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극복해요] “미술학원 운영 어렵지만…코로나 이후를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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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극복해요] “미술학원 운영 어렵지만…코로나 이후를 고민합니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3.30 15: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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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극복 자영업자를 위한 연중 캠페인 인터뷰②
경기 안양 만안구 충훈로 ‘아트스토밍미술학원’ 박미수 원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경기 침체 지속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민 모두가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소비가 급격히 위축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이에 〈시사오늘〉은 조금이나마 자영업자들에게 힘을 보태고자 '태성세무회계컨설팅'과 연중 캠페인 '함께 극복해요'를 실시한다.

'함께 극복해요'는 사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세 자영업자들의 애환을 널리 알리고, 이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사회적 공론장에서 논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됐다. 태성세무회계컨설팅은 캠페인 참여를 원하는 모든 자영업자들에게 '무료 세무 컨설팅', '세무 기장료 4개월 무료'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뷰가 곤란하거나 부담스런 자영업자들에게도 동일한 혜택을 제공한다.

이번 캠페인은 대한민국 자영업자라면 업종 불문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참여를 희망하는 자영업자는 가게에 대한 소개와 본인의 사연을 담은 짧은 글을 작성해 이메일(sisaon@sisaon.co.kr)로 보내면 된다. 자영업자와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 함께 극복해요!

미술 통해 사고의 유연성 키우는 '아트스토밍미술학원' 박미수 원장
"학교 개학 연기·학원 휴원 1달, 매출 '0'…금융부담 커져 막막한 상황"

경기 안양 만안구 충훈로 일원에 위치한 아트스토밍미술학원. 입구에 로봇 모형이 눈에 띈다. 이곳을 운영하는 박미수 원장은 32세 젊은 자영업자다 ⓒ 시사오늘
경기 안양 만안구 충훈로 일원에 위치한 아트스토밍미술학원. 입구에 로봇 모형이 눈에 띈다. 이곳을 운영하는 박미수 원장은 32세 젊은 자영업자다 ⓒ 시사오늘

지난 27일 오후 안양역 앞은 친구, 가족, 연인들과 함께 봄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유난히 좋은 날씨 때문에 재난 상황임을 잠시 잊은 걸까, 몇몇은 마스크를 벗어던진 채 왁자지껄 떠들며 안양천 산책로를 따라 흐드러지게 핀 봄꽃을 즐겼고,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다시 체감할 수 있었던 건 마을버스를 타고 주택과 상가가 밀집한 동네로 들어가면서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는 그네만 황량하게 흔들렸고, 시내 재래시장인 충훈부시장은 따스한 봄기운은커녕 냉기마저 감돌았다. 평소 같았다면 학교를 마친 학생들로 가득했을 학원가에서는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시사오늘〉은 만안구 충훈로 일대에서 2년째 '아트스토밍미술학원'을 운영 중인 젊은 자영업자 박미수 원장(32)을 만났다. 처음에는 단순히 작품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생계 차원에서 지난 2018년 1월 학원을 연 박 원장은 미술을 접한 아이들이 밝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이것이 자신의 본업이자 생업임을 깨닫고, 이듬해 바로 학원을 확장 오픈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일이 뜻대로 흘러가는 경우는 없는 법, 원생 규모가 100여 명으로 늘고 운영이 정상화되던 찰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그는 휴원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박 원장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젊은 자영업자의 열정과 패기로 코로나19 이후를 고민하고 연구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학교 개학 연기로 휴원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교육청에서 휴원 권고 연락이 지난달부터 돌았고, 휴원한지 이제 한 달 됐어요. 휴원이 강제적인 건 아닌데 아무래도 감염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고, 전체적인 업계 상황이나 학부모님들 분위기도 휴원 쪽으로 가니까 저희도 그 흐름에 맞추게 된 겁니다. 그래서 휴원을 시작했는데 개학 날짜가 계속 연기되니까 휴원도 자연스럽게 연장되고 있고, 다음달 6일에서 더 길어질 수 있다고 하죠? 사실 무척 어려운 상황이에요."

-코로나 이후 원생이나 매출 상황이 어떤가요.

"교육청 휴원 권고 전인 2월 초, 그때부터 아이들을 보내지 않으시는 어머님들이 생겼어요. 원래 원생이 100명 좀 넘게 있었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반으로 떨어졌어요. 그리고 2월 4주차부터 아예 휴원을 한 거예요. 매출은 지금 '제로'입니다. 학교 개학이 결정된다고 해도 지난달 마지막 주 수업을 안 했기 때문에 개원하고 1주를 보충해줘야 돼요. 엄청 막막하죠."

