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4·15 총선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총선결과는 정치지형도에 큰 영향을 주면서, 대권주자 판도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시사오늘>은 차기 대권주자들에게 이번 총선이 미친 영향을 분석해 기상도로 나타냈다.<편집자 주>

이낙연, 한 번의 선거로 세 가지를 얻다

종로에서 당선된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이번 선거의 주인공이었다. 이미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기간동안 1위를 지켜온 이 전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은 이미 '대권주자급'으로 주목받았다. 지역구 종로에서의 우세가 결정된 뒤로는 더욱 몸집은 커졌다. 15일 상황실에서 취재진의 조명이 이해찬 대표가 아닌, 이 전 총리에게 몰린 것은 이를 방증한다.

이번 선거로 이 전 총리가 얻은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인지도와 상징성, 그리고 당내 조직이다. 중량감에도 불구하고 호남에서만 유명했던 이 전 총리는, 국무총리를 역임하며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알린 데 이어 이번 선거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정치1번지' 종로에서 상대방 후보이자 미래통합당 대표이고, 대권주자 야권 1위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꺾는 상징성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서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라는 사실상의 사령탑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하면서 당내에 상당한 조직 기반을 만들었다는 후문이 들린다. 이 전 총리가 후원회장을 맡은 후보만 38명에 달했다. 당내 '친이(낙연)계'의 뼈대가 세워졌다는 말도 나왔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15일 기자와 만나 "현시점에서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차기 대권)1위 아닌가"라면서 "호남 디스카운트, 중앙조직 부재, 비문 등의 여러 약점이 지적됐지만 결국 총선을 이끌고 또 이기면서 자신이 확실한 카드 중 하나임은 증명했다"고 평했다.

이재명, 코로나19 사태로 ‘전화위복’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여러모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정치적인 입지가 역으로 높아진 인물이다. 이번 총선 결과는 향후 대권주자로서 이 지사의 입지를 조금 더 탄탄하게 만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앞서 이 지사는 코로나 19정국에서 신천지 교단 전수조사, 전도민 재난기본소득 도입 등을 발빠르게 진행하며 지역 내의 상당한 지지도를 얻었다. 이에 힘입어 지난 6일 〈뉴스1〉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선 지지율 14.0%를 기록하며 이 전 총리(30.1%)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전문가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지난 9일 한 라디오에서 "2016년 총선에서 맛보지 못했던 이재명 경기지사의 단체장 후광 효과가 있다"면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이 크게 뛰어오른 이 지사의 약진이 민주당 소속 경기지역 후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 결과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경기도에 걸린 59개의 선거구 중 51개를 그야말로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과정에서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정성호·김영진·김병욱 등이 당선된 것은 물론, 이 지사의 향후 경기도정에 있어서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도 정치권의 한 인사는 1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경기도가 상대적으로 민주당의 득표율이 매우 높게 나온 결과는 최근 이 지사의 높은 지지율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향후 도정에서도 많은 자당 국회의원들의 협조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원희룡, 개혁보수의 마지막 대권주자

선거 직전에 미래통합당에 입당, 최고위원을 맡았던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 지사는 이제 보수진영의 유일한 희망이 됐다. 

이번 선거를 통해 당내 개혁보수세력 없이는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정병국 의원과 함께 당내 개혁보수의 간판인 원 지사가 총선에서 역할이 없었던 게 패배의 원인이라는 게 당 안팎의 공통된 견해다.

남원정을 대신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번 총선에 나섰으나 정치신인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패하며 후유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반면 원 지사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제주도의 방역을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데다, 통합당의 공천파동속에서도 무리하게 '자기 사람 심기'를 하지 않았다는 호평이다. 원 지사의 측근으로 불릴만한 인사는 원주갑에서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붙어 석패한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 뿐이다.

게다가 여야를 막론하고 영남권 대권주자들이 상당수 주저앉으면서, 상대적으로 지역기반이 취약했던 원 지사 운신의 폭이 넒어 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제주 정가의 한 핵심관계자는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출구조사 발표 전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원 지사는 다음엔 중앙에서의 역할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

김두관, 영남 빅3 중 유일하게 생환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대구의 김부겸, 부산의 김영춘과 함께 소위 '영남의 빅3'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경남양산을에서 치열한 사투 끝에 신승하며 셋 중 유일하게 국회로 돌아왔다.

