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총선 정치 퇴행, 선진한국 미래 없다
[이병도의 時代架橋] 총선 정치 퇴행, 선진한국 미래 없다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4.11 12: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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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인물·시대정신 실종
총선 이후 국가 진로(進路) 미궁
난장판 된 비례당 변칙경쟁
정책과 공약, 비전 상실
눈덩이 국가부채, 여야 돈 풀기 경쟁
진영 싸움에 파열된 중도와 실용
코로나 편승 ‘新관권선거’
의원 꿔주기에 공천 뒤집기까지
졸속공약·꼼수·막말 공방, 정치불신 불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코로나 경제위기가 덮쳐 오는 와중에 4·15 총선을 치른다. 앞으로 4년간 ‘한국호(號)’의 향배를 좌우할 중요한 선거다. 

미증유의 국가적 위기 속에서, 현 난국 타개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 선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의회권력 재편을 넘어 경제위기 극복 여부와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려 있다. 하지만 현실은 180도 딴판이다.

조국 사태 등을 계기로 양극단의 진영싸움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이성과 합리, 실용의 완충지대가 실종됐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혼탁 양상은 심각해지고, 선거 고질병인 포퓰리즘 공약에 막말과 꼼수만이 넘친다. 퇴행적 정치 문화의 되풀이다. 

원칙도, 염치도 제쳐둔 채 오로지 의석 계산만 염두에 둔 도박판 같은 매표 선거론 나라 운영과 경제를 살려내기 어렵다. 

이번 총선은 후보자와 정당의 난립으로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가 됐다는 게 문제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번 총선은 후보자와 정당의 난립으로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가 됐다는 게 문제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역대 최악 '깜깜이' 선거

이번 총선은 후보자와 정당의 난립으로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가 됐다는 게 문제다. 

한마디로, 이슈가 실종된 깜깜이 선거다. 처음 도입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주요 요인이다. 비례위성정당 출현이 4·15 총선을 ‘졸속·깜깜이 선거’로 만들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거대 양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어 최악의 꼼수 선거를 자행하면서 총선을 진영 대결로 몰고가니 정책 경쟁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온통 총선 승리를 위한 정치공학에만 매몰돼 있다.

총선 후에 선거법 위반 여부를 놓고 정당·후보 간 다툼도 빈발할 것으로 우려된다. 총선이 끝난 뒤에는 엉터리 선거제도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문제는 역시 ‘코로나 이후’를 내다보는 대국적 안목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야의 선명한 정책 대결이 보이지 않는 데다 비례정당 난무로 유권자들은 “뭘 보고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한다. 선거공보물이 각 가정에 도착했지만, 잘못된 개정 선거법 탓에 정당이 난립하고, 초유의 위성정당 편법까지 동원되면서 옥석을 가리기 더 힘들어졌다. 

투표율 추락은 민의(民意) 왜곡 

무엇보다 비례 위성정당을 둘러싼 막장드라마 정치,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막말 논란 등이 터지면서 중도층을 중심으로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생기는 게 걱정스럽다. 

역대 총선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란 우려가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권자들이 선거를 외면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한국 정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국민은 4명 중 3명꼴로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발표한 ‘2019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의 결과다. 우리의 정치 상황에 불만족을 표시한 응답이 조사참여 가구의 74.9%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반면 만족한다는 답변은 6.1%에 그쳤다. 국민의 정치 불신이 팽배하다는 사실이 객관적인 조사로 확인된 것이다.

정치 혐오증을 동반한 무당층이 많다는 것은 거대 여야의 극단적인 정쟁의 결과다. ‘조국 사태’와 ‘패스트트랙 정국’ 등을 거치면서 진영이 갈라지고 정치 불신이 심화됐다. 

투표율이 떨어지면 여야 강경 지지층보다 중도층에서 투표율 하락이 심각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중도층이 투표를 기피할 경우 좌우 양극단 세력만 득세해 총선 민의는 왜곡되고 정치 불신만 가중될 것이다. 

