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제3정당 허상 쫒다 한계 봉착…마지막 승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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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제3정당 허상 쫒다 한계 봉착…마지막 승부는?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0.04.17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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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이냐 재기냐의 갈림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3정당은 이번 총선에서 발디딜 틈을 좀처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3정당을 대표해왔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뉴시스
3정당은 이번 총선에서 발디딜 틈을 좀처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3정당을 대표해왔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뉴시스

 

지난 총선에서는 3정당이 돌풍이었다. 녹색바람이 불었다.  국민의당은 38석을 얻었다. 호남을 기반으로 수도권 중도층의 표심을 얻었다. 전국정당 득표율도 2위를 기록했다. 안철수 대망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호남은 안철수 현상에 불을 지핀 진원지였다. 대선 실패 후 바른정당과 합치려하자 호남민심은 싸늘해졌다. 보수색이 덧칠해져서 오는 데 따른 거부감은 예상외로 컸다. 영호남 화합 명분의 바른미래당이 창당했다. 양쪽 모두에 표를 얻지 못했다. 특히 호남은 전무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은 0석이었다. 통합에 반발해 떨어져 나간 민주평화당도 5석에 그쳤다.

4‧15 총선을 앞두고 바른미래당은 공중분해됐다. 화학적 결합의 실패를 인정했다. 헤어지고 일부는 다시 모였다. 각자의 길을 갔다. 안 대표는 안철수 신당(국민의당)을 차렸다.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과 다시 합쳤다. 손학규 전 대표와 호남 중진은 민생당으로 재창당했다. 누구도 결과는 어두웠다. 21대 총선에서 3정당은 발 디딜 틈조차 마련하는데 실패했다. 민생당 경우 전패했다.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몰아줬다. 지난 총선과 딴판이었다. 국민의당은 비례정당에 올인 했다. 양당 회귀 분위기를 견제하고 꺼낸 틈새 전략이었다. 중도층 표심에 기대했다. 하지만 작은 불씨를 얻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정당득표율은 6.79%. 미풍에 그쳤다.

현재 민생당은 해체 수순에 이르렀다. 그럼  ‘안철수 신당’이라 해도 무방한 국민의당은 어떨까. 안 대표는 21대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20%를 호언장담했다. 2017년 장미 대선 21.4%(3위),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 19.6%를 얻은 바 있다. 개인 역량에 기대면 그 정도는 얻을 수 있다는 셈법이었을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지표상 무당층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는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호재였다.

하지만 중도층은 안 대표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코로나19 정국에서 민심의 선택은 국정안정론이었다. 긴급 재정지원 등에 적극 나선 정부여당은 호응을 얻었다. 위기일수록 정부에 힘이 모아지는 표심이 반영된 선거였다. 미래통합당은 공천 실패와 막말 논란만 부각하고 수권정당으로서의 대안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중도층의 눈 밖에 났다. 정권심판론과 양당심판론을 오가며 메기 역할을 호소한 국민의당도 당장 돈을 풀 능력이 되는 정부여당에 견줘 존재감을 키우는데 역부족이었다. ‘의사 안철수’는 감동을 안겼지만 표로 확산되지는 못했다. ‘마라톤 안철수’는 고된 행보임에도 관심을 받지 못했다.

비빌 지역도 비빌 이념 노선도 비빌 공간도 없다는 게 입증된 선거였다. 언행일치를 강조했지만 20%목표와 현실은 다르듯 민심과의 불일치를 확인해야 했다.

그렇다면 미래통합당 헛발질이 커지고 여당의 독주가 강해질수록 문제 해결 중심의 실용정당을 외친 국민의당이 선택받을 수 있지 않을까, 체감상 커지는 듯하기도 했다. 현실은 아니었다. 양 진영에 발을 걸친 일부 중도층의 표심만 흔드는데 만족해야 했던 것이다.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지난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더욱 커지는 양당 회귀론에 의해 어중간한 스텐스를 갖고 있는 당은 지지를 모으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김행 위키트리 부회장 역시 비슷한 시기 양당 구심점이 강할수록 흡수되던지 소멸되던지 둘 중 하나라고 한 바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 16일 통화에서도 “각 나라마다 독특한 정치 지형이 있다. 우리는 지역에 기반한 양당제다.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소수정당임에도 철학이나 가치를 중심으로 선택받는 구조는 아니다”고 전했다. “국민의당은 지역과 이념에 편입되지 못하는 정당이 우리나라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도 했다.

돌아보면 애초부터 ‘안철수 현상’으로 커졌던 3정당에 대한 바람 자체가 허상일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양당 정치에 대한 혐오가 있던 것도 맞고, 새 정치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진 것도 맞을 것이다. 중도층의 표심을 얻어 3지대 공간이 확장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게다. 하지만 초반 ‘안철수 현상’이 생겼던 데는 무능한 야당(당시는 민주당)을 대신할 수권 능력을 가진 대체제가 더 주요하게 반영된 것일 수 있다. 지역으로 치면 호남은 처음에 그 역할을 ‘안철수’에 기대했지만 일부 보수와 결합하자 등을 돌렸다는 판단이다. 호남의 한 소식통도 같은 날 대화에서 “안철수는 끝났다. 보수와 결합한 그때부터 진보가 아님이 판명 났다. 이쪽으로 돌아올 수도 없고, 돌아와서도 회생하지 못 한다”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대망론은 안철수에서 문재인, 이낙연으로 옮겨왔다”며 “이낙연 대망론이 호남에서부터 휘몰아쳐 거세게 서울로 상륙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진보에서의 안철수 검증은 끝났다’는 말이었다. 결국 대선주자로서 재기하려다 소멸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물론 안 대표는 17일 마포구 서울시당에서 가진 해단식에서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이날(16일) 통화에서 “주변의 조언을 듣는 대신 3정당을 고집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안철수식) 실험은 실패했다. 이제라도 보수당에 합류해야 대권주자로서의 길이 열리지 않겠느냐”고 봤다. “황교안 체제가 물러난 뒤 미래통합당은 혁신을 과제로 새로 다시 재건해야 할 상황이다.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안철수는 대권의지는 있는데 행보는 정작 그 반대였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라며 "통합당과 함께해도 입지를 넓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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