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자멸 초래한 분열의 역사와 보수권의 공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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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자멸 초래한 분열의 역사와 보수권의 공천 논란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0.03.28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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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표를 달라고 요청하기 전에 표 줄 마음 만들어주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기본 예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망국의 한을 품은 경복궁과 보수 지도부 사진제공=뉴시스
망국의 한을 품은 경복궁과 보수 지도부 사진제공=뉴시스

분열은 자멸의 서곡이다. 절박함은 생존의 행진곡이다. 분열을 조장한 자는 역사의 패배자이자 죄인으로 기록됐고, 절박함을 잃지 않은 자는 위기를 극복해 새로운 역전의 발판을 세워 영웅이 됐다.

동북아의 패자이자 한민족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확보했던 고구려는 對唐전쟁의 영웅 연개소문 사후, 그의 아들 남생, 남건, 남산 세 형제의 분열로 인해 자멸한다. 물론 이들의 분열에는 이간질을 일삼는 간신들이 존재한다. 간신의 특징은 나라의 운명보다 자신들의 이권을 중시한다. 결국 고구려의 멸망은 분열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천년제국 신라의 멸망도 분열이었다. 신라는 삼국통일 이래 신문왕의 통합 정치로 약 100여 년간 무열왕계가 전제왕권을 확립해 문화의 황금기를 구가한다. 피리를 불면 나라의 모든 근심과 걱정이 해결된다는 전설상의 만파식적의 시대가 바로 그때였다.

하지만 무열왕계가 몰락하고 내물왕계 진골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자 몰락의 시대가 도래했다. 왕위 계승권을 둘러싼 내분이 서라벌을 병들게 했다. 신라 권력체계의 중추였던 골품제도가 붕괴되자 대혼란의 시대가 열렸다. 중앙집권체제가 무너지자 지방의 호족세력이 득세했고 결국 후삼국 시대가 전개됐고, 천년제국 신라는 스스로 고려에 나라를 헌납하는 치욕을 당했다.

한민족 최대 치욕의 대명사인 임진왜란도 동인과 서인의 분열이 빚은 비극의 완결판이었다. 일본의 권력자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직접 대면하고도 진실을 보고한 서인 황윤길과 상반된 보고를 한 동인 김성일이 있다. 이들의 상반된 보고로 조선 정부는 전란을 코앞에 두고 전쟁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전 국토를 백성의 피로 물들게 만들었다.

현대사에도 분열의 역사가 존재한다. 4·19 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장면 정부는 민주당 신파와 구파의 갈등으로 정국의 혼란을 수습할 능력을 상실했고, 권력투쟁만 일삼다가 박정희 장군이 주도한 군부세력에 의해 쓸쓸히 역사의 뒷무대로 사라졌다.

보수세력도 분열의 역사를 피해 가지 못했다. 1997년 대선 당시 YS정부는 3당합당의 주역인 김종필 전 총리와 아름답지 않은 이별을 자초했고, 결국 JP는 야권의 김대중 세력과 DJP연합을 이뤘다. 또한 대선을 앞두고 이인제 후보의 탈당으로 인한 적전분열로 대선에서 패배해 정권을 헌납했다.

반면 절박함을 잃지 않은 자는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은 내 나라 조선의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를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절박함으로 이끌어낸 대역전극의 축복이 됐다. 

6·25 전쟁 당시에도 북한 공산군의 맹공으로 낙동강 전선까지 밀린 대구 전선에서 조병옥 내무부장관은 적의 포탄이 떨어지는 대구역에서 "우리 절대 대구를 적에게 넘기지 않겠습니다!" 라며 피난민을 안심시켰다. 조병옥 장관의 대구사수 의지는 피난민과 국군을 혼연일체로 단결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마침내 국군과 유엔군은 대구를 끝까지 사수하면서 낙동강 전선을 확보할 수 있었고, 후일 인천상륙작전을 성공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들었다.

4·15 총선이 불과 20일도 채 안 남았다. 정권 심판에 나서겠다는 보수 정치권은 필승을 위한 절박함보다는 사리사욕을 위한 분열만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전방에서 싸울 전사인 공천자는 하룻밤 사이에도 수시로 교체되고 있다. 정권교체는 구호이고, 속내는 계파 이익 추구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보수 정치권은 무조건 표를 달라고 요청하기 전에 표를 줄 마음을 만들어주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아닐까? 자성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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