정책 실종 사태

총선 정국에서 심각한 것은 주요 정당들의 핵심 공약이 무엇인지 기억나는 게 거의 없을 정도란 점이다. 밑도 끝도 없는 '돈 풀기' 약속 경쟁만 증폭시키고 있다. 정책 실종 사태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 등 여야 정당들이 내놓은 4·15총선 공약에 대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시작된 2004년 이후 최악의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비례용 위성정당을 창당해 의원들을 꿔주며 공동선거운동까지 하는 위법과 위헌의 경계선에 있는 거대 양당에 대해 유권자들은 신물을 내고 있다.

한때 유럽에서 재정이 건실한 나라로 꼽혔던 그리스는 선거를 거치며 만성 부실국가로 전락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주라"는 파판드레우의 포퓰리즘 정치에 야당도 "우리도 다 주겠다"며 경쟁에 뛰어들어 이같은 사태를 초래했다. 엄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 보도에 집중해온 언론이 공약 실종을 부추기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동안 선거 보도는 비례위성정당 문제나 공천 잡음 정도가 눈에 띄었을 뿐 공약 비교 분석은 많지 않았다. 민의의 심판이어야 할 총선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려는 언론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동물국회' 재현 우려

‘아니면 말고’ 식의 네거티브 공세도 마다지 않는 이전투구 행태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선거의 고질병이라고 할 도를 넘는 상대 정당ㆍ후보 비방과 막말, 유권자는 안중에 없는 꼼수 선거운동은 넘쳐나니 한심한 일이다.

가뜩이나 정치 혐오와 정치 효능 불감이 참여의 위기를 가중하는 마당에, 추악한 경쟁이 투표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고 밝힌 중도층이 30%에 육박한다. 유권자 4399만명 가운데 중도층이 1000만명가량 된다는 분석도 있다.

맹목적 대결을 부추기는 거대 양당의 외면, 유권자를 줄세우겠다는 오만에 정책 선거는 실종됐다. 이대로 출범하는 국회가 4년간 민의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제3정당이 없는 상태에서 거대 양당이 총선 후에도 대선을 겨냥해 정국 주도권 다툼을 벌일 경우 대화와 타협보다는 대결이 난무하는 동물국회가 재현될 우려가 있다. 민생당과 정의당, 국민의당 등이 제3정당 자리를 노리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지지율이 저조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양극단 싸움, 선거제 혁신 실패 

정치적 상황도 직시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가 정부 실정을 가리고 있다. 이념에 얽매인 정책과 무능을 가렸다. 반면 야당은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대안 없이 정치공세를 일삼고 있다. 한 일도 없는데 반사이익을 얻으려 하고 있다.

우려했던 막말 공방과 고소·고발전도 격화되고 있다. 흑색선전, 지역감정 유발 등 혼탁 양상이 심화됐다. 

정권 심판이니 야당 심판이니 하는 구호들만 난무하고 있다. 양극단의 진영 싸움 속에 정책과 인물이 가려졌다. 어느 당이 어느 당인지 알 수 없는 떴다방 같은 위성정당들도 난립했다. 

총선이 파행으로 가게되면,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정치판은 반성할 줄 모르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게 된다. 

정치에 대한 실망과 외면은 3류 정치를 낳는다. 정치인의 막말과 실언은 국민들의 정치 혐오와 환멸을 키워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막말로 여론을 얻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 앞에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이번 총선으로 개정 선거법이 처음 도입한 역사적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는 완벽하게 누더기가 되었으며, 어처구니없게도 실제 연동되고 있는 것은 거대 양당의 꼼수와 변칙이라는 비루한 현실이다. 

선거법 개정을 이끈 집권당은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으며 오히려 득표 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냉혹한 현실정치와 철벽같은 기득권 앞에 좌절된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 혁신은 21대 국회 몫으로 다시 넘겨졌다. 

국정운영 냉철한 평가를 

여야가 내놓은 정책 대부분도 새로운 것이 없거나 부실하다. 시대정신을 읽는 유권자들의 힘이 필요하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투표는 매우 중요하다. 총선 결과에 따라 국정운영 기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기존의 국정 기조를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전환해야 할지가 이번 선거에서 결정된다. 

유권자들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흐리며 정치를 투견장으로 변질시키는 흑색선전, 중상모략, 무차별 비방, 지역주의 선동이 민주주의의 적임을 유념하여 올바르게 판단해야 한다. 

실행 가능성보다는 당장 인기에만 영합한 공약을 내놓는 포퓰리스트들도 솎아내야 한다.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민심의 깊은 흐름을 읽을 줄 알고 지역과 나라를 걱정하고 헌신하는 인물을 골라야 한다.

