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재난기본소득…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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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재난기본소득…뭐가 다를까?
  • 김병묵 기자
  • 승인 2020.03.31 09: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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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기본소득 실험·지역화폐의 존재가치·지방자치제의 방향성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꺼내든 재난기본소득 카드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경기도라는 거대 지자체의 행보라는 점에서도 이목을 끌고 있지만, 다른 지자체의 지원들과는 다른 특성도 몇 가지 화두를 던진다. 이는 재난기본소득의 성패와 정당성과는 다른 각도의 논의다. 그 '키워드'만 꼽자면, 보편적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그리고 지방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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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꺼내든 재난기본소득 카드가 몇 가지 화두를 던진다. 그 '키워드'만 꼽자면, 보편적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그리고 지방분권이다.ⓒ뉴시스

보편적 기본소득 실험

이 지사가 꺼낸 재난기본소득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보편성이다. 이 지사는 지난 24일 전 도민에게 10만 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전 경기도민'이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경수 경남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재난지원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박 시장과 김 지사는 중위소득 이하 가구당 최대 50만 원을 지원한다. 두 사람은 기본소득의 기본인 보편성을 포기했다. 박 시장의 경우 '재난긴급생활비'로 명칭도 바꿨다.

이러한 방식의 선별적 복지는 '전통적 복지'라고 부르며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복지'와 구분하기도 한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경제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어떤 나라는 전통적 복지국가가 강고해 기본소득 논의가 어렵고, 어떤 나라는 생계보조의 형태로 기본소득을 이해하고 있기도 하다"라고 평했다. 박 시장과 김 지사의 시도가 기본소득 실험이라고 볼 수는 없는 이유다.

이 지사가 추구한 보편성은 기본소득의 골조를 이룬다. 기본소득의 이론적 매커니즘은 기본적으로 모두에게 평등하게 돈을 지급하지만, 부유한 정도에 따라 그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양극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에 기반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이 지사의 재난기본소득은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반론에 필연적으로 직면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은 28일 이 지사의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굉장한 악성 포퓰리즘"이라며 "꼭 필요한 사람에게 100만 원 씩 지급하는게 더 옳다"고 지적했다. 역시 경제학자 출신인 같은 당 이혜훈 의원도 26일 이 지사와의 100분 토론에서 "전문직과 고소득자는 빼고 숨이 넘어가는 분들에게 집중 선별해서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이 지사의 재난기본소득의 결과 자체를 지금 예측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보편적 복지와 관련된 논의의 물꼬를 튼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 지사는 꾸준히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해온 정치인이기도 하다. 이 지사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이 국가 차원의 기본소득 논의의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여권 정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2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 지사가 시도하는 것이 사실 정통 기본소득은 아니고, 재난 시점에서 나온 실험적인 맞춤 정책"이라면서도 "다른 지자체의 지원과는 이론적 뿌리부터 그 차이가 있다. 향후 기본소득 논쟁에 먼저 한 수를 둔 셈이다. 이번 실험 이후 보편적 복지와 관련된 논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역화폐의 존재가치

이 지사의 재난기본소득 10만 원은 지역화폐로 지급된다. 지역 화폐는 기본적으로 자본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특정 지역 내부의 경기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지역화폐 역시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정책 중 하나다.

최근 몇 년간 수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지역화폐를 만들어 유통했다. 그러나 성과는 제각각이었다. 활성화에 실패해 고심하는 곳도 많았으며, 세금낭비라는 지적도 속출했다. 부정유통 등의 부작용도 지적됐다.

그러나 이번 재난기본소득에서 지역화폐는 지원금이 실질적으로 소비되도록 유도하는 장치 역할을 할 전망이다. 또한 현금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3개월이라는 한시성을 통해, 즉각적인 효과를 노리겠다는 심산이다. 특별한 상황이라는 가정하에, 지역화폐의 부작용도 최소화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경기도청의 한 핵심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현장의 시각에서 볼 때 이번 재난기본소득의 요지는 보편성도 있지만 지역화폐라는 점이 중요하다. 지역화폐라는 것이 존재했고, 제대로 유통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시도"라며 "초유의 질병재난사태라는 특정 상황이기 때문에 지역화폐의 부작용이 최소화될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지방자치제의 방향성

이 지사의 이번 재난기본소득 정책의 재원은 경기도의 자체 예산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경기도 내의 시·군 기초단체들이 각각 자체 재원으로 각자 다른 금액을 더한다. 예를 들어 경기도 이천시민은,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10만 원에 이천시가 15만원을 더한 총 25만 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는 새로운 논쟁의 소지를 불러일으켰다. 우선 기초지자체별 지원편차가 생기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천시와 같은 경우엔 재정운용에 여유가 있는 경우지만,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경기 북부 지자체들은 현재 지급 자체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지사와 부천시장간의 갈등도 이목을 끌었다. 장덕천 부천시장이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성 글을 게시하자, 이 지사가 "반대하는 지자체는 빼고 지급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 문제가 됐다. 결국 장 시장은 사과했고, 이 지사는 "함께 가겠다"고 하며 일단락 됐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은 지방분권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또한 향후 지방자치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도 될 수 있다. 재난기본소득에서 출발해 지방분권까지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 지사는 원래 지방분권주의자를 자임해 왔다. 지난 2016년엔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개정안을 철회하라며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지방의 재정자립도를 올리자는 것이 당시 이 지사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광역지자체인 경기도의 지사로 취임한 이후, 이 지사는 기초지자체의 재정분권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경기도의회의 한 보고회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은 광역지자체의 재정권한을 기초지자체로 대폭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이 지사는 이에 반대했다.

이 지사는 "지자체 자율권을 확대해야 된다는 측면은 동의한다"면서도 "안 그래도 지금 불균형이 심각한데 재정적으로 큰 도시에게 재정적 특례를 해서 하겠다고 하면 잘 사는데는 더 잘살고 못 사는데는 더 어려워진다. 이런 방식은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당장 재난기본소득 상황에서 경기도 내 기초단체간 재정차이가 드러나는 현실은 이 지사의 판단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광역지자체가 재정권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 기초지자체는 광역단체에 종속될 수밖에 없어 실질적 지방자치가 멀어질 것이라는 반론도 동시에 제기된다. 마침 이 지사와 장 시장간에 벌어진 해프닝은 이번엔 이러한 사각(死角)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여권의 한 지역 정계 관계자는 2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번 이 지사가 장 시장에게 보인 태도는 매우 안타깝다. 지방분권주의자라면서 자신이 중앙정부에게서 받았다는 핍박을 그대로 돌려준 모양새"라며 "경기도가 부천의 돈줄도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했다.

이와 관련, 일각선 향후 지방자치제의 방향성이 이번 재난기본소득의 성패에 달려있다는 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 우리 지방분권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가를 분수령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경기도가 성공하면 지방자치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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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2020-03-31 14:31:06
이재명 지사의 재난기본소득이 어떤 거란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하였습니다.
멀리 내다보면 맞는 방법일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있는 사람들은 그깐 10만원! 표 의식이라는 생각만 하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