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뀐 ‘부라보콘’…빙그레-해태 윈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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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바뀐 ‘부라보콘’…빙그레-해태 윈윈할까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0.04.01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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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품고 해외사업 확대
해태, 제과 사업 집중…악화된 재무구조 개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CI 각 사
빙그레, 해태제과 CI ⓒ각 사

빙그레가 해태 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 양 사가 본격적인 사업 재편에 나선다. 빙그레는 이번 계약으로 기존 빙과사업을 확장하고 해태제과는 부진했던 아이스크림 사업을 접고 제과 사업에 보다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달 31일 이사회 결정을 통해 해태제과식품과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위한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빙그레가 인수한 주식은 해태아이스크림 보통주 100%인 100만주이며 인수금액은 1400억 원이다. 최종 인수 시기는 세부 사항이 확정되는 것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해태아이스크림는 해태제과식품이 지난 1월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신설한 법인이다. 흡수합병 형식이 아닌 만큼 해태아이스크림 브랜드는 유지된다.

빙그레는 이번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단숨에 시장 1위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업계 1위 롯데제과와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인수는 시장 지각변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분위기다.

현재 국내 빙과시장은 점유율 기준으로 1위는 롯데제과, 2위 빙그레, 3위 롯데푸드, 4위 해태아이스크림이 빅4를 구성하고 있다. 닐슨코리아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매출액 기준 국내 빙과시장 점유율은 롯데제과가 31%, 빙그레는 29%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롯데푸드(17%), 해태아이스크림(16%) 순이었다. 

기존 빙과 사업 부문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빙그레 냉동 대표 브랜드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끌레도르’, 국내 최초로 원유를 사용한 ‘투게더’, 바타입 제품 ‘메로나’, ‘비비빅’, 프로즌 요거트 제품 ‘요맘때’, 제과타입 제품 ‘붕어싸만코’, 펜슬바 타입 제품 ‘더위사냥’, 콘 타입 신제품 ‘슈퍼콘’ 등이 있다. 여기에 이번 인수를 통해 해태 대표 제품 ‘부라보콘’, ‘누가바’, ‘바밤바’, ‘쌍쌍바’ 등의 장수 브랜드까지 단숨에 품게 된 셈이다.

향후 빙그레는 성장이 침체된 내수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이스크림 수출액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빙그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아이스크림·기타 품목 수출액은 △2017년 263억 △2018년 298억 △지난해 373억으로 늘었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이 보유한 전 국민에게 친숙한 브랜드들을 활용해 기존 아이스크림 사업부문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해외 유통망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태는 아이스크림 사업에서 손을 떼고 식품·제과 사업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한다. 해태제과는 지난 2016년 내놓은 ‘허니버터칩’으로 성장 정점을 찍은 뒤 실적이 하향세다. 해태제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매출액은 연결기준 △2017년 7604억 원 △2018년 7254억 원 △지난해 6900억 원으로 감소했다.

해태는 아이스크림 부분을 매각해 실적 부진으로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매각을 통해 들어오는 자금은 부채상환과 과자공장 신규 설비 투자에 사용할 예정이다. 투자가 미뤄졌던 생산라인에도 본격 투자가 가능해져 생산 효율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해태 측은 “분할 이후부터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적극적인 인수를 희망하는 러브콜이 이어져 경영권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며 “제과 사업에 핵심역량을 집중해 시장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인수합병이 양사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저출생으로 인한 어린이 인구 감소와 대체 먹거리 증가 등으로 국내 빙과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점은 빙그레 입장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빙그레는 이번 인수로 생산과 유통에서의 합병 시너지가 예상된다”며 “해태제과식품은 유일한 적자 사업부 정리로 실적 부담에서 벗어났다. 유동성 확보로 재무구조 개선 혹은 제과·식품에 투자할 수 있는 실탄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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