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텔링] 여론조사, 숨은 표심 반영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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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텔링] 여론조사, 숨은 표심 반영됐을까?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0.04.12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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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오류로 기억된 격전지 여론조사 ‘그때’와
與 여론조사 우세 속 새 오류 가능성도 제기돼
김현철 "50대 중반표심 반영 안된 것" 지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며칠 남지 않은 가운데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선거 때의 오류 사례들이 전해지며 선거 결과와 다를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시사오늘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며칠 남지 않은 가운데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선거 때의 오류 사례들이 전해지며 선거 결과와 다를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시사오늘

 

정치에 대한 이썰 저썰에 대한 이야기
선거 결과와 달라 오답률 도마 올랐던
조사기관 불명예, 과연 만회할지 ‘관심’

 

1. 격전지 오류 '그때'


지난 2016년 4‧13총선의 격전지로 떠납니다. 여론조사 오판으로 떠올랐던 대표적인 곳 정치 1번지 종로입니다.

당시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은 <중앙일보>의뢰로 3월 15일부터 20일까지 종로에 대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0포인트)를 실시했습니다.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는 45.1%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32.6%)보다 12.5% 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때는 선거 초반입니다. <코리아리서치>가 <연합뉴스>와 KBS 의뢰로 같은 달 20~22일 종로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오 후보가 큰 격차로 따돌리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45.8% 지지율의 오 후보는 28.5%를 얻은 정 후보보다 17.3% 포인트 앞서있던 것입니다.

이 같은 격차에 정 후보는 같은 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7.3%포인트)이 숫자를 꼭 기억해 달라. 왜곡인지 아닌지 증명해보이겠다”며 다음과 같이 전했습니다.

“당 대표를 맡아 선거를 지휘할 때인 2010년 6·2 지방선거가 기억난다. 여론조사만 보면 그 해 지방선거는 해보나 마나한 선거였다. 경합 지역 어디 한군데 제대로 이기는 곳이 없었다. 서울은 무려 20% 포인트가 넘는 격차로 지고 있었다. 유력 언론사의 여론조사가 그랬다.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였다. 조사에서 20% 포인트가 넘는 격차로 지던 서울은 아깝게도 0.6% 포인트로 패배했지만 조사에서 지던 경합 지역에서 많은 승리를 거두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대체로 격차는 좁혀졌습니다. 박빙 양상도 보이다 막판에는 정 후보가 처음 앞서는 조사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YTN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같은 해 4월 5~6일 종로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정 후보는 44.8%로 오 후보(42.2%)를 2.6% 포인트 앞섰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오 후보가 앞선다는 발표가 주인데다, 기관마다 다른 들쭉날쭉 널뛰기 양상이라 혼선을 준 가운데 실제 투표 결과는 어땠을까요. 4‧13일 투표 당일 개표 결과 정 후보는 52.6%로 오 후보(39.7%)보다 12%포인트 이상 이기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서울 은평을, 서울 강남을, 인천 서을, 남양주갑, 전남 순천, 부산 북강서갑 등의 여론조사도 크게 빗나가는 등 오차 범위를 벗어난 열세 후보들이 당선되는 이변이 대거 연출된 것입니다. 책 <20대 총선이야기>(장맹수 저)에 따르면 “엉터리 여론조사였다”고 평되며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20,30대 전화 응답률이 너무 낮다. 20,30대 표본 확보에 실패하면서 전체 표본 수를 줄이거나 가중치를 많이 부여해 응답률이 왜곡됐다”며 유선전화를 이용한 여론조사 기법이 지닌 한계를 지적했다. (중략)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업계를 대신해 사과의 말씀을 말씀 드린다”며 반성문을 썼다. 그는 “유선전화만으로는 이제 선거 여론 조사가 무용지물이 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집 전화 조사이기 때문이다. 휴대전화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집으로 전화를 거는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하다 보니 응답률이 떨어진다”고 털어놨다. - 책 <20대 총선이야기>중

 

2. 휴대전화 가상번호 조사 도입 後


창원성산 재보궐 선거 경우에서도 여론조사 결과와 선거 결과가 차이를 보인 바 있다. 지난 총선에 이어 여론조사 무용론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관련 보완점이 요구되고 있다.ⓒ뉴시스
창원성산 재보궐 선거 경우에서도 여론조사 결과와 선거 결과가 차이를 보인 바 있다. 지난 총선에 이어 여론조사 무용론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관련 보완점이 요구되고 있다.ⓒ뉴시스

 

결과 불일치가 속출하면서 2018년 제7회 동시 지방선거때 부터는 달라진 공직선거법을 통해 여론조사 방식도 개선되게 됩니다. 정당 여론조사를 제외하면 유선전화 위주로 하던 기존 방식이 아닌 휴대전화 보급률이 압도적으로 높아진 세대별 추세를 반영해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이용한 여론조사가 가능하도록 된 것입니다.

