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통합당, 돌려막기 공천과 뺄셈정치로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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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통합당, 돌려막기 공천과 뺄셈정치로 ‘침몰’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4.16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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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 무관하게 공천하고 대권 경쟁자 쳐내고…공천 실패로 무너진 통합당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미래통합당의 참패는 공천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미래통합당의 참패는 공천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강남과 영남만 지켰다. 미래통합당의 초라한 성적표다. 제21대 총선 개표 결과, 통합당은 지역구에서 84석, 비례에서 19석, 총 103석을 얻으며 간신히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103석은 ‘역대급’ 패배를 당했던 지난 총선 때보다도 19석이 줄어든 수치다.

이처럼 통합당이 참패를 당한 원인으로는 ‘공천 실패’가 첫 손에 꼽힌다. 선거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전략공천’에, 황교안 대표의 잠재적 대권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컷오프’가 결합된 것이 통합당의 완패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유행하는데…연고 무관 ‘돌려막기’


우선 주요 현역 의원들을 험지에 차출하는 ‘돌려막기’ 전략이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통합당은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을 더불어민주당 우세 지역구에 공천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거물급 현역 의원들이 지역구를 옮긴 것은 ‘무리수’였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선거운동이 불가능하다 보니, 판세를 뒤집을 만한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양천을에서 내리 3선을 달성한 김용태 의원은 서울 구로을로 옮겨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후보와 맞대결을 펼쳤다가 패배를 맛봤다. 4선 정우택 의원도 민주당 도종환 후보를 잡기 위해 충북 청주상당을 떠나 청주흥덕에 출마했으나, 낙선의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오히려 김 의원이 떠난 서울 양천을에서는 민주당 이용선 후보가, 정 의원이 떠난 충북 청주상당에서는 민주당 정정순 후보가 승리하면서 통합당이 두 석을 빼앗기는 결과가 나왔다. 말 그대로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두 마리 모두 놓친’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돌려막기’ 탓에 오랜 시간 지역 표심을 다져온 후보들이 출마조차 하지 못했던 것도 뼈아팠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대면 접촉이 제한된 상태에서는 시간을 두고 주민들과 호흡해온 지역 후보들의 경쟁력이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전략공천된 현역 의원에게 밀려 총선 출마가 무산된 서울 지역의 한 당협위원장은 1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는 이름값보다는 지역 주민들과 얼마나 스킨십을 해왔느냐가 더 중요한데, 공관위가 너무 안이하게 공천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능한 장수 부족한데…경쟁자 쳐내는 ‘뺄셈정치’


한편으로 대권을 노리는 황 대표가 일찌감치 ‘잠재적 경쟁자 쳐내기’에 돌입한 것이 완패 원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량감 있는 대권 후보들이 모두 사라지면서 보수가 ‘바람’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이다.

민주당의 경우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필두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김부겸·김영춘·김두관 의원 등이 권역별 선대위원장으로 뛰면서 적극적 지원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대승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통합당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경남 양산을에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를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6선관록의 이인제 전 의원을 충남 논산에서 컷오프하며 인지도 높은 대권 후보급 인사들의 손발을 묶었다. 민주당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은 것이다.

결국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가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 자신의 선거에만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통합당은 ‘장수(將帥) 없이 전쟁터에 나서는’ 꼴이 됐다. 뒤늦게 황 대표가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체제를 세웠지만, ‘바람’을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대해 이혜훈 의원은 지난달 2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유명하고 인기가 있고 인지도가 높은 사람들이 모두 다 동원되는 것이 선거인데 이번에는 다 배제되는 이상한 선거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1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처럼 인기 있고 개혁적인 대권 후보들이 지원 유세를 다니면서 흥행몰이를 했는데, 이번에는 몇 없는 대권 후보들까지 잘라버리면서 분위기가 확 죽었다”면서 “황 대표가 총선에서부터 대권 욕심을 부리다가 선거를 망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황 대표는 본인이 민주당의 장수들과 10대1 싸움에서 이기는 김두한을 그렸는지 모르지만, 실상은 삼국지에 나오는 여포를 죽여 무너진 동탁이 생각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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