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회적 거리두기, 정치권-재계 사이에도 필요하다
[기자수첩] 사회적 거리두기, 정치권-재계 사이에도 필요하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4.21 15: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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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기부 요청 검토하는 민주당, 미르·K스포츠재단 잊었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효를 거두고 있다. 2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9명으로, 이틀 만에 다시 한 자릿수로 감소했다. 사태 초기 방역에 실패하면서 지역사회 감염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악화일로에 빠지는 듯했으나, 위대한 국민들의 자발적인 확산 방지 노력으로 위기를 헤쳐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유수의 국가들이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등을 집중 보도하며 벤치마킹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국민들의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배워야 할 곳이 한 군데 더 있다. 바로 정치권과 재계다.

최근 정부여당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자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공식적으로는 하위 70%(중위소득 150%)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방안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전(全)국민에게 100%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약속한 부분이 쟁점화된 실정이다.

쟁점의 핵심은 재원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하위 70%에게만 지급한다면 약 8조 원 규모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 모두에게 지급할 경우에는 최소 13조 원에서 최대 24조 원 가량의 재원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후자를 택한다면 정부로서는 상당한 재정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곳간을 관리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국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기준(하위 70%)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대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21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선거 기간 약속처럼 100%에게 지급하는 게 맞다"고 알리며 여론전에 돌입했다. 총선 때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약속했던 미래통합당은 선거 참패 후 국가부채를 근거로 들며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 여론전에 참전했다.

이해찬 대표,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들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해찬 대표,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들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문제는 이 같은 정치권 논쟁이 재계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영향력의 근원지는 집권여당이다.

김경수 경남지사(민주당)는 지난 6일 SNS 계정을 통해 '고소득층 자발적 기부를 통한 사회연대협력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이어 같은 당 중진인 원혜영 의원도 21일 자신의 SNS 계정에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로 기금을 조성하자는 김 지사의 제안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같은 날 김성환 대표비서실장도 "고소득층 지원과 재정의 과다함이 문제라면 소득 여력이 있는 층은 지원금 기부 캠페인이나 적극적인 소비 독려를 통해 환류하게 하면 될 듯하다"고 SNS에 글을 남겼다.

이들이 말하는 '고소득층'이란, 적시하지만 않았을 뿐 사실상 재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일부 고위급 공무원, 유명인사, 큰손 개인투자자들의 기부 릴레이가 예상되나, 현재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감안하면 조성 기금 대부분은 대기업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안이 추진된다면 재계 입장에서는 '자발적 기부'가 아니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부에 나설 공산이 크다.

미중 무역갈등, 산유국 간 분쟁 등 여러 정치권력발(發) 지정학적 이슈들이 전례가 없는 리스크를 만들고 있고, 이 같은 불안정이 자본권력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전염병 사태까지 발생해 이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는 정치권력의 힘이 더욱 커졌다.

이처럼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현상이 국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1대 총선을 통해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국회 과반을 확보하며 절대적인 권력을 손에 쥐었다. 기업가들이 민주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결국 민주당의 진의가 무엇이든 간에 권력 앞에 대기업 줄 세우기로 귀결될 것이다.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하더라도 자발적 기부가 아닌 '강압적 기부'가 될 것이고, 이는 '정경유착'의 계기가 될 여지가 상당하다.

이 같은 사실은 정부여당에서도 이미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과거 탄핵 정국을 주도할 당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혹의 중심이라며 미르·K스포츠재단을 집중 저격한 바 있다. 두 단체 모두 목적은 좋았다. 전자는 한류 문화 확산을 목표로, 후자는 국민체육을 통한 국민행복을 취지로 각각 설립되지 않았던가. 하지만 끝은 정경유착의 결과물이었다. 민주당에서는 '묵시적 청탁'을 주장했다. 비록 후에 재단 관련 뇌물 혐의 등이 무죄로 판결되긴 했으나 두 재단은 탄핵의 시발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고소득층 자발적 기부를 통한 사회연대협력기금'도 차후 묵시적 청탁 문제가 불거질 공산이 커 보인다. 코로나19라는 대형사건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곤 과연 미르·K스포츠재단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대승에 도취해 벌써 미르·K스포츠재단을 잊었는가. 탄핵 정국 당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망각했는가. 국민들에게 권유하기 전에 정치권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대로 실천하길 바란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참에 '오얏나무 앞에서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을 배워보는 건 어떨까.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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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2020-04-21 21:38:02
다른말이 필요없네요. 촌철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