전문가들이 초과이익모형을 사용해 계산한 매각가치는 1조 7000억~2조 2000억 원정도였다.)

이후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에 매각함으로써, 4조 6635억 원의 차익을 거두고 8년 3개월 만에 한국 시장을 떠났다. 당시 금융위는 매각과정에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고,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론스타는 이러한 과정에서 수조원의 차익을 남기면서도 세금을 별로 내지 않아 '론스타 먹튀' 비난을 받았다.

현재, 론스타는 한국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진행 중이고, ISD의 최종 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론스타 측은 한국 정부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과세로 46억7천950만 달러(약 5조2천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현재 국내은행들은 BIS비율 10%대를 모두 넘기며,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우리·하나·국민·농협 등 대형은행을 비롯한 주요 은행들의 BIS기준 총 자본비율은 14~16%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이밖에 수협은행(13.59%), 산업은행(13.97%),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13.48%), 케이뱅크(10.88%)의 총자본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담당업무 : 은행·저축은행·카드사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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