유권자들이 잊지말고 챙겨야 할 게 경제·민생 관련 공약이다. 가파른 성장동력 하락과 고용 불안으로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변화에 대비한 비전 경쟁만이 유일한 선택 기준이 돼야 한다. 선거판이 비정상적일수록 유권자는 더욱 냉철하고 현명해져야 한다. 

정부가 먹고사는 문제를 잘 해결하고 우리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안보를 튼튼히 해달라는 게 국민들의 바람이다. 유권자들은 지난 3년간의 국정운영에 대해 냉철하게 평가하고 선택해야 할 것이다.  

정파와 이념, 지역에서 벗어나 이성과 합리, 상생과 타협, 중도와 실용의 공간을 확대하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기대한다.

선거법을 무용지물로

회고적 투표든, 전망적 투표든 그 결과에 우리의 미래가 달린 것만은 분명하다. 과거 선거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례적인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선거법의 허점을 악용한 꼼수가 난무했다. 중앙선관위는 모(母)정당과 위성정당이 공동으로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거대 양당은 각자의 위성정당과 ‘공동 마케팅’에 돌입했다. 선관위의 느슨한 법 적용을 틈타 선거법을 무용지물로 만든 셈이다.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선거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총선을 진영 대결 구도로 몰고가는 바람에 정책과 공약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비례의석을 더 많이 얻으려는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 꼼수에다 군소정당 난립까지 영향을 끼친 결과다. 

위성정당에 대한 거대 양당의 현역 의원 꿔주기 레이스가 급피치를 올렸다. 예상했던 꼼수 정치의 끝판이다. 스스로 주도한 개정 선거법 취지를 망가뜨린 집권당의 국민대표라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결정했다는 것이 고작 '의원 임대'라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문제는 이런 후보들이 당내 공천 심사 과정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총선의 본선 무대까지 진출했다는 점이다. 

정당정치 추한 몰골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는 극심한 이념 갈등을 겪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가 폭발하기 직전까지 왔다. 

네거티브 전략만 앞세운 상대 정당ㆍ후보 비방과 막말은 가뜩이나 우려되는 투표 의욕을 더 꺾고 결국 총선을 진영 논리만 앞세운 이미지 선거로 전락시킨다.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의 과다대표, 소수당의 과소대표, 연합정치 부재, 협력정치 미미로 특징지어지는 한국 정당정치의 추한 몰골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미래통합당과 위성당인 미래한국당의 갈등이 폭발한 데 이어 범여권 비례전담 더불어시민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파열음이 나왔다. 

꼼수의 극치다. 여권의 경우 함께한다는 정당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친문(친문재인) 색채의 신생 군소정당 5개라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무늬만 연합당이지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당이라는 평가가 틀리지 않는다. 김대중, 노무현 정신이 민주당에서 실종됐다고 비판하는 진보 원로들의 회초리도 따갑다. 

제도적 허점 농단

그간 비례대표는 청년,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 대표나 각계 전문가에게 배려되어온 전통이 이어져 왔다. 이마저도 후퇴헸다. 

사표 방지와 소수정당들의 원내 진출 확대를 위해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연비제)는 거대 양당의 비례전담 위성정당 등장에 짓밟혔고, 비례대표 제도의 최대 미덕인 소수자 대표성 구현과 유능한 신인 발굴도 여러 당의 부실 공천 탓에 망가졌다.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선거보조금을 농단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급조된 여야 비례당이 막대한 국고 보조금을 챙겼는가 하면, 전과자들을 대거 공천하면서도 여성 후보자 공천기준에 맞췄다는 이유만으로 보조금을 받은 경우도 확인됐다.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의 경우 각각 여야의 비례당으로, 총선이 끝나면 모(母)정당에 흡수될 처지인데도 별도 보조금을 받는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국민 혈세가 위헌과 탈법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이들 한철 정당에 더 많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심정은 참담과 분노 그 자체일 것이다. 

혈세가 줄줄 새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제21대 국회가 출범하면 관련제도 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위성정당에 대한 선거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헌법소원도 제기된 상태다. 합당한 사유가 없는 복당은 불허하는 등 ‘의원 꿔주기’에 제동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국고보조 대상이 되는 공당들이 이럴 수는 없다. 두 당은 국민들 짜증 지수만 키우는 잡음을 소거하고 한심한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옳다.

