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는 경제기자②] 빅쇼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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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는 경제기자②] 빅쇼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시작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04.15 12: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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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실존 인물, 신용부도스와프 이용해 부동산 가격 하락에 ‘공매도’
2000년대 초반 미국 부시정부의 저금리 정책 발단…부동산 가격 ‘거품’
리먼 브라더스 등 미국내 초대형 IB 줄도산…코스피도 1년만에 ‘반토막’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경제'는 영화의 좋은 소재 중 하나다. IMF를 다뤘던 '금융위기의 날'이 그랬고,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다룬 '빅쇼트'도 호평을 받았다. 또한 주가조작 사기극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빠른 전개와 스토리로 한눈 팔 겨를 없는 영화로 손꼽힌다. 여기에 최근 넷플릭스를 필두로한 OTT의 공세로, 이제 관객들은 언제 어디서나 영화, 드라마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매주 일요일에 만나는 '출발 비디오 여행'의 '김경식'처럼 화려한 언변(言辯)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꼈을 법한 궁금증과 상상을 기사로 소소하게나마 풀어준다면 독자들은 '경제' 소재의 영화를 더욱 쉽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이에 금융·경제를 다룬 영화에 대한 나름의 리뷰를 시작한다. 내용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으며, 다소 진지할 수 있으니 이 점 유의하기 바란다. <편집자주>

영화 '빅쇼트'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빅쇼트'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 2016년에 개봉한 '빅쇼트'는 어려운 영화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이나 MBS, CDS 등 생소한 단어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크리스천 베일(마이클 버리 역)의 맨발과 목욕 중인 마고 로비, 시끄러운 메탈 만 머릿속에 남을 듯 하다.

하지만 잘 뜯어보면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다른 영화에서 '원맨쇼'가 가능한 주연 4인(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의 호연은 2007년부터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를 아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영화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부터 알아봐야겠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부시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최대한 낮추고 누구나 쉽게 주택을 소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르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대출(주택담보대출, 모기지)을 변제하지 못하더라도 주택을 팔면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수준까지 됐다. 그렇기 때문에 신용이 낮은 사람들(서브프라임)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사게 된 것이다. 

게다가 당시 은행은 서브프라임대출을 바탕으로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 주택저당증권)라는 상품을 발행해 대출을 더욱 활성화시켰다. 이는 은행이 고객에게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은행이 대출자의 주택에 저당권을 설정하고 담보로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대출채권)를 갖게 된다.

여기서 MBS는 담보로 잡은 주택과 채권을 근거로 한 증권 형식을 띄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투자자에게 직접 매각하거나 투자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다. 영화 상에서 크리스천 베일(마이클 버리 역)은 이 점을 지적했다. 대부분의 MBS는 변동금리인 서브프라임대출로 구성돼 있는데, 대출의 고정금리 기간이 끝이 나면 대규모 채무 불이행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MBS 등을 섞어 만든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증권)이 등장하고 이를 연계해 만든 여러 상품들이 등장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조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영화 속에서는 라이언 고슬링(자레드 바넷 역)이 젠가 게임을 비유하며 이를 설명했고, 이를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와프)로 공매도하자고 제안한다. 

CDS란 신용파생상품의 일종으로 파산 위험만 따로 놓고 사고파는 것을 뜻한다. 만약 채무 불이행이 일어날 경우, 일종의 보상(수익)을 받을 수 있는 계약을 말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세 팀의 주인공들은 이 CDS에 주목했다. 당시 미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반드시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했기 때문에 CDS를 통해 CDO를 공매도하고 부도 이후의 수익을 노릴 의도였다. 이때 CDS를 산 쪽은 'CDS 프리미엄'이라는 일종의 수수료를 지불하게 된다.  

거품이었던 부동산 가격은 미국의 저금리 정책이 종료되자 파국으로 이어졌다. 실제 인물인 마이클 버리가 예견했던 채무 불이행은 시작됐고, 무리해서 집을 샀던 사람들은 파산위기에 몰렸다. 영화에서 등장했던 스트리퍼도 소유하고 있던 집 다섯채와 콘도 한채에 대한 이자를 감당하지 못했던 것이다. 

서브프라임 계층이 파산에 몰리자, CDO의 수익률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CDS를 통해 공매도한 쪽은 수익을 보게 되는 것이다. 떨어지는 수익률에 투자자들은 자신의 자금을 빼내기 시작했고, 미국 투자은행의 파산이 이어졌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당시 리먼 브라더스 본사 ©Xinhua/Chen Gang/뉴시스
당시 리먼 브라더스 본사 ©Xinhua/Chen Gang/뉴시스

이 '도미노'는 베어스턴스, 컨트리와이드를 무너뜨리고 결국 미국 4대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160여년 역사도 지워버렸다.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는 공식적으로 파산신청을 했으며,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파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영화 후반부에는 이 사태가 진정되기까지 미국에서만 5조 달러(약 6077조원, 현 환율 기준) 가량이 증발했고 800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600만명이 집을 잃었다는 내용이 자막으로 등장한다.

위기를 미리 예측했던 실존인물 3팀의 근황은 어떨까. 최근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봉쇄정책을 비판했다. 지난 7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버리는 "미국 정부의 셧다운으로 수백만의 일자리 손실이 발생했으며,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전염병을 억제할 필요는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또한 국내 일부 종목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스티브 아이스먼(스티브 카렐, 마크 바움 역)은 펀드매니저로 계속 활동하면서, 지난 2018년에는 비트코인 열풍을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도이체 방크 트레이더였던 그렉 리프먼(라이언 고슬링, 자레드 베넷 역)도 역시 여전히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이 기간 코스피의 흐름은 어땠을까.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0선을 넘나들던 코스피는 2007년 10월 31일 이후 점차 우하향 곡선을 보이면서 결국, 1년만인 2008년 10월 27일 반토막 수준인 938.75까지 내려갔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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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ㄷㅇ 2021-12-15 13:19:15
영화 '금융위기의 날'이 아니라 '국가 부도의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