-그럼 운영비는 어떻게 충당하고 계시나요.

"처음부터 여유 있게 시작한 사업이 아니었어요. 다 대출 끌어당기고 개원한 거라 1~2주만 쉬어도 운영이 힘든 실정이거든요. 처음에 코로나19 사태 터졌을 때 장기전이 되겠다는 판단에 바로 또 소상공인대출을 받았어요. 지금은 그걸로 겨우겨우 유지고 있습니다. (개학 연기에 따른 휴원이) 좀 더 길어지면 정부 지원을 추가로 더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최근에 확장 이전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더 부담이 클 것 같은데.

"2018년 1월에 작게 오픈을 했는데, 찾아주는 어머님들과 아이들이 많아서 이곳으로 확장했죠. 비용도 많이 들어갔어요. (씁쓸하게 웃으면서) 그것도 다 대출이죠. 그걸 만회하려고 또 대출을 받는 격이 됐습니다. 금융 부담이 크긴 하네요."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도 막막하겠어요.

"코로나19 전에는 선생님 3분 정도 계셨는데, 지난달에 아이들을 보내지 않으시는 어머님들이 늘면서 1~2명만 교대로 출근하는 식으로 운영됐죠. 이제는 휴원했으니까…. 프리랜서 식이긴 하지만 선생님들께서 여길 주 업무로 보셨기 때문에 휴원을 하면 생계가 무척 힘들죠. 그것 때문에도 난리가 난 상황입니다."

"비슷한 사태 또 올 것…위기를 계기 삼아 연구中"
"어렵지만 격려 해주시는 학부모들 많아 힘이 나요"

아트스토밍미술학원 안내 포스터와 내부 전경 ⓒ 시사오늘
아트스토밍미술학원 안내 포스터와 내부 전경 ⓒ 시사오늘

-개원을 강행하는 학원도 제법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문을 열 생각은 없었나요.

"여는 학원도 있긴 있었죠. 하지만 지역 커뮤니티나 맘카페 등에서 어머님들 분위기가 '돈만 아는 학원은 보내지 말자'는 추세에요. 문 여는 학원들 정보를 공유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이미지 관리 측면에서라도 욕심만 부릴 순 없는 상황입니다. 버티던 학원들도 최근에는 다들 휴원하고 있어요."

여유가 있어서 학원을 하는 분들은 정말 드물어요. 개원한 학원들도 대부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어요. 아까 소상공인대출 말했었죠? 저랑 친한 다른 학원 원장님이 추천해줘서 받은 건데, 정작 그분은 여건상 받지 못했어요. 그런 경우는 진짜로 힘들죠. 어떻게든 오기로 버티면서 개원을 하셨는데, 원생이 10명 정도 나오다가 어느 순간부터 5명 미만으로 줄었다고 해요. 5명 원비 받아서 운영하는 건 완전 마이너스죠. 결국엔 휴원을 결정하셨어요."

-학교 개학 연기가 길어지면 아무래도 고민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휴원한 이후 여러 가지 생각들을 했어요. 하지만 이건 제가 학부모라도 어쩔 수 없어요. 굳이 나쁘게 생각할 필요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이유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좀 다른 방향에서 고민하기로 스스로 마음을 먹었고, 만약에 이런 사태가 또 온다면 어떻게 대처를 할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시나요.

"보통 일반 보습학원은 코로나19 사태에도 휴원하지 않고 온라인 강의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잖아요. 하지만 예체능 학원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 옆에서 직접 지도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온라인 방식은 사실상 어렵죠. 그래서 역발상을 해봤어요. 아예 강의 대상을 바꾸는 겁니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아이들이 집에만 있잖아요. 같이 놀아주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말 못 할 스트레스를 받는 학부모님들이 많다고 해요. 아이들 교육적인 부분도 신경이 쓰일 테고요. 비슷한 사태는 언제든 또 올 텐데, 그때를 대비해서 꼭 전공자가 아니라도 부모님께서 아이들에게 미술 수업을 쉽게 가르칠 수 있도록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요. 유튜브로 조만간 그 결과를 공개하려고 해요. 학부모님께서 영상을 보시고 그대로 지도한다면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님들께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와중에 그런 생각까지 하고 있다니 대단합니다.

"당장 개학을 해도 문제잖아요. 엄마들 입장에서는 아직 전염병이 종식되지 않은 상황이니까요. 자율 등원을 한다고 해도 최소한 올해 여름까지는 굉장히 힘들고, 회복이 더딜 것 같아요. 장기화 우려가 크니까 위기를 계기 삼아서 이런저런 고민이나 연구를 해야겠다고 판단했어요.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으니까요."