현실성 없는 공약 남발

난국 타개를 위해서는 정책공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코로나 사태로 장기간의 경기침체 국면 진입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이런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 노력이 없다. 

위기 상황에서 나라가 나아갈 길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지만, 지금은 현금을 뿌려가며 한 표를 얻겠다는 경쟁뿐이다. 

여야 할 것 없이 돈풀기 경쟁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명목은 ‘코로나 극복’이지만 사실상 매표성 현금 살포다. 여기에 급조된 비례 위성정당이 속출하면서 졸속·날림 공약이 쏟아져 선거판이 더 어지러워지고 있다.

KBS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21대 총선 지역구 후보자 405명의 공약 소요 예산을 합산했더니 국가 예산의 8배가 넘는 4399조원에 달했다. 현실성 없는 공약이 남발되고 있는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서울 등 수도권 출마 일부 후보들이 1가구 1주택 종합부동산세 경감 공약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카멜레온 공약이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공약도 표를 위한 카멜레온 공약으로 손색없다. 

더 큰 문제는 중앙당 차원의 공약이 도를 넘었다는 점이다. 30조원을 넘는 민주당의 개발 공약은 현실성을 따지면 부적절하기 짝이 없다. 여당의 무책임한 공약을 비판해야 마땅할 야당의 개발 약속은 한술 더 뜨는 수준이다. 미래통합당은 8조원 규모가 넘는 경부선 대구 도심 구간 전면 지하화 등 개발 공약이 여당의 2배를 넘는 72조원에 이른다.

과거 주장 재탕삼탕 수준

더욱 아쉬운 것은 코로나 위기 이후 확 달라질 세계 경제의 ‘새판’을 기회로 삼기 위한 신산업과 기업을 육성할 정책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바이오헬스, 원격의료, 온라인 교육 등에 얽히고 설킨 규제를 풀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정당이 없다. 

전체적으로 과거 주장을 재탕삼탕한 수준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 1호 공약 ‘공공와이파이 확대’는 박근혜 정부에서 운을 뗐고 지난 대선에도 등장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를 앞세우는 미래통합당의 부동산 정책은 지난 보수 정부의 정책을 되살리는 것도 모자라 임차료 부담, 내집 마련에 전전긍긍하는 민심과 동떨어진 것이니 한숨만 나온다.

문제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경제를 살릴 정책 대결보다는 지지층 결집 등을 위한 ‘네거티브 공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최근 자당 후보들에게 배포한 ‘선거전략 홍보유세 매뉴얼’에서 경제정책 실패를 이전 정부 탓으로 돌리고 반기업·반일 정서를 부추긴 것은 비난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경우 ‘전 국민 매월 60만원 기본소득 지급’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약을 공개했다가 실현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커지자 철회했다. 급조된 가설정당의 저급한 행태다. 시민당은 핵발전위험세 신설과 군사분계선의 후방 전환 공약 등도 내놓았다. 현실성이 없을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은 구상이다. 

민주당은 구태정치 야당을 심판한다지만 프레임 씌우기가 구태정치다. 통합당 역시 공허한 정권 심판만 외칠 게 아니라 대안과 비전을 내놓고 국민들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헌법 1조 수호해야

사회는 진보나 보수 어느 한쪽의 가치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사회를 변화시킬 진보적 생각의 틀도 필요하고, 너무 급한 변혁이 가져올 부작용을 견제할 보수의 안정감도 없어선 안 된다. 진보나 보수의 가치를 실천할 콘텐츠는 없으면서 진영 간 싸움만 부추겨 존재감을 유지하는 입진보, 입보수들을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우리 사회 곳곳에 '내 편'을 포진시켜 이른바 '주류 세력' 교체를 지속할 것이며, 이렇게 비대해진 세력을 바탕으로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고 '10년 집권'을 위한 개헌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마디로 우리 민주주의가 다시 위협받을 것이며, 이른바 '좌파 독재'는 더욱 기승을 부리려 할 것이다. 

국민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를 수호해야 한다. 선거는 바로 국민이 ‘주권자’임을 확인하는 날이다. 