김 전 지사는 이번 선거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잡았다는 평이다. 우선 당의 요청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기반을 닦았던 김포를 뒤로하고 내려오면서 명분을 쌓았다. 영남 전체에 여당 견제론이 강하게 분 가운데에서도 1.7%(1523표) 차이로 나동연 전 양산시장을 제치면서 재선에 성공한 김 전 지사는, 이번 선거의 승리로 과거 경남지사를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하며 경남에서 받았던 비판도 이참에 어느 정도 녹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남 정가의 한 핵심관계자는 1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번 승리로 김두관 의원은 PK(부산경남)지역을 대표하는 민주당 의원이 될 수 도 있다"면서 "경남으로 돌아와 정면승부를 했고 이를 돌파했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전했다.

이광재, 돌아온 강원도 유일의 대선주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최근 20년 사이 가장 대권에 근접한 강원도 출신 정치인으로 불렸다. 그 이전엔 조순 전 서울시장이 1997년 대권주자로 거론된 것이 마지막이나 다름없었다.

원조 친노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좌희정(안희정 전 충남지사) 우광재'라고 불리던 그는 2010년 강원도지사에 당선됐으나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며 7개월 만에 도지사직을 상실하고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지난 해 12월 특별사면된 뒤 돌아와 9년 만에 정계에 복귀하고, 원주 갑에 출마해 승리하면서 다시 중앙정계에서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원도 정계의 한 소식통은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전 지사는 영서 영동 할 것 없이 강원도 전체에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3선으로 임기가 끝나는 최문순 강원지사를 대신할 강원 정계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준표와 김태호, 공천실패를 승리로 증명하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나란히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에게 반발하면서 미래통합당을 뒤로 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영구 복당 금지'라는 초강수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대구수성을과 산청함양거창합천에 나서 미래통합당 후보를 꺾었다. 통합당 공천 실패를 자신들이 선거 승리로 증명한 셈이다.

지난 대선에 나서기도 했던 홍 전 지사는 자신의 '대권주자급'으로서의 건재함을 입증했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불리한 여건 속에서 경남지사 후보로 차출돼 저력을 보였던 김 전 지사는 이번에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 일약 대권주자급으로 자신의 체급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경남 야권의 한 관계자는 1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비록 우리당(통합당)이 아닌 무소속이긴 하지만, 홍 전 지사와 김 전 지사가 이기면서 '영남 대권주자' 맥은 이어가게 됐다"면서 "황 대표도 사퇴했고 복당 길이 열리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박원순, 박원순계 대거 원내입성 성공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총선에서 소위 '박원순계' 인사들을 대거 원내로 들여보내게 됐다. 현역으로 기동민 의원(서울성북을), 남인순 의원(서울송파병), 중랑을 박홍근 의원(서울중랑을)이 모두 승리했다.

이어 서울에서 박 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천준호 후보(서울강북갑)이 당선됐고,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김원이 후보(전남목포),진성준 후보(서울강서을), 행정부시장을 지낸 윤준병 후보(전북정읍·고창)가 모두 당선됐다. 서울시 정무수석 출신인 허영 후보(춘천철원화천양구갑)와 박 시장 정무보좌관 출신인 박상혁 후보(경기김포을)도 이기면서 박원순계가 무려 9명이나 원내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여권 정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원순계가 이번에 상당한 숫자가 원내에 들어왔다. 다 세어 보면 10명이 넘는다고 봐야 한다"면서 "향후 대권 가도에 틀림없이 플러스(+)가 되는 환경"이라고 전했다.

---

김부겸·김영춘, 닮은 꼴 도전과 좌절

민주당 영남권의 최대 거물인 김부겸 의원과 김영춘 의원은 각각 대구와 부산에서 낙선하면서 향후 대권 가도에 먹구름이 끼었다.

두 사람은 수도권의 지역기반을 뒤로하고 고향에 내려왔다는 점, 낙선을 딛고 지난 제20대 총선서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했다는 점,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을 각각 맡았다는 점에서 닮은꼴 정치 행보를 걸어왔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대권도전을 선언하며 인물론으로 정권심판론을 돌파하려는 시도마저 똑같았다.

그러나 통합당은 두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대구 최다선인 주호영 의원(4선)과 4선 의원 이자 부산시장출신 서병수 전 시장을 지역구마저 옮기며 내보냈고, 이는 결과적으로 '저격'에 성공하며 두 사람은 낙마했다.

대권가도에 또다시 일격을 맞은 두 사람은 당분간은 정치적 휴지기를 가지며 다시 재기를 위한 재충전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지방선거 등을 통해 다시 '대권가도'로의 복귀를 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16일 기자와 만나 "김부겸·김영춘은 떨어지긴 했지만 지역주의 극복의 슬로건을 가진 몸집이 큰 정치인들"이라며 "대권직행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오세훈, 연패로 정치생명 최대 고비 맞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총선 종로 출마에 이어 광진을에서도 정치신인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패하면서 정치생명 최대 고비를 맞게 됐다.

