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 띄우는 통합당…쇄신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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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비대위’ 띄우는 통합당…쇄신 가능할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4.22 2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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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권 없어 인적쇄신 불가능…비대위원장 ‘파격 인선’ 요구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김종인 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김종인 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대위’ 카드를 꺼내들었다. 통합당은 22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을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비대위원장에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을 영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전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당장 김종인 비대위가 이륙할 수 있을지조차 불분명하다. 김 전 위원장은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당대회를 7월, 8월에 하겠다는 전제가 붙으면 나한테 와서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얘기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헌·당규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비대위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다음 대선을 어떻게 끌고 갈지 준비가 철저히 되지 않고서는 지금 비대위를 만드는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차기 대선 준비가 본격화되는 올해 말까지 전권을 보장해야 비대위원장을 수락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작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통합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설사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는다고 해도 난관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근래 가장 성공한 비대위로 평가받는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나 2016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의 경우, 비대위원장이 총선 공천권을 휘둘렀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대위원장이 ‘인적 쇄신’을 통해 당 색채를 바꾼 것이 총선 승리의 열쇠였던 셈이다.

반면 지금은 제21대 총선이 이미 마무리된 상황이다. ‘물갈이’를 통한 이미지 변화는 불가능한 시점이다.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22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당에서 비대위원장은 공천권을 쥐었다든지 대권후보가 됐다든지 이럴 때 힘이 있는 것”이라면서 “이분이 가셔서 혹시 봉변당하는 것 아닌가 굉장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같은 날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직후에 만들어지는 비대위는 사실 별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며 “새로운 당선자들은 자기들이 당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니까 외부 사람이 들어와서 당을 확 바꾼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비대위원장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파격 인선’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물갈이 공천’을 통한 변화의 길이 막힌 상황에서, 노회한 정치인 이미지가 강한 김 전 위원장보다는 젊고 개혁적인 인물을 비대위원장에 앉히는 것이 당의 이미지 쇄신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원조 소장파’인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정병국 의원을 비롯해 이준석 최고위원 등도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개혁 보수’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남·원·정’이나 ‘젊은 보수’ 이 최고위원 등이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되는 쪽이 ‘변화와 쇄신’이라는 국민의 요구에 좀 더 부합하는 선택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인 전 위원장도 “영남, 다선, 중진, 이런 사람들이 물러나고 젊은 사람들을 전면에 앞장세우는 인적 쇄신을 자기들 스스로 해야 된다”며 “그렇게 해야 이 체제가 오래가는 것이지, 만약 김종인 씨가 와서 (비대위원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김종인 씨 나가면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통합당 관계자도 2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이미지가 있으면서도 당권에서 멀어져 있던 인물이 등장해서 당을 추스르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며 “김 전 위원장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잘 당을 이끌어갈지는 모르겠지만, 김종인 비대위를 보고 국민들이 ‘통합당이 달라졌구나’라는 생각을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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