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국회의원 월급 깎기, 좋은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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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국회의원 월급 깎기, 좋은 일일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3.29 10:5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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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수 감축·세비 삭감은 부작용 커…일 하는 국회 만드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국회의원 수 감축과 세비 삭감 공약이 나왔다. ⓒ뉴시스
이번에도 어김없이 국회의원 수 감축과 세비 삭감 공약이 나왔다. ⓒ뉴시스

선거가 다가오긴 다가온 모양이다. ‘국회의원 수 감축’, ‘국회의원 월급 삭감’ 등의 공약이 여의도를 떠도는 건,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신호다.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내려놓기’ 약속은 이번 선거에도 어김없이 공약집 한편에 둥지를 틀었다.

매 선거 때마다 같은 약속이 반복된다는 건 해당 공약이 ‘국민에게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회의원을 무보수·명예직으로 하자는 청원이 적잖은 공감을 얻었다. 2018년에는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임금으로 낮추자는 청원이 무려 27만7600여 명의 추천을 받기도 했다.

굳이 국민청원을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월급을 깎아야 한다는 주장은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고민해 봐야 할 문제가 있다. 정말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월급을 깎는 게 국민에게 좋은 일일까.

원론적으로 국회의원은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사람’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민들을, 비례대표 의원들은 특정 직군이나 계층을 대표한다. 이런 국회의원 수가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 한 명의 국회의원이 대변해야 하는 사람 수가 늘어나게 되고, 담당해야 하는 범위도 더 넓어진다. 당연히 국회의원 얼굴 한 번 보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것이고, 그만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국회에서 반영될 여지는 더 줄어든다.

오히려 국회의원의 특권은 더욱 커진다. 찾는 사람 수는 그대로인데 파는 사람이 줄어들면 가격이 뛰는 건 당연한 이치다. 과거 사법고시로 100여 명을 뽑던 시절과 매년 로스쿨에서 1500여 명이 쏟아지는 지금의 법률가 위상을 비교해 보면 국회의원 수 축소가 가져올 악영향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국회의원을 무보수·봉사직으로 하자는 주장은 더 큰 위험을 내포한다. 국회의원에게 월급이 없다면, 혹은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다면 ‘돈 있는 사람’만이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수 있을 것이다. 뜻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정치에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설사 평범한 사람들이 운 좋게 정치에 발을 들이더라도, 부정부패의 유혹에 더 쉽게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또한 돈 있는 사람들이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게 되므로, 국회는 부자들의 의사를 과대 대표하게 될 공산이 크다. 국회의원이 ‘돈 걱정 없이’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건 국회가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국회의원 수 감축이나 세비 삭감 주장은 ‘일 안 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일 안 하는 국회의원들을 벌주고 싶다’는 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건 국민의 효용을 낮춘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돈값 못하는’ 국회의원들의 월급을 깎는 것보다는, 국회의원들이 ‘돈값 하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 국민을 위한 방향이 아닐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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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맘 2020-03-31 17:14:33
정경유착막고 특활비같은거 없애고 국회의원 줄이고 대통령 임명권한 축소하여야한다
월급?? 공무원들처럼 받아야한다

지혜로운 맘 2020-03-31 17:23:01
이번 코로나사태를 겪으면서 과로로 사망한 공무원과 고생하는 의료진을 보면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사실 자신과 가족이 감염될수있는데도 다른사람같으면 누가 가서 일하겠는가? 이번에 정말 많이 인식이 바뀌게 되더군
특히 의료진들과 간호사분들 공무원분들 감사하고 응원합니다
국회의원들 말고~!!!!! 일반 공무원들과 의료진 간호사분들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