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vs질병②] 코로나19 경제 전쟁, ‘숫자’로 보는 100일간의 기록
스크롤 이동 상태바
[경제vs질병②] 코로나19 경제 전쟁, ‘숫자’로 보는 100일간의 기록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04.25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스피, 10여년 만에 최저치…0.75% 제로금리 시대 개막
‘동학개미운동’ 발발… 주식거래대금·투자예탁금 등 급증
한·미 통화스왑체결…RP매입 통한 한국형 양적완화 시작
여당 180석 확보, ‘코로나19 정국 타파할 부양책 속도낼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한국 경제는 크게 요동쳤다. 

2200선을 상회하던 코스피는 한순간 1500선 밑으로 곤두박질쳤고, 사상 첫 '제로금리'의 시대가 시작됐다. 동시에, 저가매수를 노리는 개미투자자들은 외인의 매도에 맞선 '동학개미운동'으로 시장을 주도해 나갔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경직된 시장에 유동성을 불어 넣기 시작했으며,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를 비롯해 <시사오늘>은 지난 100일간 한국 경제에 있었던 사건들을 '숫자'로 되짚어 봤다. 

1월 20일부터 4월 20일까지 코스피 변동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 / 그래프=정우교 기자
1월 20일부터 4월 20일까지 코스피 변동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 / 그래프=정우교 기자

1457.64=코스피, 추락에 이유는 없었다 

지난달 19일 코스피는 1457.64에 마감가를 기록했다. 이는 1월 20일 첫번째 확진자가 나타난지 약 2개월만에 코스피가 2262.64에서 805pt(35.6%) 하락한 것으로 10여년만에 최저치였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코스피의 하락세는 거침없었다.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초기 예상과 달리 지난달 9일 2000선이 무너졌다. 코로나19의 확진자수는 7382명, 사망자 50명이 넘어서던 날이었다. 

이후 3월 12일과 13일 코스피·코스닥에서는 올해 첫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때 1900선과 1800선이 잇따라 붕괴됐다. 한국거래소는 이후에도 지난달 26일까지 사이드카, 서킷브레이커(CB)를 코스피와 코스닥에 번갈아 가며 발동시켰다.

동시에, 코스피는 1700선, 1600선, 1500선이 잇따라 무너졌고 외국인의 매도는 계속됐다. 이에 대해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과 같이 외국인이 20영업일간 코스피 순매수 강도가 -0.85%p를 하회한 경우는 2007년 7월, 2008년 1월과 10월, 2020년 3월 등 총 4번으로 매우 드문 케이스"라면서 "과거에는 외국인의 매도를 기관과 개인이 매수로 받아주면서 지수하락을 막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의 경우, 기관은 급락한 지수를 매수하는데 주저한 반면, 개인만 외국인의 매도를 받아줬다"면서 "과거 유사한 시점이 2007년 7월과 2008년 초로 집중돼 있는 만큼, 이번 코로나19로 유발된 외국인의 매도세가 과거 사례처럼 단기간에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증시 급락과 부양정책에 대한 실효성 의문 등에 휩싸여 주식시장은 과대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두 연구원의 분석처럼 이후 9거래일간 코스피는 1600대 후반에서 1800선을 오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지난 7일을 기점으로 회복세 국면에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움직임은 시장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일간 주식 거래대금 변동 추이(3월) ©자료=금융투자협회 / 그래프=정우교 기자
일간 주식 거래대금 변동 추이(3월) ©자료=금융투자협회 / 그래프=정우교 기자

44,000,000,000,000=외인매도에 맞서다, '동학개미운동' 발발

그런가 하면, 코로나19의 여파로 외국인의 매도세는 계속됐다. 하지만 이에 맞선 내국인의 매수세도 만만치않게 이어졌는데, 저가매수를 노리는 개미투자자들의 ‘동학개미운동’이 발발한 것이다. 이에 지난달 주식시장 내 거래대금과 투자자예탁금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주요 증권사 MTS는 한때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접속 장애를 겪기도 했다. 

최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주식거래대금(코스피, 코스닥 포함)은 한달만에 97% 늘어났다. 지난달 31일 통계만 살펴봐도, 코스피와 코스닥의 거래대금은 각각 13조9054억원, 13조672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일대비 47.5% 증가했다.   

'투자자예탁금'도 마찬가지였다. 투자자예탁금이란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계좌에 입고한 금액을 의미하는데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만 29.8% 늘어났다. 가장 많이 몰린 날은 지난달 26일로, 당시 투자자예탁금은 45조16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증가세는 이달에도 계속됐는데, 지난 2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5조5013억원으로 전거래일과 비교해 2.4% 늘어났다. 