박 원장은 이 대목에서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어갔다.

"사실 제가 이런 연구를 하게 된 건 학부모님들 덕분입니다. 휴원한 이후에 학부모님들께 격려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힘이 나더라고요. 그중에는 학부모면서 저처럼 학원을 운영하시는 자영업자도 계시거든요. 그분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지금 문을 연다고 해도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보내지 않을 거고, 오히려 이미지만 나빠질 거다. 개학을 해서 자율등원이 이뤄져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묵묵히 힘을 내서 다음을 준비해야 할 때다'라고요. 그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부모님께 오히려 더 죄송스러워"
"학원은 자영업, 단순 휴원 권고는 무책임…대승적 지원 절실"

아트스토밍미술학원 원생들이 함께 그린 작품이 벽에 걸려 있다. 추상적인 그림이 참 독특하고 새롭다. 사고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박 원장의 교육 방침이 느껴진다 ⓒ 시사오늘
아트스토밍미술학원 원생들이 함께 그린 작품이 벽에 걸려 있다. 추상적인 그림이 참 독특하고 새롭다. 사고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박 원장의 교육 방침이 느껴진다 ⓒ 시사오늘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전공이 서양화고,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은 전업 작가였어요. 그런데 작가라는 건 수입이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잖아요. 작가 생활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으로 부업을 가져야 해요. 저는 20살 때부터 미술학원 강사 일을 했거든요. 제일 잘할 수 있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니 학원밖에 안 떠오르더라고요. 그런데 개원해서 아이들이 미술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까 참 보람 있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작가 생활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학원을 본업으로 여기고 아이들에게 미술을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줘야 겠다는 마음이 더 커요."

-(교실에 걸린 그림을 가리키며) 지금도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이 그림들은 아이들의 합동 작품이고요, 저쪽에 있는 게 제가 그린 작품입니다. (웃으면서) 아직 제목도 안 지었어요."

-그림들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지도 방식도 다른 학원과 좀 다를 것 같은데.

"제가 어렸을 때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느낀 건 그저 어떤 대상을 똑같이 재현하는 데에만 치중한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미술의 역할은 사실 그외에도 굉장히 많거든요. 특히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잠시 멈춰서 생각하게 하고, 사고를 유연하게 만드는 게 미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봤어요. 때문에 사물을 똑같이 그리는 것보다 사회, 예술,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쉽게 풀어서 아이들에게 제시하고, 좀 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의 수업을 학원 운영 방침으로 삼고 있습니다.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면서) 그래서 저런 추상적인 작품들도 나오는 거죠. 학원 이름을 '아트스토밍'으로 지은 것도 '브레인스토밍'에서 착안한 겁니다."

-원생들은 보통 어린이들인가요.

"대상을 딱 정해놓진 않았어요. (웃으면서) 사실 제가 원장치곤 나이가 좀 어린 편이라서 어머님들께 입시에 대한 신뢰는 아직 못 얻은 것 같아요. 그래서 유치부·초등부 위주고, 성인반도 10명 정도 운영하고 있어요.

-성인반은 지금도 운영하고 있습니까.

"성인반도 대부분 학부모님들이에요. 아이들이랑 함께 오시던 분들인데 코로나19 때문에 같이 안 나오고 계시죠."

-상황이 정말 상당히 어렵군요. 가족들도 걱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엄청 걱정하시죠. 부모님께서는 현실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많이 미안해하세요(울먹임을 애써 감추려는 게 느껴졌다). 여유가 있어서 학원을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제 모든 걸 다 걸고 하고 있는 거니까, 부모님 걱정이 무척 많으세요."

박 원장은 학원을 운영하면서 작품 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 시사오늘
박 원장은 학원을 운영하면서 작품 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 시사오늘

-지금 정부에서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어떤 대책이 가장 실질적으로 필요한가요.

"집단 감염 우려가 있으니 휴원하는 건 옳다고 봐요. 하지만 학원은 자영업이잖아요. 교육청에서 그냥 휴원 권고만 하는 건 사실 문 닫으라는 얘기나 다름이 없거든요. 단순 권고니까 휴원은 선택사항이고, 그에 따른 피해도 각 학원 문제라는 의미잖아요. 정말 무책임한 조치라고 생각해요. 휴원에 응한 학원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펼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특히 금융 부담, 임대료 문제, 세금 등에 대한 지원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모든 자영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다 같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긍정적인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연습, 준비를 하는 시간으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다면 뭔가 다른 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기운 내고, 이겨냅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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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범 2020-03-30 19:17:51
힘내세요 원장님~ 대치동 미술학원도 휴원이 길어지지만 힘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