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舊새보수당 사무처 당직자들… ‘결국 희망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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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舊새보수당 사무처 당직자들… ‘결국 희망퇴직’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0.04.02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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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은 통합인데, 통합되지 못한 이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통합은 됐지만 새로운보수당 출신 사무처 당직자들 중 대다수는 미래통합당의 사무처 당직자로 고용승계되지 못했다. 이에 새보수당 당직자들이 당 회의실 앞에서 황교안 대표에 인사명령요청서를 전달한 가원데 고용승계를 이행하라며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통합은 됐지만 새로운보수당 출신 사무처 당직자들 중 대다수는 미래통합당의 사무처 당직자로 고용승계되지 못했다. 이에 새보수당 당직자들이 당 회의실 앞에서 황교안 대표에 인사명령요청서를 전달한 가원데 고용승계를 이행하라며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선택은 결국 희망퇴직이었습니다.
얘기는 그전부터 시작됩니다.

국회의원도 하나가 됐습니다. 당원명부도 하나가 됐습니다. 당 자금도 하나가 됐습니다. 딱 하나 안 된 게 있습니다. 당직자들입니다. 당 대 당 신설합당 후 의석수도, 당원도, 돈도 다 가져갔지만, 그 속에 당직자는 빠져있었습니다. 처음엔 몰랐습니다. 대기발령인 줄만 알았습니다. 기다린 대가는 희망퇴직 통보였습니다. 통합을 기대했지만 정작 청년 당직자들인 우리가 설 자리는 없었습니다.

이는 미래통합당 내 구(舊)새로운보수당 출신의 사무처 당직자인 박종원 팀장이 지난달 23일 해준 얘기를 일부 간추린 것입니다.

지난 2월 9일은 유승민 전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불출마 선언과 함께 자유한국당과 통합한다고 밝힌 날입니다. 그리고 호소한 것이 “새보수당의 젊은 사무처 당직자들이 일할 수 있도록 고용승계를 간절히 부탁 한다”였습니다.

다음날 황교안 대표도 최고위원 직후 “대통합은 누구에게는 이익이, 누구에게는 불이익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통합의 마지막 퍼즐을 순리대로 공정하게 맞춰주길 기대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통합당은 20여 명의 사무처 당직자 중 4명에게만 말단직의 근로계약서를 제시했습니다. 남은 당직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희망 퇴직서였습니다. 반발하자, 을 (乙)대 을의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통합당 노조 측에서 “자원봉사자들은 자중하라”는 말로 새보수당 출신의 당직자들을 정식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성명서를 낸 것입니다.

정말 자원봉사자일까요. “우리는 서면 작성한 근로계약서가 있다. 정상적으로 급여를 수령하고 세금을 납부했다. 엄연히 4대 보험에도 가입돼 있다. 우리는 정치자금법 등을 준수한 당직자다.”- 3월 16일 새보수당 성명서 중-

그럼 왜 자원봉사자라고 하는 걸까요. 박 팀장은 “전형적인 프로파간다(정치선전)”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누가 근로자가 아닌 이들에게 희망퇴직을 권유하나요. 자원봉사자라면서 퇴사자에게 월급을 줄 이유도 없겠지요. 본질을 흐리려는 프로파간다이자 어불성설입니다.” - 23일 박종원 팀장-

- 노조 측에서 날을 세우는 이유가 뭔지요.

“본인들은 희생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당법 30조에 따르면 유급직원은 100명이상 둘 수 없다고 명시돼있습니다. 기존의 자유한국당 사무처에서 일하는 유급 직원들은 90여명 남짓. 새보수당 당직자들(20여명)과 합치면 100명이 넘게 돼 구조조정 할 수밖에 없게 되고 맙니다. 누군가는 직장을 잃게 될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더라도 한쪽에게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공정한 잣대와 원칙을 세워야 하는 거잖아요. 80(한국당)대 20(새보수당)이면 동일한 비율로 줄이던가, 구조조정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있던가, 희망퇴직을 공동으로 받던 가…. 재정이 문제라면 자구안을 내야죠. 하지만 그쪽(한국당 출신 노조)에서는 희생하고 싶지 않으니 우리한테만 감수하라는 거잖아요. 희망퇴직 위로금 쥐어 줄 테니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할 수 없다.’ 약육강식에 내몰린….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박 팀장은 상처 받은 얼굴이었습니다.  “보수 진보 진영을 떠나, 노동과 근로자의 인권 면에서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면에서 오랜 기간 일해 온 당직자로서 자존감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치 자원봉사자들이 특혜 채용을 받기 위해 성명서 내고 시위하고 항의한다는…. 같은 동료들이라고 생각지 않는 그 모습이 우리를 더 괴롭게 했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는 말도 전해왔습니다.  바른정당 때부터 공채 채용돼 바른미래당, 새보수당을 거쳐 당직자로서 지내온 시간들이 송두리째 부정돼버린 듯했다는 전언입니다.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에 지난달 16일 황교안 대표와 박완수 사무총장을 만나러 갔습니다. 당직자들의 최종권한자인 대표와 사무총장에게 이 문제에 대해 알려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황교안 대표나 박완수 사무총장은 뭐라고 하던가요.

“조율해서 연락드리겠다.….”

- 새보수당 출신 의원들은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요.

“그분들은 실질적 권한이 있는 분들이 아닙니다. 사무처도 총무국도 아닌 평당원일 뿐이지요. 선거 뛰느라 여력이 없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통화한 한 새보수당 출신의 의원 측 관계자도 “계속 신경 쓰고 있고 해결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찌 보면 당장은 해결해줄 수는 없다는 말로 들리기에 무기력한 모습으로도 와닿았습니다. 

더욱이 요지부동. 통합당 총무국 등은 타협을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비슷한 시기 두어 차례 전화를 해봤지만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왔습니다.

정당법 문제를 관장하는 중앙선관위는 어떨까요.  “인력 구성 등은 정당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라며 유권해석을 전해왔습니다.

자율 조치라고 하니, 이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관련 물음에 신용현 제주대로스쿨 교수는 “(신설합병 후) 고용 승계가 원칙이다. (희망퇴직을)강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일방적 해고 역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에 부합되지 않으면 해당되지 않는다”며 “통합 당시 합의약정서에 어떤 내용들이 담겼는지 등에 주목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고용승계 등과 관련해서는 구두약정을 통해서만 진행됐다고 확인된 가운데 차일피일 시간은 흘렀습니다. 누군가는 힘이 빠지길 기다렸고, 누군가는 힘이 빠졌습니다. 결국 1일 전해진 소식은 “희망퇴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적인 문제로 가면 기나긴 시간이 예상돼 지쳐갈 무렵이었습니다. 힘의 논리에 의해 결정된, 한쪽의 희생으로 봉합된 통합의 이면이 무기력한 여운으로 남은 채 씁쓸함을 안기는 순간이었습니다. 착잡함 속에서 지난번 만났을 당시 또박또박 힘줘 말하던 박 팀장의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우리도 압니다. 외부로 노출될수록 정당의 호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노동과 인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불합리한 비상식에 맞서 싸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끝나든, 우리는 자신과 가족, 이웃에 떳떳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안 그러면 두고두고 인생을 살면서 후회할 것 같기에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당을 사랑합니다. 우리도 미래통합당 당직자들입니다. 노노 갈등이 아닌 노노 협력이 되지 못한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조속히 해결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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