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춤하는데 ‘법인 매수 증가’…“카드대란 때와 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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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주춤하는데 ‘법인 매수 증가’…“카드대란 때와 흡사”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4.23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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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투명성 확대로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법인의 부동산 매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카드대란 이후 부동산 가격 폭등과 유사한 흐름으로 가고 있는 만큼, 관계당국에게 주의가 요구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 월별 주택 매매거래량은 1월 10만1334건, 2월 11만5264건, 3월 10만8667건으로 집계됐다. 1~2월은 전월 대비 13.7% 증가했지만, 2~3월은 5.7% 감소한 수치다. 2월 매매거래는 코로나19 영향이 미반영됐고, 3월에는 그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향후 주택 매매거래량 감소가 예상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시장을 주도하는 서울의 경우 이미 감소세에 접어든 눈치다. 올해 서울 지역 월별 주택 매매거래량은 1월 1만6834건에서 2월 1만6661건으로 1.0% 줄은 데 이어, 3월에도 전월 대비 2.1% 감소한 1만6315건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부동산시장 구성원들에게 본격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지표도 나왔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가 발표한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를 살펴보면 전국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지난 1월 113.0에서 2월 115.9로 2.9p 상승했으나, 지난달에는 8.9p 하락하며 보합국면에 들어갔다.

주택시장의 경우 더 충격이 컸다. 지난 3월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5.6으로 전월보다 12.0p 감소했으며, 특히 수도권의 경우 14.2p 떨어졌다. 주택매매시장 내 가격상승·거래증가를 전망하는 응답자가 줄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법인들의 매수세는 되레 강해졌다.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 중 개인에서 법인으로 넘어간 사례는 1월 5205건, 2월 7091건, 3월 8214건으로 증가했다. 관망세가 짙어진 서울 지역에서도 이 같은 사례는 1월 838건, 2월 1012건, 3월 1017건으로 매월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주로 아파트 거래에 집중됐다. 개인에서 법인으로 거래된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월 2594건, 2월 4237건, 3월 5171건으로 집계됐다. 법인 대 법인 간 거래량은 1월 671건, 2월 469건으로 위축됐다가 오히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된 3월 1481건으로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들의 주택 거래가 활발해진 주된 이유는 정부의 각종 규제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개인이 법인 설립 후 주택을 매매하면 다주택자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세차익을 누리면서도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시장도 본격 침체기에 접어든 양상이나, 법인들의 주택 매수는 오히려 증가세다. 과거 카드대란 때와 같은 주택 사재기 열풍 조짐이 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pixabay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시장도 본격 침체기에 접어든 양상이나, 법인들의 주택 매수는 오히려 증가세다. 과거 카드대란 때와 같은 주택 사재기 열풍 조짐이 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pixabay

일각에서는 궤가 다른 분석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이후 집값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일부 법인들이 주택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는 진단이다. 근거는 '카드대란'이다.

2002년 카드대란과 2020년 코로나19 사태는 출발은 다르지만 민간소비 위축, 고용의 양과 질의 악화, 자영업자 부도 등 실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는 측면에서 유사한 결과를 보인다.

카드대란 후폭풍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2003년 출범한 참여정부는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0.5%p 인하했고, 이듬해에도 경제성장률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다시 기준금리를 0.5%p 내렸다. 그러자 2004년 크게 하락했던 부동산시장이 2005년부터 들썩이기 시작했고, 2006년에는 폭등했다.

카드대란에 따른 불황,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에도 집값이 오른 까닭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 예적금만으론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국민들이 부동산에 관심을 보이면서 부동산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흘러갔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예대율(총 대출금/총 예금)은 2001년 75.1%에서 카드대란이 터진 2002년 88.4%로 급등하더니, 2005년 101.2%를 기록하며 대출금 잔액이 예금 잔액보다 더 커지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후에도 예대율은 크게 올라 2007년 123.9%로 정점을 찍었다. 이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율은 평균 10% 이상을 보였고, 2007년 참여정부가 LTV·DTI 제도를 도입한 뒤에야 수그러졌다.

이 기간 동안 전체 토지거래(주택거래에 대한 통계는 2006년부터 집계) 중 개인에서 법인으로 넘어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면적 기준)은 2001년 5.14%에서 2002년 7.65%로 급증한 후 2003년 7.18%, 2004년 7.19%, 2005년 7.64%로 7%대를 유지하다가 2006년 14.87%, 2007년 12.79% 등을 기록하며 10%대를 돌파했다. 2003년 11월에는 한 부동산 법인이 건설사 등과 공모해 서울 강남 지역 타워팰리스 16채 등 고가 아파트를 96채 사재기한 후 1채씩 되파는 방법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시세를 조작해 시세차익을 올려 국세청에 적발되기도 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도 흡사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2월보다 9조1000억 원 늘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한 한국은행의 '2020년 3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말 기준 주담대는 6조3000억 원 증가, 전년 동월 대비 2.5배 확대됐다. 여기에 더해 지난 19일 금융당국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발표하고 은행 예대율 규제를 한시적 완화키로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태를 직접 겪어서 안다. 실물경제가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나 금융권에서 대출을 막기 어렵고, 부동산 대책도 섣불리 내놓을 수 없었다. 나중에는 금융권이 이미 비대해진 상태라 자칫 부동산을 잘못 건드리면 경제구조 자체가 엉망이 될 수 있었다"며 "지금 코로나19 사태도 비슷하게 가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잠시 위축됐을 때를 이용해 부동산 법인 사이에서 주택 사재기 붐이 일어 나중에 주택 시세나 전세 시세를 좌지우지할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유통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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