유권자들은 경제 공약에서 크게 두 가지를 봐야 한다. 정책 방향이 시대 상황에 맞는지, 그리고 정책 수단이 얼마나 현실성과 실용성을 갖췄는지다. 특히 민주당에 대해서는 앞으로 얼마나 잘할지 뿐 아니라 지난 3년간 정책 성과가 어떠했는지를 따질 수밖에 없다. 

이를 따질 책임은 오로지 국민에게 있다. 권력이 쏟아내는 달콤한 말에 현혹되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대가는 국민이 치러야 한다. 거대 양당에 묻혀 주목도가 떨어지는 소수 정당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공약(空約)’ 난무 

정책과 공약은 그 정당의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편이자 약속이다.

'돈 뿌리기'만으론 골병 든 경제를 못 살린다. 정책 대결로 국민의 의사결정을 돕는 건 책임 있는 정당의 의무다. 

그러나, 이번 총선 정국에서는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공약(空約)’만 허다하다. 재원 조달 방안과 실행 로드맵이 현실성이 있는지, 이전 총선 공약 이행률은 어떤지 등을 살펴 무책임한 공약을 내건 정당이나 후보는 걸러내야 한다. 

일부 군소 정당의 공약들 까지도 실로 황당한 수준이다. 우리공화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공화당은 핵무장, 민중당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폐기를 내세웠고, 국가혁명배당금당은 18세 이상에게 긴급생계지원금을 1억원씩 주겠다고 했다. 삼척동자도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공약(空約)’이다.

더욱이, 코로나 이후에는 개인의 삶에서는 물론 정치·경제·행정 등 모든 분야에서 지금과는 전혀 딴판인 세상으로 바뀔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대변혁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원의 손길을 요청한 나라가 90개국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다를 기록하자 “글로벌 경제가 멈춰섰다”는 우려와 함께 “세계 경제의 지옥문이 열릴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판국이다. 그동안 인류가 이룩해 온 경제적 성과가 무너져 버릴 것이라는 경고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경제위기 해법(解法) 부실 

그럼에도, 한국 정치권에선 해법(解法)이 보이질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이후 3차 추경 편성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달 17일 11조7000억원 규모의 1차 코로나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2주도 지나지 않아 정부·여당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신속한 집행을 위해 7조1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추경안이 제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3차 추경 얘기를 꺼낸 것이다. 

어이없기는 미래통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당은 “표를 구걸하는 행위”라며 추경 편성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예산 용도변경 100조원, 긴급 금융지원 100조원, 국민채권 발행 40조원 등 총 240조원 규모의 패키지 지원책을 내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약은 대부분 친(親)노조·반(反)기업 정책으로 채워져 있다. 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내놓은 ‘공동공약 1호’가 스타필드 같은 복합쇼핑몰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일 정도로 공약집에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투성이다. 민주당의 10대 공약 중 정리해고를 더 어렵게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등은 노동계가 집요하게 요구해온 정책 그대로다.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총선 공약이라고 눈에 쏙 들어오는 게 있는 건 아니다. 통합당은 10대 공약에 탈원전 정책 폐기, 노동시장 개혁,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 정책을 담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 20대 국회 때부터 추진해온 것들을 재탕 삼탕한 것이란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공기관 이전 카드도 다시 꺼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부산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전국을 다녀보면 제일 절실하게 요구하는 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라며 "총선이 끝나는 대로 지역과 협의해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확정 짓겠다"고 말했다. 여당이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공공기관 이전 이슈를 불쑥 던진 것은 표심 잡기용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중심으로 한 개발 공약도 남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공약집에 포함시킨 개발 사업을 분석한 조사에 따르면 이미 추진 중이거나 비용 추산이 어려운 사업을 제외하고도 103조5,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올해 예산의 20%에 가까운 막대한 규모지만 경제성이 떨어지거나 재원 조달 방법이 제시되지 않은 사업이 허다하다.

선거 때마다 각 정당과 후보들이 SOC 공약을 앞세우는 것은 이런 개발 사업이 생활 편의를 높일 뿐 아니라 땅값ㆍ집값 상승을 부추겨 표심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뜬구름 잡기식 개발 공약에 매달릴 게 아니라 지역 유권자들의 현실적 필요에 호응하는 약속으로 표심에 호소해야 마땅하다. 