게다가 '보수 몰락'의 기점을 2011년 오 전 시장이 무상급식 투표에 시장직을 걸고 패한 것으로 지목하는 전문가들이 상당수인 상황에서, 대권주자로서의 오 전 시장의 가치가 급전직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 정치권의 한 평론가는 16일 "보수의 몰락에 책임이 가장 큰 것은 오세훈"이라며 "지난 총선서 패한 데 이어, 이번에도 지면서 정치생명 자체가 위기를 맞게 됐다. 출마할 지방선거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야권의 대권주자 풀이 얇아지면서 오 전 시장에게 또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통합당의 한 당직자는 같은 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워낙 선수가 없다. 그래서 기회가 남아있을 수 있다"면서 "대권 직행 카드가 아마 (오 전 시장에겐) 마지막 카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승민, 책임론은 비켜갔지만 유승민계 고전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있었다. 유 의원인 선거 3일 전인 12일에야 황교안 대표와 만나 합동유세를 했는데, 황 대표를 만난 것 자체가 거의 4개월 만이었다.

통합당 지도부와 거리를 둔 덕분에 이번 선거 결과의 책임론에서, 유 의원은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 다른 보수 대권주자들도 대거 탈락했다. 그러나 유 의원의 대권주자로서의 상황이 썩 나아진 것은 아니다. 유승민계 의원들 상당수가 수도권에서 원내입성에 실패해서다.

이준석 최고위원의 노원병 석패를 비롯해 지상욱(중구성동을), 오신환(관악을), 이혜훈(동대문을), 진수희(중구성동갑), 김용태(경기광명을) 후보가 모두 졌다. 

그래도 유 의원의 지역구였던 동구을에서 측근 강대식 후보가 당선된 것과, 하태경 의원(부산해운대갑), 유의동 후보(평택을), 류성걸(대구 동갑), 김희국(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등의 당선은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다만 이들 대부분이 영남에 몰려 있기에 향후 대권주자로서의 확장성엔 물음표가 붙는 상황이다.

야권 정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승민계가 그래도 여럿 살아왔지만 대부분 자신의 개인기와 영남에 분 바람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책임론의 타깃이 안 됐을 뿐이지 책임도 있고, 수도권 확장성이 떨어져서 대권주자로서는 힘든 길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

황교안, 책임론 껴안고 1년 2개월 만에 쓸쓸한 퇴장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회복이 힘든 타격을 입었다. 지역구 패배는 물론, 선거 패배 책임론을 한 몸에 안은 채 중앙정치무대에서 일단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다.

황 전 대표는 당선 윤곽이 드러난 15일 11시40분 쯤, 당 선거상황실 기자회견서 "모든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면서 "일선에서 물러나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저의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하겠다"고 당 대표 취임 1년 2개월 만에 물러났다.

황 전 대표의 복귀 여부나 시기는 불투명하다. 정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황 대표의 복귀 시기에 대해 1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당 대표를 하기 전과 한 후에 지금 가진 정치적 자산이 남은 것이 없다"며 "어쩌면 복귀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탄식했다.

안철수, 의료봉사와 국토종주도 띄우지 못한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귀국 후 대구로 의료봉사를 떠나고, 선거를 앞두고선 국토 종주 달리기를 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눈길을 붙잡아두는 데는 성공하면서 한 때 국민의당의 비례대표 지지율이 10%에 육박한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했다. 불과 출구조사 발표 2시간 여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상황실에선 "국민의당이 많이 나올 수 있다던데 사실이냐"는 말이 오갔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결과는 참혹했다.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3석을 획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 대표의 측근 이태규 의원과 권은희 의원은 원내 입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통합당에 입당한 친안계 의원들도 대거 떨어졌다. 이동섭(서울노원을), 김삼화(서울중랑갑), 김수민(충북청주청원), 김중로(세종시갑) 의원이 모두 낙선했다.

안 대표는 15일 개표 상황실을 방문해 "국민의당이 창당한 지 이제 두 달이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거대 양당에 맞서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는 말을 남겼다.

과거 안 대표의 새정치연합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철수 현상은 신선함이 원동력이었기 때문에 예전에 끝났다고 본다"면서 "안철수계 현역들을 통합당에 입당시키고, 지역구에서 붙지도 못하면서 진정성을 논할 수가 없었다"고 안 대표를 비판했다.

*해당 기사에 인용한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