개미투자자들에서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의 존재감은 컸다. 특히 증권업계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요 IB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증시거래대금의 호조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기대를 모으면서 전체 수익을 견인할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동학개미운동'을 긍정적을 바라봤다. 그는 "국내 소비 부진은 시작됐지만, 해외 수요 부진이 단기에 그친다면 국내 경제는 하반기 V자에 가까운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수출과 설비투자 뿐만 아니라 '부의 효과'로 인한 소비와 합쳐져서 경기 회복강도가 매우 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학개미운동은 저성장과 고령화 충격에 대응해 온 가계자산 리밸런싱의 연장선상"이라면서 "이같은 활동으로 증가한 가계 주식자산은 민간소비 회복에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대회의실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5%포인트를 인하, 0.75%로 사상 첫 0%대로 진입 했다. ©뉴시스/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대회의실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5%포인트를 인하, 0.75%로 사상 첫 0%대로 진입 했다. ©뉴시스/한국은행

0.75=사상 첫 '제로금리' 시대 도래 

지난달 17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75%로 0.5%p 낮췄다. 사상 첫 '제로금리'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에 따른 대응이었고 적극적인 시장 개입의 신호탄으로 분석되고 있었다. 

한국은행은 이같은 '빅컷'에 대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됐고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주가, 환율 등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크게 증대됐으며 국제유가는 큰폭으로 하락했다"면서 "이에 통화정책의 완화를 확대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성장과 물가에 대한 파급영향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국은행에서는 지난 9일 한차례 금융통화위원회가 더 열렸으나, 기준금리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60,000,000,000=한·미통화스왑, '한국형 양적완화'의 시작

10여년만에 코스피가 최저점(1457.64)을 기록한 지난달 19일 한국은행은 미국 연준과 600억달러 규모의 양자간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최소 6개월이었고, 최근 급격히 악화된 글로벌 달러 자금시장의 경색 해소가 목적이라고 한국은행은 밝혔다. 

조달한 미 달러화는 곧바로 시장에 공급됐다. 지난달 29일 계약에서 비롯된 통화스왑 자금을 활용한 첫번째 경쟁입찰방식 외화대출이 실시됐다. 당시 입찰금액은 총 120억달러로, 응찰규모는 총87억2000만달러(84일물 79억2000만달러, 7일물 8억달러)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외화대출을 통한 유동성 공급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이외에도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가동시켰다. 지난달 26일에는 이른바 '한국형 양적완화'로 불리는 '주단위 정례 RP매입제도'를 도입해 일정 금리 수준 하에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없이 공급하기로 했다.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해 RP매매 대상기관과 대상증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RP매매 비은행 대상기관을 16개사로 확대하고 대상증권에 공공기관 발행채권을 포함시킨 것이다. 이와 함께 대출 적격담보증권도 RP매매 대상증권과 동일하게 공공기관 발행채권과 은행채를 추가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주요국 정부의 공격적인 경기부양과 신용경색 완화 조치 흐름에 한국은행 역시 동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또한 "원화 가치 하락 및 부동산 시장 자극 우려 등으로 정책금리 인하 여력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회사채 시장 및 비금융기관의 유동성 부족 불안 우려를 완하시킬 필요성이 커져 서둘러 유동성 공급 확대에 나설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이번 양적완화 움직임은 원화가치 하락이 우려될 수 있지만, 미국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영향과 한미 통화 스왑 체결 등이 원화가치 하락 리스크를 방어해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가하면 증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 정책도 발표됐다.

지난달 24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증권사에 대해 약 2조5000억원의 유동성 공급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금융권의 참여를 기반으로 조성된 ‘증권시장안정펀드(이하 증안펀드)’를 설립방안도 발표됐는데, 총 10조7000억원 규모로 Capital call(캐피탈 콜, 투자건이 발생할때마다 투자)방식을 통해 자금을 모집해 코스피200 등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번 증안펀드의 순항을 위해 추가적인 세제 지원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며, 이후 9일부터 증안펀드는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16일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신설, 은행 및 증권사·보험사 대출 지원에 나서는 등 추가적인 지원 정책이 마련됐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가 끝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다목적배드민턴체육관에서 마련된 개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투표용지를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가 끝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다목적배드민턴체육관에서 마련된 개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투표용지를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180=총선은 경기부양책에 날개를 달아줄까

지난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향후 코로나19 경제정책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선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63석, 자매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비례대표로 17석을 얻었는데, 총 300석 중 60%를 얻으면서 여러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초대형 여당'이 탄생했다.  

이와 관련,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총선 이후 정부의 정책기조는 특별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제정책의 초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 최소화와 이후 경기 회복에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시급한 일은 코로나19로 인해 현금흐름이 악화된 가계와 자영업자,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해 경제가 정상화되기 전까지 구조적인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총선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3차 추경에도 힘이 붙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정부와 국회를 잇는 강력한 국정운영 컨트롤타워의 확립은 총력전격 재정부양을 통한 코로나19 후폭풍 차단 및 실물경기 진작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여당의 압승에 대해 "본회의 상정법안 및 예산안의 단독처리가 가능해졌는데, 이는 추경을 비롯해 국회통과가 필요한 경기부양책 추진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면서 "강력한 부양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확보됐다"고 평가했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