타락한 금권(金權)정치 행태 

여야 정치권이 선거 승리 지상주의에 빠져 내 돈이 아니라고 마구 퍼주는 약속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나라 곳간이 비게 되면 젊은 세대들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물론, 워낙 상황이 안 좋은 만큼 현금성 지원은 필요하고 반기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등 생업이 위기에 처한 저소득계층은 특히 그렇다. 하지만 이는 전 국민의 재산인 정부 재정으로 국민의 정치적 판단을 사려는, 타락한 금권(金權) 정치임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나라의 주인으로서 국민은 저항감도 가져야 한다. 

공약 이행 방안은 결국 재정 투입이다. 2022년까지 기업가치 1조원 이상 K-유니콘 기업 30개 육성, 우량 벤처기업 연간 200개씩 선발해 집중 육성, 매년 1조5000억원 규모 소상공인 보증 추가 공급 등이다. 이에 필요한 재원도 재원이지만, 질(제도)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부분이 없다는 걸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위기에 몰린 국민을 구출하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의 변질 과정은 민주 국가에서 선거가 나라를 기울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획재정부 안은 국민 절반이 대상이었는데 여당은 총선을 겨냥해 '소득 하위 70%에 100만원씩'으로 확대했다. 이런 포퓰리즘을 막아야 할 보수 야당의 대표는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즉각 지급하자고 나왔다. 그러자 여당 대표는 정부와 협의도 없이 "전 국민 지원 찬성"이라고 맞받았다. 상대방 베팅에 밀리지 않으려고 "그 두 배"를 외치는 도박판 모습 그대로다. 

'포퓰리즘' 경쟁 기승

더욱이, 선거 직전 현금 나눠주기는 현대판 ‘고무신 선거’를 연상시킬 정도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52만여 명에게 선(先)지급 형태로 27만 원씩 조만간 나눠주기로 했다. 아동수당을 받는 만 7세 미만 아이들에게 추가로 주기로 한 아이돌봄쿠폰 4개월치 40만 원씩을 선거 이틀 전인 13일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세균 총리는 8일 모든 가구에 100만 원씩(4인 가구 기준) 먼저 지급한 뒤 고소득층에 대해선 추후에 환수하는 방안까지 거론했다.

민주당의 공약 1, 2순위는 ‘벤처 4대 강국 실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생업 안전망과 자생력 강화’다. 혁신성장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확대에 초점을 뒀다. 논란이 된 최저임금 인상과 경직적 주52시간제 등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다.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큰 틀의 정책 목표나 대상도 빠져 있다.

포퓰리즘 경쟁만 기승이다. 기초노령연금은 2012년 대선에서 두 배 인상, 2017년에 다시 25% 인상됐는데 이번에 민주당은 또 20% 인상을 공약했다. 기초연금 공약이 처음 등장했을 때 "선거마다 10만원씩 올라갈 것"이라던 예언이 거의 현실이 되고 있다.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아동수당 등 각종 무상 복지도 모두 선거의 산물이다. 이 악순환을 멈추려면 유권자들이 포퓰리즘을 거부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의 몫이다. 

정치 혐오, 리더십 실종 불러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위기 극복론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과 경제실정 심판론을 내세운 미래통합당의 대결로 압축된다. 

거대 양당은 정책과 공약을 부각시키기보다 자극적인 막말과 맞고소로 상대방 비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뜩이나 정치 혐오에 빠진 유권자들의 실망도 커지고 있다.

후보들이 잇따라 막말 논란을 일으키고, 당은 조기 진화 차원에서 재빠르게 제명에 나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는 당의 선거 기호를 가리기 위해 점퍼를 뒤집어 입거나 정당 이름만 다르게 적은 쌍둥이 버스를 동원하는 등 온갖 기이한 행태들까지 선보였다. 선거공보물, 피켓, 복장 등의 색상을 통일하고 공보물에 ‘우정 출현’하는 등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수법들로 위성정당 띄우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정책과 공약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정당과 후보 간 경쟁이 달아오를수록 네거티브가 극성을 부릴 공산이 크다. 상대 비방과 막말 전쟁으론 미증유의 위기 속에 빠져든 대한민국을 구하기 어렵다. 중상모략과 무차별 비방, 진영 논리만 앞세운 구태는 오히려 투표 의욕을 꺾고 정치 혐오, 리더십 실종만 부를 뿐이다. 