개선된 이후에는 어땠을까요? 그럼에도 여론조사 회의론은 적지 않게 나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4‧3 창원성산 재보궐 선거를 들 수 있습니다.

<리얼미터>가 MBC경남 의뢰로  지난해 3월 26일부터 27일까지 창원성산구 전국성인 유권자 50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 포인트)에서 여권 단일후보 정의당 여영국 후보는 44.8%,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 35.7%인 것으로 후보 간 10% 포인트 가까이 격차가 났습니다.

비슷한 기간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3월 25일부터 26일까지 같은 지역의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 방식과 유선전화 임의걸기 방식을 병행해 조사한 결과에서는 여 후보 41.3%, 강 후보 28.5%로 12.8% 포인트 차를 드러냈습니다. 이처럼 오차범위 밖의 큰 차이를 보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두 후보 간 득표 격차는 박빙의 0.54% 차로 단 503표차였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요. 창원성산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응답률, 질문 방식에서 오는 변수를 비롯해 특정 지지층 위주의 과대 표집 및 샘플링의 반복 사용, 설문‧성별 편중 문제도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11월 5일 <중앙일보>는 여론조사를 둘러싼 논란 중 대표적인 것이 문재인 대통령 투표 층의 ‘과대 표집’현상이라고 지목한 가운데 야당 성향 층에서 응답을 기피하려는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을 전한 바 있습니다. 이용구 중앙대 명예교수는 해당 매체를 통해 “역사적으로 야당보다는 정부나 여권 지지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성향이 있다”고 했고,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부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여론조사를 회피하거나 소극적인 편” 이라고 한 것입니다.

 

3. 이번 총선은?… 숨은 표심 반영할까


그래서일까요. 이번 4‧15 21대 총선 기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역시 이런 원인 분석으로 인해 여당 후보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공표 금지일(9일) 전 발표된 조사 중 접전이든 오차 범위 이상이든 여당이 선두를 달리는 대표적인 격전지부터 보겠습니다.

SBS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종로 유권자 506명(무선79.8%, 유선 20.2% 응답률 11.9%)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 63.5%,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 26.7%로 무려 두 후보 간 격차는 36.8% 포인트나 됩니다.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또 다른 격전지 광진을은 어떨까요. 유권자 503명을 대상으로 지지 후보를 물은 결과 민주당 고민정 후보가 47.7%를 얻어 통합당 오세훈(43%)에 견줘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는 양상입니다. 서울 동작을(유권자 501명 대상)은 민주당 이수진 후보가 52.9%, 통합당 나경원 후보가 36.6%로 오차 범위 이상 벌어져 있습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 SBS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종로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 대한 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록된 표 캡처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 SBS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종로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 대한 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록된 표 캡처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4월 6일부터 8일까지 선거 전 마지막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어떨까요. 종로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서 ±4.4%p)에서는 이 후보 59.4%, 황 후보 28.8%로 30.6% 포인트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외에도 같은 기관에서 조사한 성남 중원의 경우 민주당 윤영찬 후보가 52.2%, 통합당 신상진 후보가 27.7% 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일련의 여당 후보 우세가 눈에 띄는 만큼 여권에서는 과반 이상 석권의 자신감에 찬 낙관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지난 10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통해 “선거 판세가 민주당의 압승 분위기”라며 “비례 의석 합쳐서 범진보 180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앞선 오류 가능성의 예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선거에서의 여론조사 기법 도입을 선도했던 YS(김영삼)차남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장(동국대 교수)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여론조사에서 반영되지 못한 샤이 보수층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가늠했습니다. 김 교수는 “여러 언론사들이 각자 여론조사를 통해 예측 결과들을 발표하고 있는데 공통적인 것은 집권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해서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통합당 표밭인 50대 중반 이상의 중장년층 표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유무선 전화 비율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투표장에 어느 성향의 유권자가 더 적극 투표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50대 중반 이후 세대의 투표율이 현 정권 지지층이랄 수 있는 30~40대에 비해 20% 정도 차로 더 적극 투표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때문에 실제 선거 결과와 여론조사 결과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도 지난 11일 통화에서 “지난 총선에서 집 전화 위주의 유선전화 비율이 높을수록 보수 성향의 유권자 응답 비중이 커질 수 있어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었듯 가상 휴대전화 여론조사는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 응답률을 높여 유무선 비율에 따라 정확도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추이는 지켜보되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이어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새롭게 생기는 변수 등이 중도층 표심을 가르는 향방이 돼 예의주시해 할 것”이라며 “지난 총선에서도 선거 막판에 터진 진박(진짜 박근혜) 공천 논란이 화근이 돼 부동층 표심이 민주당에 기울은 바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10일부터 11일 양일간 진행된 전국 사전투표율은 당초 코로나19 여파로 낮아질 것을 우려한 것과 달리 역대 최고치인 26.69%를 기록했습니다. 높은 사전 투표율에 대해 여야 각각 해석이 다른 가운데 어느 쪽에 유리할지 선거 당일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달아오를 전망입니다.

※ 이 기사에 나온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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