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반포15차, '예상대로' 삼성물산…'졌잘싸' 호반건설·대림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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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반포15차, '예상대로' 삼성물산…'졌잘싸' 호반건설·대림산업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4.24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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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울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을 통해 지을 예정인 '래미안 원 펜타스' 투시도 ⓒ 삼성물산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울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을 통해 지을 예정인 '래미안 원 펜타스' 투시도 ⓒ 삼성물산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 수주전이 삼성물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예측 가능한 결과였음에도 최선을 다한 호반건설, 대림산업에도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은 지난 23일 2차 합동설명회·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삼성물산은 전체 조합원 181명 중 166명이 투표한 가운데 총 126표를 받아 75.9%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사업권을 거머쥐었다. 경쟁사인 호반건설과 대림산업은 각각 22표(13.25%), 18표(10.84%)로 패배했다.

이로써 신반포15차는 삼성물산이 제안한 '래미안 원 펜타스'로 탈바꿈하게 됐다. 해당 사업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에 위치한 신반포15차 아파트를 지하 4층~지상35층, 6개동 641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공사로, 총 공사비는 약 2400억 원이다. 

이 자리에 직접 참석한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그동안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일했고, 그랬기에 래미안을 최고의 아파트 브랜드로 만들 수 있었다"며 "약속한 사항을 100% 지켜 래미안 원 펜타스를 반포의 중심에서 가장 빛나는 단지로 만들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삼성물산은 이를 발판으로 반포3주구 등에서도 승기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전 결과를 두고 '예상대로'였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업계 1위인 삼성물산이 5년 만에 정비사업 수주시장에 복귀하면서 큰 화제가 된 데다, 조합에서도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리기 전부터 삼성물산에 우호적인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종일 신반포15차 조합장은 "삼성물산이 입찰하리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뜻하지 않게 국내 1위 업체가 들어와서 기쁘다"는 발언을 취재진 앞에서 하기도 했다.

이처럼 삼성물산이 '래미안의 화려한 귀환'을 이룬 가운데, 비록 패자지만 호반건설, 대림산업에 대한 호평도 들린다.

우선, 호반건설의 경우 경쟁사에 비해 시공능력평가나 브랜드 인지도에서 상대적으로 밀린 처지였음에도 대림산업을 누르고 2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390억 원 규모의 무상품목 제공, 사업비 대출 연 0.5% 저금리, 분양시기 선택제 등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주해도 손해가 예상될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호반건설의 이 같은 제안서를 받은 김 조합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제안"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졌잘싸'라는 말이 나오는 핵심 이유는 이번 수주전이 호반건설의 취약점인 인지도가 개선되는 계기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건축사업의 꽃이라 불리는 서울 강남 지역 재건축 시장에서, 더욱이 그 중심인 반포에서 존재감을 피력한 만큼, 호반건설이 향후 수도권 지역에서 펼쳐질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림산업은 호반건설에 밀리며 자존심을 구겼지만 제반 여건들을 살펴보면 이번 수주전을 완주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림산업은 신반포15차 인근에 시공한 '아크로리버뷰신반포'(신반포5차 재건축 아파트)에서 지난해 대규모 하자 문제가 제기돼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보통 건설사 대처와는 달리, 대림산업은 입주민들에게 리모델링에 버금가는 수준의 하자보수를 약속하며 적극적인 진화작업에 나섰다. 이 같은 화끈한 대응은 강남 지역 정비사업 추가 수주를 위한 대림산업의 포석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번 신반포15차 수주전 결과에서 볼 수 있듯 대림산업에 대한 지역 민심은 부정적인 모양새다. 실제로 본지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아크로를 그렇게 망쳐놓고 무슨 염치로 또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서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인지하고도 대림산업이 수주전을 완주한 이유가 역설적이게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반포15차 수주전에서 대림산업의 마케팅 전략을 살펴보면 '하이엔드'를 강조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려고 고민한 흔적, 인근 아크로 단지들과의 '한강 벨트'를 언급하며 강남 지역 정비사업의 강자임을 피력한 흔적들이 엿보인다"며 "적어도 이번 수주전에서는 대림산업이 승패보다 자신들의 정비사업 시장 내 입지를 회복하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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