선거 막말 문제는 정책과 역량 평가를 저해함으로써 유권자 판단을 흐리게 하고, 정치 불신도 조장한다. 그런 후보가 당선되면 정치 자체를 저질화시킨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김종인 통합당 위원장을 돈키호테에 비유하며 “황교안 애마, 박형준 시종…”이라고 비난했다. 비판을 넘어 인신공격이다. 통합당 측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하자, 윤 총장은 “무고죄로 맞고소”로 맞섰다. 집권당 고위 당직자의 계산된 발언이라는 점에서 개별 후보들의 막말보다 더 심각하다.

공명선거의 한 축인 검찰을 흔들려는 움직임도 바람직하지 않다. 여러 가족범죄와 관련해 재판받는 조국 전 법무장관을 옹호하는 세력이 선거판에 뛰어들어 검찰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심지어 여권에서도 윤석열 검찰총장을 집중 공격하며 검찰을 옭아매는 모양새다. 

'개혁 공천' 공수표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 8조2항, 정당은 국민 이익을 위해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 후보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라고 명시한 정당법 2조는 거대 양당의 탐욕 앞에 무참히 뭉개지고 있다.

여야의 21대 총선 공천은 오만함 그 자체였다. 문제투성이 인사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용했다. 싸움닭들을 앞다퉈 공천하기도 했다. 향후 의정활동 능력보다는 후보 이미지가 득표에 도움된다면 ‘묻지마 영입’도 많았다. 또 여성이나 청년층은 여전히 소외된 공천이었다. 

약속한 개혁공천도 공수표로 끝났다. 여야는 당초 현역 의원 물갈이를 통해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고, 청년과 여성을 포함한 정치 신인을 발탁하겠다고 했지만 당리당략에 따른 전략공천만 난무했다. 민주당에선 86세대 중진들과 친문 인사들이 전진 배치됐고, 통합당에선 당 대표와 공천관리위원장이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게다가 여권에선 정권 비리의혹으로 재판을 앞둔 인사들까지 공천을 받아 무더기 출마했다. 유권자들을 우습게 보지 않고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다. 

비례대표제, 국민 이반 부추겨

양대 정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위성정당을 만든 것도 유권자 대부분이 두 당의 세력권을 벗어나는 제3의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란 오만한 판단에서 비롯됐다.

정치개혁이란 명패를 달고 도입된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되레 국민의 정치 이반을 부추겼다. 비례정당이 함량 미달의 공천 탈락자들로 채워져 기득권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무당·부동층을 양산한 것이 바로 기존 정치 세력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비례위성정당은 급조된 정당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시민당은 선관위에 모정당의 공약을 거의 그대로 베낀 총선 공약을 제출했다가 논란이 되자 철회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위성정당으로 불리는 열린민주당은 선관위에 아예 총선 공약을 제출하지도 못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정당 TV토론회에 참여할 수 없다. 신문·방송·인터넷에 정책과 공약을 알리는 광고를 할 수도 없다.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을 만들어 영입한 인사들을 그곳으로 보내고 자신들은 비례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거법의 허점을 악용해 비례대표를 더 늘리는 데 눈이 멀어 당의 정책과 공약을 알릴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것이다.

재발 방지에 총력을

이로써 20대 국회가 패스트트랙 위험을 무릅쓰며 어렵사리 성취했다는 연비제 골간의 개정 선거법은 더는 개혁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허점투성이의 제도로 전락했고, 심지어 종전 제도만도 못 하다는 공격 앞에 방어력을 상실했다. 

공관위 등 당 공천 의사결정 주체들이 의지를 갖고 선별하려 했다면 높은 페널티 부과 등의 방법을 통해 그런 후보가 경선을 치르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례 위성당을 투표용지 위 칸에 자리하게 하여 한 표라도 더 쉽게 받으려는 실리 계산에 안 그래도 부실한 정당정치의 명분은 공당의 체면 유지를 위한 장식품 취급조차 못 받는 형편이 됐다. 

비례의석 아귀다툼에 정치판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다. 모(母)정당인 통합당의 요구를 반영하여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마련한 공천명단 수정안을 선거인단이 부결 처리해 버린 일도 벌어졌다. 

