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유가 급락’ 건설업계, 수주환경 악화에 위기감 고조...“공공발주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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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유가 급락’ 건설업계, 수주환경 악화에 위기감 고조...“공공발주 늘려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4.02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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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되면 중견·중소 건설사는 문 닫을 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범정부적으로 공공발주를 늘리고, 현재 지연되고 있는 공공발주를 해소해 건설업계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로 도와야 경기 위축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 시사오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범정부적으로 공공발주를 늘리고, 현재 지연되고 있는 공공발주를 해소해 건설업계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로 도와야 경기 위축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 시사오늘

지속된 업황 부진과 코로나19 사태로 건설사들의 수주환경이 악화일로다. 국내 산업구조상 건설업이 기여하는 비중이 큰 만큼, 공공발주를 늘리는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5대 건설사들이 지난해 해외사업을 통해 올린 매출은 약 18조 원으로 전년(약 22조 원) 대비 17% 가량 감소했다. 글로벌 건설경기 하락, 중동 등 수주 텃밭에서 발발한 지정학적 리스크, 국제유가 하락, 라오스댐 붕괴 등 여파에 따른 수주 경쟁력 위축, 각 업체들의 보수적 수주 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국내 건설업계는 올해 들어 적극적으로 해외 수주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또한 주된 먹거리인 국내 주택사업까지 부동산 규제 등 영향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해외사업이 유일한 활로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략은 주효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액은 111억9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약 50억 달러)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졌다. 중국 우한발(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인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올해 해외수주액을 월별로 살펴보면 1월 56억 달러, 2월 37억 달러, 3월 18억 달러 등으로 집계됐다. 바이러스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2월 전월 대비 34%, 팬데믹에 접어든 지난 3월에는 전월 대비 51% 줄어든 것이다. 국제유가 급락도 하락세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수주환경 악화에 건설사들은 전례 없는 위기감에 떨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는 59.5로, 전월보다 9.4p 떨어졌다. 해당 지수가 60 아래를 기록한 건 7년 1개월 만이며, 하락폭이 10p에 이르는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3월 이후 12년 만이다.

코로나19, 유가 급락 등 영향으로 해외사업은 물론, 국내에서 추진하는 사업들도 발주 지연, 분양 연기 등으로 불투명한 상황인 데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서도 인력·자재 수급, 자금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공기지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건설업계가 받는 충격이 클 것으로 내다본다. 에프앤가이드와 각 증권사가 내놓은 올해 1분기 대형 건설사(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들의 실적 추정치를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약 3%, 영업이익은 6%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국제적 재난으로 확대된 게 1분기 끝자락임을 감안하면 2분기 실적 부진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들어 국내 건설사들이 시공하는 국내외 공사현장이 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빌딩 건설공사, 대림산업의 말레이시아 울사도 정유공장 건설공사 등이 대표적인 예다. 텃밭인 중동 공사현장도 봉쇄 상태로 전해진다. 국내 역시 부정적 여론 등 문제로 제대로 신고가 접수되지 않고 있지만 공사가 사실상 중단된 현장이 40~50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지만 큰 변화를 불러올 수준은 아니다"라며 "코로나19가 국내 건설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1분기보다 2분기에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나서서 건설업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내 산업구조상 건설업의 부진은 경기진작, 일자리 창출 등 다방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고사 직전에 있는 중견·중소건설사들이 무척 많다. 코로나19 여파로 인력과 자재가 돌지 않고 있고, 돈도 안 돌고 있다"며 "IMF, 금융위기 때 목격했듯 건설사들이 무너지면 국가경제 위부터 아래까지 충격이 심각할 것이다.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상황이 길어지면 문 닫는 중견·중소건설사들 분명히 생길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공공발주를 늘리고, 현재 지연되고 있는 공공발주를 해소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건설산업연구원 박철한 부연구위원은 "올해 계획된 공기관의 공공공사 물량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지만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발주가 지연되고 있다. 지난 1월 도로공사와 철도시설공단 집행률은 계획 대비 0.4∼2.6%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7개 공기관의 1분기 목표치인 24.5%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발주를 위해서는 투자 승인이 필요한데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본회의, 임시 회의 등이 연기돼 발주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실물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비상 상황임을 인식하고 정부에서 2분기 공공공사 발주 물량을 적극 늘릴 필요가 있다. 경제가 급격히 위축돼 건설투자가 시급하다"며 "회의 등 절차를 간소화하고 행정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하반기 계획 공사도 상반기로 앞당겨 발주 물량을 최대한 늘리는 등 실행력을 높일 실질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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