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수탁-IB수수료 수익’ 증감…무색해진 ‘증권사’ 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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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수탁-IB수수료 수익’ 증감…무색해진 ‘증권사’ 본업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04.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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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주요 증권사 수탁수수료 수익 감소…주요 수익원 ‘IB’ 이동 입증
IB수수료 대부분 증가…업계 “앞으로 증권사 본연업무 더욱 줄어들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증권사별 수탁수수료 수익 증감 현황(단위 : 억원, 연결기준) ©금감원 공시·각사 자료·정우교 기자 취합
증권사별 수탁수수료 수익 증감 현황(단위 : 억원, 연결기준) ©금감원 공시·각사 자료·정우교 기자

지난해 증권사 수탁수수료 수익과 IB(투자은행)수수료 수익의 명암이 엇갈렸다. 

증권사 IB수수료 수익은 대부분 늘어난 반면, 수탁수수료 수익은 모두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몇년간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이 △주식 △파생상품 △외화증권 등을 거래하는 것에서 IPO 및 대체투자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또한 올해를 제외한 IPO시장은 최근 몇년간 호황을 이뤘고, 증권사들은 국내외 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처를 활발히 모색해오면서, 이동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게다가 지난해 주식거래대금은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수수료 무료'는 이제 관행이 됐다는 점도 수탁수수료 부진의 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이제는 각 회사 사명에 '증권사'를 버리고 '부동산투자사' 등을 이름으로 써야할 것 같다"는 식의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각 증권사의 자료를 취합한 결과, 이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확인됐다. 자체적으로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2019년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증권사 20곳의 평균 수탁수수료 수익은 2018년(1887억원)보다 22.6% 감소한 146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대부분 증권사들의 수탁수수료 수익은 20%대의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유진투자증권은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였는데, 전년(707억원)보다 41.8% 가량 줄어든 411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가장 많은 수탁수수료 수익을 기록한 미래에셋대우도 2018년 5044억원에서 지난해 3954억원으로 26.1% 가량 감소했으며 2위 삼성증권도 4094억원에서 20.1% 떨어진 3271억원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중 유일하게 수탁수수료가 증가한 곳은 '키움증권'으로, 지난해 2438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2434억원)보다 0.2% 증가했다. 

증권사별 IB수수료(인수 및 주선수수료 기준) 수익 증감 현황(단위 : 억원, 연결기준) ©금감원 공시·각사 자료·정우교 기자 취합
증권사별 IB수수료(인수 및 주선수수료 기준) 수익 증감 현황(단위 : 억원, 연결기준) ©금감원 공시·각사 자료·정우교 기자

IB수수료(인수 및 주선수수료)와 관련, 증권사들은 지난해 대부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수탁수수료 수익이 부진했던 증권사들도 이 부분에서는 적지않은 성장세를 보였다. 또한 '인수 및 주선수수료'가 감소했더라도 IB수수료 수익을 이루고 있는 △매수 및 합병수수료 △채무보증수수료 등에서 전체적인 호실적이 나타나면서 당기순이익 증가를 이끌어낸 모양새였다. 

금감원 공시 및 각 증권사 자료를 검토한 결과, IB수수료(인수 및 주선수수료) 수익이 가장 많이 뛰어오른 곳은 대신증권과 NH투자증권이었다.

우선 대신증권은 지난해 153억원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85억원)대비 79.5% 가량 늘어난 수익을 기록했다. 또한 NH투자증권은 2018년 649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117억원으로 집계되면서 470억원 가량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같은 기간 한화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각각 39.0%, 31.6% 증가율을 나타내면서 당기순이익을 부양했다. 실제 한화투자증권의 연간순이익은 최근 2년간 각각 30%, 36.1% 증가했으며, 삼성증권도 17.3%, 23.3%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33억원의 '인수 및 주선수수료' 수익을 기록했다. 220억원을 기록한 전년에 비해 다소 주춤한 모습이었지만 다른 항목인 '기업금융수수료' 수익이 18.2% 가량 늘면서 순수수료손익이 전년(3685억원)보다 9.9% 늘어난 4050억원을 기록했다. 개별 IB 수익원이 서로의 감소분을 상쇄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IB'에 대한 집중은 당분간 계속되겠다고 보고 있다. 현재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관련 딜의 부진도 예상되고 있지만 추후에는 각 증권사마다 IB에 대한 역량이 특화되겠다는 의견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지난 10여년간을 되돌아보면, 과거 증권사 수익의 초점은 '증권 매매'였다"면서 "당시에도 물론 PF 등 IB와 관련된 딜이 있었지만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하지만 주식거래 전체 규모가 줄고 있고 무료 수수료를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환경도 구축되고 있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멀지 않은 미래에는 주식매매 본연의 업무는 줄어들고, 예를 들어 A증권사는 부동산에, B증권사는 IPO에, C증권사는 해외투자 등에 전문화된 구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같은 날 통화에서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그는 "우선, 현재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관련 딜의 부진이나 손실이 예상되고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증권사의 수익원 이동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증권사 본연의 업무가 축소되는 점도 있겠지만,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변화며, 이에 따른 리스크 관리 및 정책 지원도 추가로 이뤄져야 수익구조가 온전히 완성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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