부결 직후 한선교 한국당 대표는 대표직을 던져 위성당 리더십은 일시 진공 상태에 빠졌다. 출생의 비밀을 만천하가 다 알고 있기에 통합당과 한국당의 다툼을 보는 심정은 참담하다. 

아무리 위성정당의 속전속결 공천 뒤집기라지만 명색이 공당의 비례대표 후보 결정이 이렇게 쉽게 뒤집혀서야 무슨 권위가 있겠으며, 후보들의 경쟁력 또한 보장할 수 있겠는가 싶다. 

두 당이 위성당 의석수에 매달린 또 다른 이유가 더 많은 선거보조금 타내기에 있다는 이야기도 별로 놀랍지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선 선거보조금은 총 440억원 수준으로 오는 각 정당에 지급됐는데, 20석 이상 교섭단체인 정당에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 총액의 절반을 우선 배분하므로 의원 보유 숫자가 관건 중 관건인 셈이었다. 

국민을 위한다는 시늉만으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이념·진영을 가리지 않는 포용력과 공정한 잣대가 그 기본이다. 야당일 때는 공격을 퍼부으면서도 권력을 잡고 여당이 되면 똑같은 행태를 되풀이하는 게 우리 정치권의 공통된 행태다.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만이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정부, 선거 중립 책임 막중

선거에 임하는 정부 자세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현 정부의 경제·안보정책이 갈등을 증폭시키고 불안과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많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친노조·반기업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 턱걸이에 그치는 등 저성장이 고착됐다. 

그 과정에서 많은 자영업자가 파산하고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또 남북·북미정상회담으로 금방이라도 북핵 문제가 해결될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따라서, 정부의 선거 중립 책임은 막중하다. 역대 정부는 선거에 임박하면 정치적 오해를 받을 국정 행위를 자제하거나 중단했고, 심지어 선거중립 내각을 구성한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 국무총리와 선거 관리 주무부서인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이 여당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문 대통령은 잇달아 현장을 방문하고, 정부는 현금 살포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한 교묘한 관권선거 행태로 보인다.  

정치적 오해를 피하는 것이 선거 중립의 출발점이다. 현 여당이 야당 시절 대통령의 지방 방문에 대해 “민생 행보를 빙자한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던 사실부터 돌아보기 바란다.

많은 해외 공관에서는 선거 사무가 중단되면서 8만 명이 넘는 재외선거 유권자들이 투표를 못하게 됐다. 두 달 전부터 코로나 사태의 파장이 예견됐는데도 선관위와 정부의 안이한 대응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 캐나다 교민 25명은 선거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물론 최소 4만 명을 넘을 자가 격리자도 사실상 투표할 길이 막힌 상태다. 거대 정당의 몰염치와 선관위의 무신경에 유권자들이 더 이상 우롱당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준엄한 심판 필요

이제, 기댈 것은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뿐이다.

유권자들은 정신을 다잡아야 한다.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없지만, 이번 총선은 특정 정당의 승패 차원을 넘어 국가 정체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원칙을 지키며 좋은 후보를 가려낸 정당들이 웃는 선거 결과가 나오게끔, 유권자들은 끝까지 두 눈을 부릅뜨고 최종 선택을 벼려야 할 때다.

정권 임기 중간에 치르는 총선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이다. 코로나가 선거 이슈를 삼키고 있다고 해도 이 본질은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직시(直視)하면 현명한 판단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양극단의 정파와 이념에 갇혀 있는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유권자들이 깨어있을 수밖에 없다. 광장으로 몰려가는 패거리 정치에 의존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국회를 장악하게 해서는 안 된다. 

총선은 4년마다 각 당이 인물과 정책, 공약을 내놓고 유권자 평가를 받는 자리다. 의석에 눈이 멀어 편법과 꼼수를 일삼는 퇴행적 정치를 근절하려면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이 필요하다. 나라의 미래가 유권자의 밝은 눈에 달려 있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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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허 2020-04-14 10:31:52
지금 이경제상황은 코로나의 국제경제악화로 2년은 갈것으로 예상합니다. 긴급생계지원이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혁신적해결방법:https://youtu.be/rc0_tymm8LE )
이방법을 방송사에서 방송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며 이는 가계부채탕감은 물론 다시 경제를 살릴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